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 때 차 트렁크에서 찾은 뜻밖의 선물
여름 휴가 때, 무작정 차 트렁크를 열어보게 됐다. 원래는 짐을 정리하려고 한 건데, 그 순간 뭔가 이상한 게 눈에 띄었다. 평소엔 잘 안 쓰는 낡은 보랏빛 보냉백이 그득하게 쌓여 있는 짐들 사이에서 어딘가 빛나고 있었다.
사실 휴가 출발 전날에는 짐 싸느라 정신이 없었다. 수박, 아이스박스, 바다 갈 때 쓸 튜브며 수영복, 여기에 간단한 간식까지 넣느라 손이 모자랐다. 그러다 보니 트렁크 깊숙한 곳에 뭘 놨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그 보냉백은 그저 ‘뭔가 넣어 놓긴 했겠지’ 하고 잊고 있었다.
궁금증에 보냉백을 꺼내 보니, 뜻밖에도 예전에 친구와 놀러 갔을 때 사뒀던 컵라면과 캔 음료들이 그대로 있었다. 다만 발견 시점이 여름 휴가 중이라 내용물이 다녹아버릴까 싶어 걱정됐다. 찌는 듯한 더위에 차 안도 훅훅 달궈져서, 원래는 절대 꺼내지 말았어야 할 물건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보냉백 가장 아래쪽을 휘저어 보니, 그 안에 낡은 휴대용 선풍기와 작은 쿨팩도 함께 있었다. 모두 휴가 첫날 아침에는 깜빡하고 챙기지 못한 물품들이었다. 이걸 아직 쓸 수 있다니, 운 좋게 보물찾기라도 한 기분이었다.
더 웃긴 건 그 보냉백을 열었을 때 풍겨 온 특유의 ‘묘한 냄새’였다. 아마도 오랫동안 방치된 식품들이 살짝 익은 듯한 냄새였는데, 순간 “이거 진짜 내 거 맞나?”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아이스팩이 반쯤 녹은 상태에서 라면 국물이 살짝 새었는지, 바닥이 젖어 있었다. 그래도 다행히 음식물이 폭탄처럼 터지거나 한 건 아니었다.
휴가를 더 즐겁게 만들려고 챙긴다고 챙겼는데, 정작 중요한 몇 가지는 깜빡 잊고, 이미 오래된 건 다시 발견하고… 그동안 정신없이 지냈구나 싶었다. 게다가 트렁크에 넣은 짐들 덕분에 우연히 ‘휴가용 아이템 세트’를 완성한 기분도 들었다. 이래서 ‘준비는 철저히, 그러나 예상치 못한 변수도 즐기자’는 말이 있나 싶었다.
결국 그 보냉백이 우리 휴가의 조기 발견 보물이 된 셈이다. 예전에 사 뒀던 작은 간식들을 되살렸고, 부족했던 쿨링 장비도 덤으로 챙겼으니 말이다. 찝찝하긴 했지만 짐 정리하는 재미가 이렇게 있을 줄은 몰랐다. 우리 가족 모두 그걸 발견하고 한참 웃었다.
휴가 끝나고 집에 돌아와서도 그 보냉백 이야기가 빠지지 않았다. 며칠 지나니까 그 냄새가 생각보다 덜 거슬려서,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추억처럼 느껴졌다. 매년 여름, 그 ‘뜻밖의 선물’이 트렁크에 숨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미소가 지어진다.
그래서 다음번에는 정말 ‘휴가용 보물 상자’를 만들어 볼까 싶다. 누가 알겠나, 또 어떤 것이 쑥 숨어 있을지. 차 트렁크 안에 무심코 넣어둔 작은 행복이, 여행 중에 뜻밖의 선물이 될 수도 있겠다. 세상에 완벽한 준비는 없으니, 이런 소소한 발견들이 더 특별한 추억을 만든다는 걸 이번에 새삼 느꼈다.
결론은, 여름 휴가 때 차 트렁크를 한 번쯤 뒤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