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훈련소에서 경험한 기묘한 시간 왜곡
훈련소 생활 중에 겪은 일이 아직도 머릿속을 떠나질 않는다. 그날은 야간 행군 훈련 마지막 날이었는데, 우리 소대가 어둑한 산길을 따라 걷고 있었다. 어쩐지 주변 분위기가 평소와 달라서 다들 조용히 걷고 있었는데, 갑자기 내가 시계를 봤더니 시간이 이상하게 멈춘 것 같았다.
뭐라고 해야 할까. 분명 11시를 가리키던 시계 바늘이 꽉 멈춰서,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이 들었달까. 처음엔 그냥 장비 불량인 줄 알고 무시했는데, 옆에 있던 동기가 시계를 보며 당황하는 모습이 보였다. 우리 모두가 동시에 시간을 확인했지만, 모두 시계는 11시 13분에서 멈춰 있었다.
그 순간부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행군이 계속되는데도 주변 환경이 전혀 변하지 않고, 아무리 걸어도 똑같은 길, 똑같은 나무들만 보였다. 해도 뜨지 않았고, 바람 소리나 군화 발자국 소리도 이상하게 멎은 듯했다. 마치 시간이 정지한 작은 세계에 갇힌 느낌이었다.
내가 "야, 이거 이상하지 않냐?" 하고 외쳤지만, 동료들은 말없이 앞만 바라봤다. 누군가는 갑자기 "이 시간은 없는 시간이래"라고 중얼거렸다. 나는 그 말을 듣고서야 뭔가 '시간 왜곡' 같은 걸 경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왜 우리만 이런 상태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훈련소에서는 이런 기이한 현상이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선임들은 신경 쓰지 말라고 했지만, 나도 모르게 자꾸 시계를 보게 됐다. 그런데 계속 11시 13분에서 멈춰 있던 시간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미세하게 바늘이 움직이더니 이내 다시 그대로 멈췄다.
그 사이 주변이 느리게 깨어나는 것 같았다. 바람이 조금씩 불기 시작했고,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선임이 "야, 이제 해뜰 시간이니까 정신 차려!"라고 외쳤다. 다들 정신을 차리고 나서야 시간이 다시 정상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그 경험 이후로 시간을 볼 때마다 그날 일이 떠올랐다.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확실히 있었던 일이다. 누군가는 "훈련소 나와서 스트레스 때문에 그런 거 아니냐"고 했지만, 그때 느꼈던 무게감과 기묘함은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그 시간이 멈춰 있는 동안 나도 모르게 무언가 알 수 없는 감각에 휩싸였으니까.
며칠 후에도 동료들이 같은 경험을 했냐고 물었는데, 아무도 기억하지 못했다. 마치 그 시간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심지어 그날 행군 코스도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내 머릿속에는 멈춘 시간 속에서 느꼈던 그 묘한 침묵과 냉기가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있다.
가끔은 내가 군대에서 실제로 시간을 넘어선 공간에 잠시 갇혔던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어쩌면 그날 그 순간만큼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와 다른 차원에 잠깐 머물렀던 건 아닐까. 그리고 그 시간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면서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 채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것처럼.
그 훈련소에서의 기묘한 시간 왜곡 경험은 아직도 내게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혹시 너희도 비슷한 경험이 있거나,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다면 공유해줬으면 한다. 어쩌면 그날 갇혔던 '멈춘 시간'은 우리 주변 어디에나 존재하는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