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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막사 벽에 새겨진 뜻 모를 글자

2026-05-08 16:29:19 조회 7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군대 막사 벽에 새겨진 뜻 모를 글자를 처음 본 건 내가 자대 배치 받은 지 얼마 안 됐을 때였다. 우리 막사 2층 복도 벽 한 켠에 뭔가 이상한 게 보였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까 옛날 누군가가 나무젓가락 같은 걸로 긁어 새긴 글자들이었다. 한글도 아니고, 영어도 아니고, 그냥 알 수 없는 기호들만 잔뜩 써 있었다.

처음엔 그냥 낙서겠거니 했는데, 워낙 좁고 칙칙한 공간이라 눈에 계속 밟혔다. 뭔가 신경 쓰여서 내 근무 중 틈틈이 그 글자들을 사진으로 찍어 놓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한 건, 글자 모양이 바뀌기도 하고, 새로 추가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는 거다. 분명 그날 그 자리엔 같은 글자가 있었는데, 다음 날 가보면 조금씩 다른 배열이나 새로운 기호가 나타나 있었다.

막사에서 다른 선임들에게 물어봤지만, 아무도 그 글자에 대해 모르는 눈치였다. 오히려 그런 걸 신경 쓰는 내가 이상한 사람된 느낌이라 말을 삼켰다. 그냥 오래된 막사라서 누군가 심심해서 한 짓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어느 날, 새벽 근무 때 그 벽 앞을 지나는데 갑자기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 벽 근처에서 아주 희미한 속삭임 같은 게 들렸다. 분명 사람 목소리는 아니었고, 뭔가 부서지는 종이 소리 같은 게 아주 작은 볼륨으로 들렸는데 바로 듣기 어렵고 신경을 집중할수록 안 들렸다. 그날 이후로는 일부러 그 벽 쪽은 피해 다녔다. 근데 막사 생활 특성상 피할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후임 하나가 그 벽 앞에서 갑자기 쓰러져서 병원에 실려 갔다. 원인은 알 수 없이 갑작스러운 실신이었는데, 그 친구가 진짜 제대로 말한 게 놀랍게도 “벽에 있는 글자가 자꾸 말을 걸어 오는 것 같아요”라는 말이었다. 다들 웃어넘겼지만, 속으로는 그 벽을 더욱 기피하게 됐다.

그 후로 몇몇 선임들이 그 벽에서 무언가 이상한 기운을 느낀다는 이야기를 슬쩍 슬쩍 나누기 시작했다. 특히 근무 교대 시간에 그 벽 근처에서 갑자기 심장이 뛰거나 머리가 어지럽다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그런 말을 들으면서도 여전히 사진 속 글자들을 분석해보려 노력했다. 혹시 무슨 고대문자거나 암호가 아닐까 해서.

그런데 분석할수록 더 알 수 없는 형태가 나오고, 그냥 짧은 획과 점들의 나열 같았다. 어느 순간부터는 그 글자들이 우리 막사에 배치된 인원 수만큼 줄지어 있는 것도 같았다. 그리고 그 줄이 바뀔 때마다 막사 내 한 명의 인원이 자리를 옮기거나 누구와 말 한마디 섞은 날도 같았다.

내가 이상한 가정을 하게 된 건 그때부터였다. 혹시 그 글자들이 막사에 있는 사람들 중 누군가의 ‘운명’ 혹은 ‘상태’를 기록하는 것 아닐까? 그래서 그 벽에서 이상한 기운이 느껴지고, 그 말을 들은 후임이 쓰러졌던 게 아닐까 싶은 거다. 그래서인지 어느 순간부터 그 글자에 손을 대면 이상하게 따끔거리거나 멍해지는 기분마저 들었다.

군 생활이 끝나고 난 뒤에도 그 벽과 글자는 잊히지 않았다. 지금도 가끔 꿈에 그 막사가 나오는데, 벽에 새겨진 글자가 한 줄씩 더 늘어나는 모습을 본다. 혹시 그 건물이 아직도 그 자리에 있고, 여전히 누군가의 시간을 기록하고 있다면... 그 글자들의 의미가 무슨 뜻일지 문득 다시 궁금해진다.

내가 겪은 일이 전부 내 착각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벽 앞에서 느꼈던 찝찝한 기운과, 말도 안 되는데 후임이 남긴 그 말은 지금도 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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