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소개팅에서 배달 음식 시켰다가 생긴 해프닝
첫 소개팅 자리에서 배달 음식을 시키게 될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다. 카페에서 만난 우리, 테이블에 앉자마자 메뉴 이야기로 분위기를 띄우려던 찰나에, 상대가 갑작스럽게 "배고프지 않나요? 근처에 괜찮은 음식점 있다고 배달 시켜볼까요?"라고 제안했다. 뭔가 자연스러우면서도 편한 느낌이 들길래 얼떨결에 동의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첫 소개팅에 배달 음식이라니, 참 신선하네’라고 혼자 속으로 웃었는데, 이게 시작에 불과했다. 메뉴 고르는 과정에서 상대가 추천해준 집이 평점도 좋고 리뷰도 좋아서 믿고 시켰다.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며 음식을 기다리는데, 갑자기 배달원이 직접 와서 음식을 건네는 게 아니라 메모를 하나 남기고 갔다고 한다.
“배달원이 써 놓은 메모가 뭐야?” 하고 봤더니, 그 메모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었다. "죄송합니다. 배달 과정에서 주문이 조금 꼬여서, 서비스로 음료수를 하나 더 넣어 드립니다." 분위기는 이미 웃음 기운이 돌기 시작했다. 서비스는 고마운데, ‘조금 꼬였다’라는 표현에 살짝 의아해졌다.
음식을 받아보니 딱 봐도 뭔가 이상했다. 내가 시킨 메뉴 중 하나가 없었던 거다. 대신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메뉴가 포함돼 있었다. 고기를 좋아한다고 했는데, 갑자기 낚시집에서나 볼 법한 회 종류가 배달되어 온 것이다. 상대도 그걸 보고 어쩔 줄 몰라하며 "아, 이게 아닌데..."라며 급 당황했다.
그때부터 우리 둘은 배달 음식 덕분에 웃음꽃이 피었다. 서로 메뉴를 맞추느라 스마트폰으로 배달 앱 화면을 뒤적이고, 다시 전화해서 주문 확인하려 했지만 이미 배달원은 갔다는 얘기에 포기하는 상황도 겪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회를 먼저 먹어보자며 분위기를 바꾸는 데는 성공했다.
소개팅 초반에는 어색함만 가득했는데, 배달 음식 해프닝 덕분에 금세 대화가 풀렸다. 서로의 취향을 알려주며, “아 이거 내가 시킨 거야?” “아니, 그건 나야” 같은 농담을 주고받았다. 음식이 틀어져 생긴 작은 실수가 오히려 친근함을 만들었달까?
먹으면서도 계속 이런저런 에피소드가 나왔다. 상대가 "사실 직접 만든 음식을 주려고 했는데, 급하게 준비한다고 이래 됐어"라며 진심으로 미안해했다. 그래서 나는 "괜찮아요, 오히려 오늘 가장 기억에 남는 소개팅이에요"라고 말했다. 서로 웃고, 배달 음식의 진가를 알게 된 순간이었다.
마지막엔 그 낯선 메뉴 덕분에 평소엔 시도 안 할 맛도 경험했고, 서로의 취향에 대해 조금 더 솔직해질 수 있었다. 그리고 배달 앱 리뷰도 꼼꼼히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는 깨달음까지 얻었다. 뭐, 다음엔 더 깔끔한 상황에서 뵙자고 약속하며 헤어졌지만.
돌아오는 길에 문뜩 생각했다. 첫 소개팅에서 배달 음식 시켜서 이런 일이 벌어질 줄 누가 알았겠나. 앞으로 소개팅 이야기하면 절대 빼놓지 말아야 할 추억이 생겼다는 사실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