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복도에서 마주친 작게 웃는 환자
병원 복도에서 문득 누군가가 나를 기다리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돌아보니, 분명히 그 자리에 아무도 없었는데, 복도 끝에 작게 웃고 있는 환자 한 명이 서 있었다. 낯선 인상이었지만, 그 환자의 미소는 이상하게 편안했다.
나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병원 업무를 마치고 나오는 길이었다. 늦은 시간이라 환자들도 많이 없었고, 복도는 한산했다. 그런데 그 환자가 나를 향해 조용히 웃으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내심 조금 경계했지만, 환자의 그 작은 미소가 괜히 신경 쓰였다.
“괜찮으세요?”라고 말을 걸었지만, 환자는 말없이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 아무런 대답도 없었고, 그의 눈빛은 묘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 짧은 순간, 무언가 설명할 수 없는 섬뜩함이 느껴졌다.
그 환자는 병실에서 혼자 있었던 것 같았다. 주치의도, 간호사도 보이지 않았고,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 조용한 복도에서, 그는 여전히 나를 향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갑자기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빨라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환자도 똑같이 걸음을 맞추었다. 조금씩 거리가 가까워지는데, 그 작은 웃음이 점점 깊어지면서 공기가 무거워지는 기분이었다.
나는 긴장한 채 뒤를 돌아봤다. 환자는 그 자리에서 멈춰 있었지만, 그 미소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나는 재빨리 복도를 빠져나와 병원 밖으로 나왔다.
그날 밤, 집에 돌아와서도 그 환자의 미소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왜 그렇게 작게 웃고 있었을까? 무언가를 말하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그냥 외로워서 그랬던 걸까?
다음 날, 병원 기록을 확인해봤지만 그런 환자는 등록되어 있지 않았다. 검색해도, 어디에도 그 사람에 대한 기록은 없었다. 그저 내가 혼자 상상한 것일까?
하지만 그 작은 미소가 너무 생생했다. 복도에 서서 나를 바라보던 그 눈빛과 함께. 아마 앞으로도 그 병원 복도에 다시 들어설 때면, 그 환자가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 것 같다.
그리고 가끔, 누군가 내 뒤에서 조용히 웃는 소리가 들릴 때면, 나는 다시 그날 복도에서 마주친 작은 웃음을 떠올리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