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택시에서 만난 인생 상담사
아침 출근길, 택시 잡으려고 손 번쩍 들고 있는데 다행히 바로 한 대가 멈췄다. 정신없이 바쁜 도심 속에서 택시 잡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아는 사람들은 안다. 출근 시간이라 차도 밀리고, 마음도 조급한데 기사님이 묻는다. “오늘은 어디로 가시나요?”
“강남역 쪽이요.” 내가 대답하면서 문을 닫고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기사님이 묘하게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요즘 젊은 친구들, 인생 고민 많죠? 저도 한때는 그랬어요.” 갑작스러운 말투에 당황해서 “네?” 하고 물었더니, 기사님이 웃으며 이어갔다.
“사실 내가 택시 운전하기 전에 작은 가게 운영했었는데, 망하고 나서 너무 힘들었거든. 그 때 느낀 게 뭐냐면, 인생에 대책 없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어쩐지 말투가 진짜 상담가처럼 느껴졌다. 벌써부터 이 아저씨가 내 인생 상담 해주는 기분이랄까.
그렇게 대화를 시작하고 몇 정거장 지나지 않아 나도 자연스럽게 내 고민을 털어놓게 됐다. 요즘 직장 일도 쉽지 않고, 사람 관계도 꼬여서 도무지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다는데. 기사님은 한참 듣더니, “젊을 때 실패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아세요?”라며 말을 꺼냈다.
그는 자신의 경험담을 풀어 놓기 시작했다. 가게가 망했을 때 얼마나 절망스러웠는지, 그 과정에서 사람들을 많이 잃기도 했고 스스로도 많이 힘들었다고.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고, 결국 다시 일어서는 계기가 됐다는 얘기였다. “실패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라는 말을 여러 번 강조했다.
나는 듣고 있자니, 이상하게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흔히 듣는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이렇게까지 와 닿은 건 처음이었다. 기사님은 이어서 말했다. “인생이라는 게 길게 보면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고생하는 거죠. 다만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문제예요.”
조금 조용해진 차 안, 창밖으로 보이는 아침 햇살이 반짝였다. 갑자기 “요즘 자주 하는 말이 있는데, 기억해요”라는 말씀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하루, 그리고 내일은 지금보다 더 나을 거니까.” 짧지만 묵직한 한 마디였다. 그 말을 들으니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숨을 고르는 기분이었다.
택시가 목적지에 다다르면서 기사님은 한마디 덧붙였다. “살다 보면 인생 더 복잡해질 때 많으니까, 그럴 땐 또 만나서 이야기해요.” 정말 인생 상담소 같은 느낌이었다. 내릴 때 ‘감사하다’는 인사도 잊지 않고 했지만, 사실 더 고마웠던 건 그 시간 동안 내 고민을 진지하게 들어주고 말 한마디로 위로를 준 그분이었다.
문득, ‘출근길 택시에서 만난 인생 상담사’라는 제목을 마음속에 새기며 담담하게 웃었다. 아마 다시 그 택시를 탈 일은 없겠지만, 그날의 작은 대화는 내 하루를 견디게 해준 은근한 힘이 됐다. 어쩌면 인생도 택시처럼, 때로는 누군가의 짧은 말 한마디에 방향이 바뀌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혹시라도 다음에 같은 길에서 택시 잡을 때, 그 기사님이 또 내 옆에 앉아 인생 이야기를 시작한다면... 이번에는 내가 먼저 한마디 꺼내봐야겠다. “기사님, 오늘은 저도 좀 상담할 게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