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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알바가 나한테 영수증을 못 내밀고 웃으면서 다른 걸 줬어

2026-07-02 12:29:11 조회 0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편의점 알바가 나한테 영수증을 못 내밀고 웃으면서 다른 걸 줬어. 그날은 그냥 늦은 밤에 물이랑 라면 몇 개 집어 들고 계산대에 섰을 뿐인데, 이상하게도 손님인 내가 먼저 뭔가를 눈치채야 할 것 같은 분위기였거든.

나는 카드로 결제했고, 점원은 늘 그렇듯 “잠시만요” 하고는 결제 확인을 하더라. 그런데 뭔가가 꼬였는지 화면을 한번 더 만지더니, 영수증 발급 버튼을 눌러놓고도 프린터 쪽을 한참이나 바라봤어. 종이가 나올 줄 알았는데 조용하길래 “영수증은요?” 하고 물었지.

그때 점원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더니 “아, 영수증은 지금… 출력이 좀 늦어요”라고 말했어. 말투가 이상할 정도로 친절했는데, 눈이 웃지 않는 느낌이랄까. 보통은 “프린터가 고장 났어요” 같은 말이 나오잖아. 근데 그 친구는 고장 같은 단어를 전혀 안 쓰고, 마치 다른 걸 기다리는 사람처럼 행동했어.

나는 그냥 “네, 그럼 나중에 주시면 돼요” 하고 넘기려 했는데, 손에 뭐가 쥐어지는 감각이 먼저 왔어. 점원이 영수증 대신 작은 봉투를 내밀더라고. 봉투에는 편의점 로고가 찍혀 있었고, 분명히 결제한 물품이 담긴 것처럼 보였는데 뭔가가 잘못된 게 있었어.

봉투를 열어보려는 순간 점원이 급하게 말을 얹었어. “그건… 그냥 보관만 하세요. 나중에 필요해질 수 있어요.” 필요해진다니, 무슨 뜻이지 싶었지. 나는 영수증을 달라고 했던 사람이니까, 그냥 “왜 영수증이 없어요?”라고 다시 확인했는데, 그때부터 대답이 애매해지더라.

“영수증은요, 원래 이거랑 같이 나가요.” 라고 하면서 점원이 봉투를 내 손에서 빼앗듯이 살짝 잡았어. 그리고는 계산대 밑이나 옆에 있는 뭔가를 더듬어 보더니, 그제야 종이 한 장을 툭 내려놓았어. 그런데 그 종이는 영수증처럼 보이긴 했는데, 이상하게도 금액 부분이 새하얗게 비어 있었고 줄만 몇 개 그어져 있었어.

나는 “이거 영수증 맞아요?” 하고 묻자, 점원이 갑자기 크게 웃었어. 웃음이 너무 크게 나와서 주변 다른 손님이 있는 것도 아닌데 계산대 뒤가 순간 시끄러울 정도였어. 그리고 “맞아요 맞아요, 출력이 잘 안 돼서요. 대신 이거 드릴게요”라고 하면서, 아까 봉투와는 다른 걸 또 꺼냈지.

그게 바로 ‘영수증처럼 접힌 종이’도 아니고, ‘쿠폰’도 아니고, 뭔가 식별이 안 되는 스티커였어. 스티커에는 숫자가 몇 개 찍혀 있었는데, 영수증 번호처럼 보이기도 하고, 출입증 번호처럼 보이기도 했어. 점원이 내게 스티커를 손바닥에 놓고, 아주 짧게 “붙이지 마세요”라고 말했어. 그러면서도 표정은 계속 웃고 있었지. 정말 기묘하게, 웃음이 계속 유지되는 게 오히려 공포였어.

나는 그날 물건은 어쨌든 받았으니까 집에 가면서 계속 생각이 났어. ‘프린터가 고장’ 정도로 끝나지 않는 느낌이 있었거든. 특히 영수증이 안 나온다, 대신 봉투를 준다, 금액이 빈 종이를 준다, 그리고 “붙이지 마세요”까지. 이건 그냥 실수로 보기엔 지나치게 단계가 많았어.

며칠 뒤에 나는 그 스티커를 결국 버리지 못하고 책상 서랍에 넣어뒀어. 그 이유는 별거 아니야. 그냥… 손에 들려서 나온 것들이니까, 내가 뭔가를 잘못한 것 같아서 더 확인하고 싶었던 거지. 그런데 어느 날 새벽에 갑자기 알림이 울리더라. 결제 내역 확인 앱이었는데, 구매가 ‘취소’로 바뀌어 있었어. 그런데 취소 사유가… 너무 짧게 써 있었고, 다른 정보는 없었어.

그 다음 날 편의점에 다시 갔어. 똑같은 점원이 있었고, 나는 계산대로 가서 “어제 결제 취소된 거 확인됐는데, 영수증이랑 스티커는 왜 그런 식이었어요?”라고 물었지. 그 친구는 또 똑같이 웃더니, 이번엔 아예 말을 줄였어. “전산이 잠깐 꼬여서요. 그냥 잊으세요.” 그러곤 내가 들고 있던 물건 확인도 안 하고, 영수증 발급부터 ‘불가’ 버튼만 눌러버렸어.

그때 알았어. 그 웃음은 사과를 위한 웃음이 아니라, 무언가를 넘기기 위한 웃음이란 걸. 그리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이런 식으로 넘어가고 있지 않을까, 싶더라. 지금도 가끔 편의점 프린터 소리 들리면 등골이 서늘해져. 혹시 그날 내가 받은 건 영수증이 아니라, 내가 “받아둬야 하는 것”에 더 가까운 게 아니었을까?

그리고 더 소름은, 나는 아직도 서랍 속에서 그 스티커를 만지지 못하고 있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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