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주차장 카메라에 찍힌 고개 숙인 사람
얼마 전 밤 11시쯤, 친구 집에서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나서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갔다. 평소 같으면 차 키를 꺼내서 얼른 타고 집에 가는 게 일과였는데, 그날따라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주차장 CCTV 화면을 우연히 보게 됐는데, 화면 한쪽 구석에 고개를 푹 숙인 사람이 서 있는 게 보였다.
처음에는 지나가는 행인인가 싶었지만, 이상한 건 그 사람이 한참 동안 꼼짝도 하지 않고 똑같은 자세로 가만히 서 있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고개 숙인 모습이 너무 깊이 숙여서 얼굴이 아예 보이지 않았다. 친구랑 같이 영상을 몇 번 돌려 봤는데도 정확히 얼굴을 확인할 수 없었다.
그때부터 뭔가 찝찝해서 주차장 주변을 더 살펴보기 시작했다. 도대체 그 사람이 누구인지, 왜 저렇게 고개를 숙이고 있는지 궁금해서 CCTV가 추가로 설치된 입구 쪽 카메라 영상을 몇 개 더 찾아봤다. 그런데 그 '사람'은 처음부터 지하주차장에 들어온 것이 아니라, 카메라 사각지대에서 갑자기 나타난 것처럼 보였다.
더 놀라운 건 그 사람이 주변에 아무도 없는데도 자신의 몸을 계속 움츠리고 있었고, 마치 누군가에게 말을 걸 듯 고개를 숙였다 들렸다 하며 미세하게 떨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걸 보고 있던 친구는 "뭔가 잘못 본 것 같다"고 했지만, 난 묘한 불안감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다음 날, 호기심에 다시 CCTV 영상을 확인하려고 했는데 주차장 관리실에서 CCTV 일부가 갑자기 고장 나서 기록이 지워졌다고 했다.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면서 그 사람이 실재하는지, 아니면 뭔가 다른 존재인지 더 생각하게 됐다.
며칠 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의 글을 우연히 발견했다. 지하주차장이나 빌딩 CCTV에 고개를 숙인 채 서 있는 '사람'들이 목격됐다는 글들이었다. 그 중에는 그런 존재가 나타난 뒤 의도치 않은 사고가 일어났다는 얘기도 있었다. 이런 이야기를 접하고 나니, 더 이상 그 CCTV 영상을 다시 보고 싶지 않았다.
나는 결국 그 주차장에서 차를 빼서 다른 곳에 주차하기 시작했다. 그 날 밤 이후로도 가끔 그 지하주차장 근처를 지날 때면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그리고 가끔, CCTV 화면에 그 고개 숙인 사람이 다시 나타나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에 소름이 돋았다.
최근엔 다시 그곳 CCTV가 모두 정상 작동한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어느새 그 영상에 내 모습이 찍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 때가 있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사람과 눈이 마주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상한 바람을 마음 깊이 하게 됐다.
사실 그 이후로도 가끔씩 지하주차장 CCTV를 확인해본다. 별다른 사건도 없고 아무도 없는데, 그 고개 숙인 사람은 가끔씩 보인다. 누군가의 그림자 같은, 어쩌면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그곳을 피한다. 혹시라도 그 ‘사람’과 마주하면, 또 그날 밤처럼 숨이 막힐 것 같아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