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계약서에 숨겨진 반전
중고차 계약서에 도장을 찍으려던 순간, 갑자기 판매자가 조용히 한 장을 건넸다. ‘이게 뭐야?’ 하며 펼쳐본 계약서 뒷면에는 내가 미처 눈치채지 못한 조항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평소 계약서라는 게 한 두 줄 읽고 사인하는 게 다였는데, 이건 마치 법대 교재 수준이었다.
처음엔 그냥 ‘보증 6개월 무상’ 정도의 기본 내용인 줄 알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차량 상태만큼이나 계약서도 꼬불꼬불 복잡한 함정이 숨어 있었다. 예를 들어, ‘차량 수리 시 중고부품 사용 동의’ 같은 문구도 모호했고, ‘시동 꺼짐 현상 발생 시 판매자 책임 무’ 조항도 있었다. 그야말로 하나하나 따져보면 팔지 말라는 소리나 다름없었다.
나는 그중에서도 특히 ‘차량 반납 시 위약금 조항’에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얼핏 보면 ‘계약 후 7일 이내 취소 가능’이라고 돼 있는데, 그 아래 작게 적힌 글씨를 보니 ‘7일 이내라 하더라도 차량 상태에 따라 위약금 최대 200만원 청구 가능’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아니, 그럼 취소가 뭐가 취소야?’ 싶었다.
이런 식으로 숨겨진 조건들이 너무 많아서, 판매자가 처음 계약서 보여줄 때 왜 그 부분만 슬쩍 넘겼는지 이해가 갔다. 미리 읽었으면 계약서에 도장 안 찍었을 것이다. 근데 그때의 나는 급해서 제대로 안 읽고 휙휙 넘긴 게 사실이다.
결국 중고차 계약서가 이토록 빡세고 복잡하다 보니, 인터넷에서 “중고차 계약할 땐 계약서 꼼꼼히 읽어라”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구나 싶었다. 그리고 이런 경험담이 쏟아지는 이유가 다 있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판매자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봤더니, 그분도 웃으며 “요즘 사기도 많고, 서로 보호하려고 저런 조항을 넣는 거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솔직히 소비자 입장에선 숨겨진 함정 같아 불편할 수밖에 없다. 계약서 한 장에 이렇게 많은 함정이 숨어있을지 누가 알았겠나.
그래서 나는 그날 이후로 중고차 계약서 볼 때마다 돋보기라도 챙겨야 하나 고민하게 됐다. 어쩌면 중고차 계약서에 숨겨진 반전은 ‘내가 다 읽어야 사고 안 당한다’는 거였다.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빤히 보이는 함정에 그대로 걸려드는 느낌.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계약서에 도장 찍으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선 ‘아, 이거 좀 이상한데?’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게 계약서 전체 이야기를 요약한 셈이었다. 내 차는 무사히 잘 타고 다니지만, 그 계약서만큼은 아직도 나를 웃음 짓게 만든다.
결국 중고차 계약서가 나한테 알려준 교훈은, “사람 믿되, 계약서는 두 번 보고 세 번 읽어라”라는 평범하면서도 강력한 진리였다. 다음엔 반드시 꼼꼼히 읽고, 모르면 꼭 물어보거나 전문가 도움을 받으려 한다.
그날 이후로 나는 종종 이런 생각을 한다. ‘과연 다음 중고차 계약서에는 또 어떤 반전이 기다릴까?’ 아마도 그 반전은 내 예상보다 훨씬 더 기상천외할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피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