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방에 들어온 인터넷 상담원이 남긴 말
“안녕하세요~ 인터넷 점검차 잠시 들어왔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초롱초롱한 눈빛을 한 상담원이 내 자취방 문을 열고 들어왔다. 진짜 인터넷이 며칠째 계속 끊겨서 연락했던 건데, 바로 와주니 솔직히 기분은 좋았다. 근데 그 분이 배낭에서 각종 기계들과 선들로 된 가방을 꺼내는 순간부터 뭔가 꺼림칙했다.
처음에는 침착하게 인터넷 속도 테스트부터 시작하셨다. “혹시 와이파이 비밀번호 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하길래 알려줬다. 인터넷 좀 빠르게 해달라는 소망을 품은 채 ‘설마 저분이 뭐 이상한 짓 하겠어?’라고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그런데 상담원이 내 방을 슬쩍 둘러보는 시선이 심상치 않았다. 내 방은 말 그대로 자취방의 흔적이 다분한데, 정리도 안 되고 옷가지며 책상이 난장판인데도 아무렇지 않게 넘기길래 좀 허무하기도 했다. 뭐 그래도 프로니까 그러려니 했다.
그분이 말하길, “와, 이거 집 인터넷 환경이 아주 잘 되어 있네요. 신기할 정도에요.”라면서 칭찬을 해줬다. 내가 살면서 내 자취방을 누군가가 ‘인터넷 환경 잘 되어 있다’라고 칭찬한 건 처음이라 기분이 묘했다. 심지어 와이파이 라우터 위치랑 케이블 정리 상태를 보면서 빙긋 웃었다.
그때부터 상담원 아저씨가 내게 이런저런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요즘 집에서 뭐 많이 하세요? 게임? 스트리밍? 혹시 재택근무?” 평범한 질문이었는데 왠지 내 생활 패턴이 낱낱이 드러나는 느낌에 살짝 쑥스러웠다. 그러면서 “인터넷은 사실 이렇게 쓰시면 전혀 문제가 없어요. 근데 집에서 쓰는 공유기가 조금 오래된 모델 같긴 하네요.”라고 말했다.
“그래도 개인이 쓰는 거 치곤 상당히 신경 써서 설치하셨네요.”하길래 “네, 원룸이라도 인터넷은 빠르면 좋잖아요”라고 대답했다. 근데 상담원이 갑자기 손가락으로 내 책상 위 먼지 쌓인 공유기를 톡 건드리면서 “이건 좀 아쉽네요 그래도” 라고 했다. 그 말투가 뭔가 귀엽고 난감했다.
작업 도중에 인터넷 연결 상태를 수차례 점검하며 설명하는데, 내 질문에도 친절하게 답해주고 설명도 자세히 해줘서 한편으로는 진짜 고마웠다. 그런데 문득 상담원이 “요즘 젊은 사람들 인터넷 사용 패턴 보면 다 비슷하더라고요. 유튜브만 하루 종일 본다든지, 카톡이랑 게임 위주라든지.”라고 하면서 살짝 웃었다.
말투가 너무 자연스러워서, 혹시 나만 뭔가 바보 같은 사람이 된 느낌이 들었는데 기분 탓이겠지? 하면서도 어느새 방 안에 웃음이 번졌다. 그리고 제일 마지막에 상담원이 문을 나서면서 던진 한마디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진짜 인터넷 환경은 크게 문제가 없으니 걱정 마시고, 그래도 혹시 느리거나 끊기면 언제든 연락주세요. 근데 가끔 공유기 위치만 바꿔도 체감 속도가 확 달라지니까 그 점도 꼭 고려해보시고요!”
내가 “네, 알겠습니다~” 하며 문을 닫고 나서 혼자 멍하니 웃었다. 인터넷 상담원 오셔서 내 자취방 상태부터 내 일상 패턴까지 친절하게 관찰하고 조언까지 해주는 시대라니, 참 신기하기도 하고 조금 웃기기도 하고. 이렇게 인간미 섞인 인터넷 점검, 앞으로 좀 더 자주 왔으면 좋겠다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