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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주차장 출구 앞에서 멈춘 한 대의 자동차

2026-04-13 16:29:13 조회 31 댓글 0 추천 1 글 신고 0

그날도 평소처럼 야근을 마치고 지하주차장에서 차를 빼려는데, 출구 바로 앞에 한 대의 자동차가 멈춰 있었다. 보통 이런 상황이면 차를 빼달라고 경적이라도 울리거나 창문을 내려 말을 하는데, 그 차는 완전히 멈춰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나는 잠시 기다려보았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다. 주변에 CCTV도 없고, 주차장 관리인도 없어서 이 상황이 더 불편하게만 느껴졌다. 그래서 차를 빼달라고 소리라도 질러볼까 하다가, 이상하게도 묘한 기분이 들어 그냥 차 안에 앉아 있었다.

그때였나, 갑자기 자동차 내부에서 라디오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주차장 깊숙이선가 희미하게 울리는 듯한 그 소리는 점점 또렷해졌다. 그런데 라디오 채널이 낯설었다. 평소 듣던 채널이 아니었다.

창문 너머로 차들을 보니, 멈춘 그 자동차는 은색 세단이었다. 운전자는 보이지 않았고, 깜빡이도, 비상등도 켜져 있지 않았다. 그냥 멈춘 채로 모든 걸 차단한 듯했다. 내 차가 그 옆에 있으니 왠지 숨 막히는 기분마저 들었다.

나는 결국 차에서 내려 출구를 돌아가 차를 빼려 했는데, 그 순간 갑자기 지하주차장 조명이 잠깐 깜빡거렸다. 그리고 버스킹하는 거리 악사들처럼 공간 곳곳에서 희미한 알 수 없는 음악 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 소리는 마치 누군가가 과거에 남긴 기억을 재생하는 듯했다.

다시 보니, 그 은색 세단의 앞유리에는 누군가가 쓴 듯한 하얀 분필자국이 있었다. "떠나지 마"라고 적힌 듯했는데, 빛에 따라 다르게 보였다. 어쩌면 "돌아와"라고 읽히기도 했다. 나는 순간 이게 뭔가 싶어 차에서 멀어졌다.

그때 차 문이 스르륵 열리는 소리가 났다. 하지만 그 차는 아무도 타고 있지 않았다. 대신 차 안에는 아주 오래된 사진 한 장이 놓여 있었다. 사진 속 인물들은 낯설었지만, 주변 배경과 표정이 이상하게도 나를 오래전 알던 것처럼 익숙하게 만들었다.

나는 얼른 그 사진을 차에서 내려놓고, 돌아서려 했는데 엔진음 같은 소리가 나며 그 차가 갑자기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출구를 향해 움직이는 걸 보면서, '도대체 언제부터 멈춰 있었던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구에 도착했을 때, 다른 차들이 마치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지나갔다. 그리고 그 차는 갑자기 멈춰, 이번엔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현실감이 사라진 느낌에 나는 차에 다시 급히 올라탔다.

그날 이후로, 그 지하주차장 출구 앞에서 멈춘 자동차 이야기는 내 머릿속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가끔 지하주차장에 갈 때면 누군가가 나를 보고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아마도 그 차는 아직도 그 자리에, 누군가를 기다리며 멈춰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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