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차에서 마주친 깜짝 인생강사
출근길 차 안, 지하철 대신 차를 몰고 가는데 신호 대기 중 옆 차선에 뭔가 눈에 띄는 아저씨가 있더라. 머리는 다 헝클어져 있고, 옷차림은 좀 별나 보였는데 표정이 왜 그리 진지한지. 순간 ‘저 사람 뭔가 내 인생을 바꿔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 아저씨가 내 차를 힐끗 보더니 갑자기 창문을 두드리는 거다. 나도 깜짝 놀라서 창문을 내렸는데, 그 아저씨가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출근길이 힘들죠? 하지만 ‘오늘도 잘하고 있어요’라고 스스로에게 말해보세요.”
솔직히 말하면, 아침부터 남에게 훈계 듣고 싶지는 않았는데 어쩐지 그 말에 마음이 쿵 내려앉았다. 다들 아침이면 바쁘고 짜증나고, 뭔가 급한데 막히는 거에 스트레스 쌓이기 마련인데 그 한마디가 그렇게 위로가 될 줄은 몰랐다.
그 뒤로 아저씨는 차에 앉은 내 손에 쪽지를 살짝 쥐어주고는 다음 신호에서 사라져버렸다. 궁금해서 쪽지를 펴보니까 “하루를 견디는 것도, 진짜 대단한 용기예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글씨체도 어딘가 모르게 진솔해서 한참을 들여다봤다.
그날 출근하는 동안 그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회사에서 동료들 눈치 보며 피곤하게 웃고, 상사 지시받을 때마다 가슴이 답답했는데 그 쪽지 덕분에 조금 숨통이 트였다. “진짜, 나도 모르게 힘내고 있구나” 싶어서 말이다.
퇴근길에도 그 아저씨가 생각났다. 혹시 다음날도 같은 시간에 나타날까? 설마 그럴 리가.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날 밤 내내 ‘인생강사’라 부르고 싶은 그분의 따뜻함이 계속 마음속에서 맴돌았다.
다음 날 아침, 습관처럼 그 차선을 봤는데 역시나 그 아저씨는 없었다. 그런데 출근길이 힘든 건 여전했고, 그 아저씨가 준 그 한마디가 없었다면 훨씬 더 지쳐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날도 혼자 조용히 창문을 내리고 중얼거렸다. “오늘도 잘하고 있어요, 나”
사실 누군가에게 큰 강의나 명언을 듣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무명 인생강사가 짧고 간단하게 전해준 말 한마디가 더 오래 남는다는 게 신기했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말을 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그리고 또 언제쯤 그분을 다시 만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아저씨가 준 따뜻한 메시지는 출근길마다 나를 살짝 웃게 만든다. 이런게 바로 진짜 인생강사 아닐까? 출근길 차에서 마주친 깜짝 인생강사, 나한테는 그렇게 잊지 못할 하루의 시작이 되었다.
어쩌면 그 아저씨는 그냥 차도 못 가게 만드는 신호등 앞에서, 누군가의 마음까지 잠시 세워준 스톱사인 같았던 건지도 모르겠다. 다음 출근길에도 혹시 또 만난다면 이번엔 내가 먼저 “오늘도 잘하고 있어요”라고 말해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