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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주문 취소했는데도 내 앞에 음식이 도착해 있었다

2026-06-30 12:29:11 조회 2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배달 주문 취소했는데도 내 앞에 음식이 도착해 있었다. 새벽에 배고파서 앱 켰다가, 결제 직전에 손 떨려서 “취소” 눌렀거든. 그런데도 문 앞에 종이봉투가 딱 하나 놓여있더라. 처음엔 내가 잠깐 멈칫한 사이 결제가 완료됐나 싶었는데, 앱 화면엔 분명히 “주문 취소 완료”라고 떠 있었어.

그날은 새벽 두 시쯤이었고, 딱히 큰 일 없었는데도 이상하게 귀가 열려 있었어. 현관문 옆이 워낙 얇은데다가 복도 소리가 그대로 들어오는 집이거든. 주문 취소 누른 직후에는 알림도 안 왔고, 기사님 배정 안내도 없었어. 그래서 마음 놓고 다시 누웠는데, 십 분쯤 지났을까—문 앞에서 “툭” 하는 소리가 났어. 무슨 바람에 떨어진 건가 싶어도, 우리 집 현관은 방범창이 있고 외부에서 물건이 바로 떨어질 만한 구조가 아니거든.

문 열기 전에 휴대폰을 봤다. 앱에는 주문 취소 완료, 환불 예정 날짜까지 찍혀 있었고, 배달 진행 단계는 한 줄도 없었어. 그럼에도 복도 쪽엔 조용히 차가운 공기만 감돌고 있었지. 나는 괜히 뒤통수가 서늘해서, 문을 반쯤만 열고 바닥을 봤어. 거기엔 배달 종이봉투가 있었고, 위에는 내 이름이 적힌 스티커가 붙어있었어.

솔직히 그 순간엔 웃음이 나올 뻔했어. “아니, 취소했는데 왜 내 걸?”이라는 생각이 너무 선명해서. 그런데 봉투를 열어보기도 전에 손이 멈췄다. 냄새가 났거든. 방금 만든 기름 냄새랑 따뜻한 김 같은 게 문 틈으로 올라오는데, 이게 말이 되나 싶었어. 취소가 완료됐으면 조리도 안 들어갔어야 하는데, 그 냄새는 너무 생생했어.

그래도 혹시 몰라서 봉투 옆에 붙은 안내문을 봤는데, 생각보다 정교했어. ‘기사님 메모’처럼 짧은 문장이 적혀 있었는데, 내가 남긴 배송 메모랑 똑같은 문장 구조였어. 예를 들면 “문 앞에 두고 벨 안 누르세요” 같은 식으로. 나는 배송 메모를 아예 안 쓰는 편인데, 어쩌다 한 번 썼던 문구를 기사님이 그대로 가져온 걸까, 그런 식으로 합리화했지.

그리고 제일 찝찝했던 건 봉투가 “누군가 들고 온 것처럼” 곧게 서 있던 거야. 누가 바닥에 내려놓고 급히 가버린 게 아니라, 누군가 현관 앞에서 잠깐 멈췄던 느낌. 내가 문을 열었을 때에도 봉투가 살짝 흔들리진 않았거든. 너무 딱 맞게, 일부러 놓아둔 것처럼 느껴졌어. 그제야 생각이 이어지더라. 기사님이 취소를 확인했든 말든, 어딘가에서 내 주문이 이미 움직였다는 거.

그래서 바로 앱 고객센터에 문의했어. “취소 완료인데도 배달이 됐다. 누가 가져다 둔 거냐”라고. 채팅 상담이 시작되자마자 이상하게도 답변 템플릿이 빨랐어. “해당 시간대 배송 완료로 확인됩니다. 고객님 주문은 취소 처리되었습니다” 같은 말이 반복됐는데, 중요한 건 배송 완료 사진이 없다는 점이야. 보통은 문 앞 사진이나 위치 캡처가 뜨는데 그날은 첨부가 하나도 없었어. 대신 “사진 확인 중”이라는 문구만 계속 이어졌고, 몇 시간 뒤엔 그냥 상담이 종료됐어.

그 다음 날 아침에 택배처럼 봉투를 들고 생각해봤어. 이미 차갑게 식은 음식이었고, 그래서 더 찝찝했지. 맛이 어떤지 떠올리려 하면 이상하게 머리가 띵해져서, 결국 버렸어. 그런데 앱 환불 내역은 정상적으로 들어왔더라. 취소는 취소대로 됐는데, 물건은 내 앞에 도착했고, 기사님 흔적은 남지 않았고. “시스템 오류”라고 하기엔 스티커에 내 이름이 붙어 있었고, “장난”이라고 하기엔 문구까지 너무 닮아 있었어.

며칠 뒤에야 한 가지가 머리에 박혔어. 우리 건물 공동현관이 고장 난 적이 있는데, 그때도 배달 기사들이 문 앞에 임시로 두고 가는 경우가 있었거든. 그런데 나는 그날 밤, 내 방 앞 복도등이 잠깐 꺼졌다 켜진 걸 봤어. 누군가가 지나간 것도 아니고, 자동으로 꺼졌다 켜지는 패턴이 아니라, 누가 스위치를 손댄 것처럼 딱 끊겼다가 다시 켜졌던 느낌. 그래서 지금도 가끔 문 앞을 볼 때가 있어. 혹시 아직도, 내가 “취소”라고 눌렀던 그 순간들 어딘가에선 내 주문이 계속 움직이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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