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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검사실 문을 닫는 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내 보호자가 호출됐다

2026-07-01 12:29:13 조회 3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병원에서 검사실 문을 닫는 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내 보호자가 호출됐다. 그날은 내가 검사받으러 들어간 순간부터 이상하게 시간이 늘어졌다. 접수할 때만 해도 “곧 불러드릴게요” 하던 간호사가, 정작 내 이름을 부르려던 순간엔 설명도 없이 안내만 하더라. 복도 끝, 유리문 앞에서 대기하던 나는 손잡이를 쥔 채로 멍하니 서 있었고, 뒤에서 누군가 문을 닫는 소리만 또렷하게 들렸다.

검사실 문은 자동으로 닫히지 않았다. 똑, 하고 딱 맞게 닫히는데, 그 소리가 내 귀에 유난히 크게 박혔다. 문이 닫힌 건 분명히 ‘내가 들어가고 나서’였는데, 이상하게도 나는 안쪽으로 들어간 느낌이 아니라 바깥 복도에 남아있는 것 같았다. 유리 너머로 보이는 직원은 내쪽을 한 번도 보지 않았고, 검사실 안에서 나는 기계 소리도 평소 병원에서 듣던 것과 달리 둔탁했다. 마치 누군가 두꺼운 담요로 소리를 눌러놓은 것처럼.

나는 당연히 보호자를 불러줄 거라고 생각했다. 예전엔 검사실 들어가기 전에 보호자가 같이 서 있거나, 최소한 대기실에서 기다리다가 바로 안내받았거든. 그런데 그날은 내 이름을 부른 다음부터 전화기 같은 인터폰 소리만 들렸다. “환자 보호자 분…” 하고 말이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화면에 글자가 뜨는 것도 아니고, 그저 복도 스피커에서 끊겨나가는 소리만 반복됐다.

한참 뒤에야, 복도 저편에서 내 보호자가 뛰어 들어오는 게 보였다. 보호자는 나를 찾는 게 아니라 먼저 간호사를 찾는 표정이었다. “방금 우리 애 이름 불렀는데요? 왜 저를 지금에서야 부르셨어요?” 보호자가 그렇게 묻자 간호사는 잠깐 웃으면서 “아, 호출이 늦게 갔나 봐요”라고만 했다. 근데 그 말이 너무 자연스럽게 나와서, 오히려 거짓말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전화 연결이 늦어지는 상황이라면 “통신이…” 같은 설명이 붙어야 하잖아.

그때 검사실 유리문 너머가 잠깐 흔들렸다. 문이 반쯤 열렸다가 다시 닫힌 것처럼, 빛이 한 번 크게 들어왔다가 사라졌다. 보호자는 그 순간에도 내쪽으로 시선을 주지 않고, 간호사의 얼굴만 계속 보고 있었다. 마치 “지금 뭘 들었는지” 확인하듯. 나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 묻고 싶었는데, 입안이 마른 채로 말이 잘 안 나왔다.

검사실에서 다시 ‘똑’ 하고 문이 닫혔는데, 이번엔 한 번이 아니라 두 번이었다. 한 번은 분명히 바깥에서 닫히는 소리였고, 다음은 안에서 누군가가 문에 손을 얹고 천천히 마감하는 소리 같았다. 보호자가 “저 문… 두 번 닫혔어요?”라고 하자 간호사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는 “자동으로 닫히니까 소리 들릴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 간호사 말대로라면, 그 소리가 이렇게 일정하지 않았어. 첫 번째와 두 번째는 톤이 달랐고, 두 번째는 더 오래 울렸다.

그 뒤로 검사실 대기 절차가 갑자기 바뀌었다. 원래는 보호자가 서류에 서명하고, 간단한 설명을 들은 뒤 검사 시작이였는데, 그날은 보호자에게 서류를 바로 내주지 않았다. “잠깐만 기다리세요”라는 말도 두 번이나 바뀌었다. 처음엔 “대기실로 가세요”였고, 그 다음엔 “여기서 잠깐만요”로 바뀌었는데, 그 사이 보호자는 계속 내 이름을 확인하려고 했고 간호사는 계속 화면이나 종이를 만지작거렸다. 화면을 볼 줄 아는 사람이 아닌데도, 눈동자는 늘 같은 위치만 훑었다.

나는 그때 들은 걸 아직도 잊지 못한다. 검사실 문 옆 작은 스피커에서 아주 낮게, 누군가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 같은 게 들렸다. 누가 말을 했던 건지 확신이 안 섰는데, 분명히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다’는 느낌이 있었다. 보호자는 그 소리를 못 들었는지, 아니면 들었는데도 무시한 건지 표정이 굳어 있었다. 그러다 간호사가 갑자기 내 쪽을 보며 “이제 보호자분 서명해주세요”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 서명란엔 이미 누군가의 필체가 적혀 있었다. 보호자가 종이를 가리키며 “이거… 방금 누가 했어요?”라고 하자 간호사는 “아, 사전 입력이요. 시스템이…”라고 대충 넘겼다.

검사를 끝내고 돌아오는 길, 나는 보호자 손목을 잡고 계속 질문했다. “왜 나는 문 닫히는 소리부터 들었는데, 보호자는 나중에 불렀어?” 보호자는 한동안 아무 말도 못 하더니, 결국 “나도 그 소리 들었는데…”라고 했다. 그리고는 “문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전화가 왔는데, 전화가 온 시간 기록이 내 폰엔 없었어”라고 조용히 덧붙였다. 누가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병원에서 기록이 사라지는 게 말이 되냐고 하면서도, 보호자는 끝내 더 따지지 못했다. 그 표정이 너무 지쳐 보였다.

집에 와서도 나는 그 문소리를 자꾸 떠올렸다. 자동으로 닫힐 법한 유리문인데도, 왜 하필 ‘닫는 방식’이 달랐는지, 왜 호출이 뒤늦게 들어왔는지, 그리고 왜 서류가 이미 누군가의 필체로 채워져 있었는지. 지금 생각하면 내가 너무 예민했던 건지도 모르지만, 이상하게도 그날 이후로 병원 복도에서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면 가슴이 먼저 움찔한다. “검사실 문을 닫는 소리”가 누군가를 부르기 전에 먼저 나를 지나쳤던 건 아닐까. 그 생각이 밤마다 반복돼서, 아직도 잠들기 전에 복도 끝의 유리문을 상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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