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오토바이 타고 겪은 비 오는 날 에피소드
비 오는 날, 배달 오토바이를 타고 거리를 누비기 시작했다. 익숙한 빗방울이 헬멧을 때리고, 젖은 도로가 반사되는 불빛에 살짝 긴장하면서도 마음 한켠에는 묘한 설렘이 자리 잡았다. 배달 일이란 게 언제나 똑같지만, 이런 날은 특히 기억에 남기 마련이다.
첫 주문은 집 근처 카페에서 받은 커피 배달이었다. 손님 주소는 얼마 멀지 않은 곳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출발하려는데 갑자기 비가 더 굵어지면서 시야가 확 좁아졌다. 오토바이 핸들에 젖은 장갑이 미끄러워서 제대로 잡히지도 않고, 신경을 곤두세우며 조심스레 출발했다.
길가에 쌓인 빗물이 튀는 걸 피하고 싶었는데 그게 쉽지가 않았다. 몇 번이고 물웅덩이에 빠지면서 신발과 바지가 다 젖어버린 건 당연지사. 그 와중에도 배달 완료해야 하는 사명감 때문에 멈출 수도 없었다. 손님이 기다리니 그저 앞으로 전진할 뿐.
어느새 두 번째 배달지는 아파트 단지 안이었다. 이 안에서 살짝 미끄러져서 넘어질 뻔한 순간, ‘이거 진짜 오늘 무사히 끝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몰려왔다. 하지만 오토바이 위에 앉아서 생각할 겨를도 없이 쏟아지는 빗줄기와 싸우다 보면, 어느새 얼굴에 묻은 빗물과 땀이 하나가 되어 흐르더라.
그때 갑자기 누군가 우산을 펼쳐주며 지나가는 아저씨가 보였다. 혼자서 고생한다고, 다들 힘내라며 손 흔들어 주는 그 모습에 왠지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졌다. 이런 작은 인사 한마디가 오토바이 배달하는 날의 추위와 비를 이겨내는 데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모른다.
진짜 웃긴 건, 나중에 한 주문지에서 배달할 때였다. 건물 현관문 앞에 커다란 수레가 놓여 있어서 통과가 안 되길래 잠깐 멈췄는데, 갑자기 빗물이 확 쏟아져서 순간적으로 몸이 완전 젖었다. 그때 곁에 있던 마스크 쓴 아저씨가 “배달하느라 고생 많으시네요~”라고 해서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배달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비 오는 날이면 왜 이렇게 다들 좀 더 따뜻해지는 걸까? 사람 마음도 비와 같이 촉촉해지나 보다. 묵묵히 비 맞으며 오토바이 타지만, 나름 의미 있는 하루였다는 생각이 들더라.
마지막 배달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는 길, 젖은 머리와 몸을 느끼며 ‘역시 배달은 비 오는 날이 진짜 고비’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하지만 빗속에서 느꼈던 소소한 따뜻함과 소통을 떠올리면 꽤 괜찮은 하루였다고 말할 수 있겠다.
집 앞에 도착해 오토바이를 세우고 헬멧을 벗는 순간, 비가 그쳤다. 마치 나를 기다렸다는 듯 투명한 하늘 아래에서 담배 한 대 피우며 미소 지었다. 그리고 속으로 다짐했다. “다음엔 좀 더 날씨 좋은 날에 배달하고 싶다”고. 그래도 이게 배달 오토바이 타고 겪은 비 오는 날의 진짜 에피소드니까, 또 겪어도 나름 재미있겠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