택시 손님이 내린 후 발견된 좌석 밑의 메모
택시 손님이 내린 후 발견된 좌석 밑의 메모. 그날은 새벽까지 손님이 끊기지 않던 평소와 달리, 마지막 한 팀만 태우고 나면 차가 좀 한가해질 것 같은 날이었다. 나는 택시 기사로 일한 지 꽤 됐고, 손님들이 흘리고 가는 물건도 웬만하면 기억해두는 편인데, 그날은 이상하게도 뒷좌석 왼쪽 아래를 확인하는 순간부터 등골이 서늘해졌다.
그 손님은 두 명이었어. 나이로 보면 한 명은 서른쯤, 다른 한 명은 그보다 조금 더 어리거나 비슷한 또래 같았고, 둘 다 대화는 거의 안 했어. 목적지도 짧게 말했는데, 이상하게도 말하는 톤이 “물어보지 말고 가만히 타”처럼 들릴 정도로 건조했다. 차에 올라타는 순간부터 향수 냄새가 아니라, 약품 같은 냄새가 아주 옅게 났다. 나는 손님이 뭘 했는지 상상하고 싶지 않아서 그냥 창문을 살짝 열었고, 운전은 평소대로 했다.
도착하고 나서도 이상하더라. 요금 계산하면서 한 손님이 지갑을 찾는데 시간이 좀 걸렸고, 그 사이 다른 손님이 먼저 내렸는데도 인사나 “감사합니다” 같은 말이 없었어. 보통은 나중에 한 명이라도 뒤돌아보며 괜찮냐고 묻거나, 차에서 내릴 때 문턱을 살피는 동작이라도 나오는데 그날은 그냥 내려서 멀어졌다. 나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도 “아, 다음 손님 오겠구나” 싶었는데, 이상하게 손님이 내린 자리에서 무언가가 탁, 하고 가라앉는 느낌이 났다.
나는 차를 정리할 때 습관처럼 바닥까지 훑는다. 영수증, 종이컵, 충전 케이블 같은 건 손님들이 늘 흘리고 가니까. 그런데 그날은 뒷좌석 아래를 확인하다가 작은 종이 하나가 비닐에 붙은 채로 끼어 있는 게 보였어. 비닐이 아니라 얇은 투명한 포장지처럼 보였고, 구겨진 상태로 좌석 프레임 안쪽에 반쯤 들어가 있었다. 종이에는 필기체가 적혀 있었는데, 잉크가 너무 진해서 오히려 오래된 느낌이었고, 글씨가 몇 줄밖에 없어서 더 기분이 이상했다.
메모 내용은 대충 이런 식이었어. “내리기 전에 한 번만 봐요. 기사님, 좌석 아래요.” 그 다음 줄은 더 짧았고, “오늘 밤, 같은 문장 듣기 싫으면”이라고 적혀 있었어. 그 밑에는 숫자 두 개가 있었는데, 정확히는 2와 11. 근데 숫자 옆에 작은 표시가 있어서 날짜인지 위치인지 구분이 잘 안 됐어. 종이를 꺼내는 순간 이상하게도 손가락 끝이 차가워졌고, 그게 단순히 새벽 공기 때문이라고 하기엔 너무 빠르게 스며드는 느낌이라 한동안 멍하게 있었다.
나는 “장난 메모겠지”라고 생각해보려고 했다. 택시 기사들 사이에서 가끔 손님이 장난으로 뭔가를 남기고 가는 경우도 있고, 혹은 누군가가 잃어버린 쪽지를 누가 주워 넣은 걸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 행동이었어. 메모를 들고 앞유리 쪽을 정리하려던 순간, 휴대폰이 울렸는데 화면에 뜬 번호가 이상했다. 최근에 끊긴 손님이랑 비슷한 지역번호였고, 통화 버튼을 누르기도 전에 메시지가 하나 떠 있었어. 내용은 똑같이 “기사님, 좌석 아래요.”라고만 적혀 있었고, 시간은 내가 메모를 발견한 순간과 거의 동시에 찍혀 있었다.
그래서 나는 바로 블랙박스랑 차 안을 다시 확인했어. 물론 보통은 이런 걸 찾기보다 다음 손님 기다리는 게 먼저인데, 그날은 이상하게 마음이 멈추질 않았어. 뒷좌석 왼쪽 아래를 다시 살펴보니 종이만 있는 게 아니라 바닥 매트 쪽에 아주 미세한 긁힘이 있었고, 그 긁힘이 좌석 밑 프레임을 향해서 이어져 있었어. 마치 누군가가 무언가를 넣다가 제대로 들어가지 않아서, 마지막에 손가락으로 툭 눌러 끼운 흔적 같았지. 게다가 손님이 내렸을 때 “탁” 하고 가라앉는 느낌이 바로 그 순간이었던 것 같아.
그때부터 머릿속이 계속 꼬이더라. 첫 손님이 먼저 내렸고, 두 번째 손님이 요금을 결제하는 사이 어딘가에 메모를 떨어뜨렸던 걸까. 아니면 반대로, 내가 뒷좌석을 확인하는 걸 누군가 알고 있었다는 걸까. 메모에 적힌 숫자 2와 11도 자꾸 신경 쓰였어. 택시 기사들이 자주 쓰는 관리번호 같은 건 아니었고, 차 안에 있는 시계의 날짜는 오늘이었는데, 숫자 배열이 이상하게도 ‘오늘 밤’이랑 붙어버린 느낌이었다. 나는 결국 경찰서에 바로 신고하려고 했는데, 이상하게도 신고 버튼을 누르기 직전 휴대폰 알림이 또 떴다.
알림 내용은 문자로 단 한 문장. “이미 봤죠.” 그리고 그 다음엔 사진 한 장이 첨부돼 있었는데, 사진은 택시 뒷좌석이 아니라 내가 차를 정리하다 말고 멈춰 선 앞쪽 핸들 계기판 쪽이었어. 블랙박스 화면처럼 보였고, 화면 구석에는 날짜가 찍혀 있었는데 내가 그 순간을 확인하기 전에도 이미 기록된 듯한 타이밍이었다. 나는 그 사진을 보는 내내 숨이 얕아졌고, 손이 떨려서 화면을 꺼버렸어. 그 다음에야 깨달았지. 이건 메모를 남긴 장난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할지”를 누군가가 보고 있다는 감각이었어.
신고를 하려던 나는 결국 그냥 끄고 말았어. 이유는 모르겠는데, 이상하게도 그 순간 내가 뭘 더 하면 더 크게 번질 것 같았거든. 대신 차를 세우고 뒷좌석 아래를 다시 확인했는데, 이번엔 똑같은 종이가 하나 더 있었어. 다만 아까 메모보다 종이가 덜 구겨져 있었고 글씨도 조금 달랐어. “기사님, 다음 손님 내리기 전에는 확인하지 마요. 손님이 이미 알고 있어요.” 나는 그 문장을 읽고 한참을 가만히 앉아 있었고, 새벽 공기가 점점 더 차가워지는 걸 느꼈어. 그리고 그날 이후로, 나는 뒷좌석 아래를 습관처럼 확인하지 않게 됐어. 지금도 택시에서 누가 내린 뒤에 바닥이 덜컥거리는 소리가 들리면, 아까 그 메모의 마지막 줄이 머릿속에서 계속 반복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