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 창문 밖에 매일 나타나는 검은 그림자
원룸 창문 밖에 매일 나타나는 검은 그림자를 처음 본 건 어느 비 오는 저녁이었다. 퇴근해서 집에 돌아와 거실 불을 켜는데, 창문 너머로 어렴풋한 검은 형체가 서 있는 게 보였다. 사람인지 아닌지 확실하지 않았지만, 분명히 누군가가 서 있었다.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았지만, 창문에 달린 두꺼운 커튼을 걷어내지 않고 그냥 불을 끄고 자려 했다.
그런데 이게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며칠 동안 매일 밤, 거의 같은 시간에 그 검은 그림자가 창문 밖에 나타났다 사라졌다. 처음엔 누군가 장난치는 줄 알았다. 원룸이 3층인데다 맞은편 건물과 어느 정도 거리가 있어서 누가 그렇게 일부러 쳐다볼 이유도 없고, 실제로 주변에 사람이 그렇게 서 있기도 어려운 위치였다.
어느 날, 정말 궁금해서 커튼을 살짝 걷어봤다. 그때는 살짝 비가 그친 밤이라 창문 반사도 심하지 않았다. 그런데 검은 그림자가 확실히 보였는데, 인형 같은 느낌이었다. 사람의 턱과 목 부분이 너무 똑같이 일자로 끊겨 있었고, 팔이나 다리의 움직임도 없었다. 마치 살아있는 사람이 아닌 뭔가였다.
그 후로는 창문 밖을 더 이상 보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불 켠 방 안 여기저기에 이상한 기운이 느껴졌다. 가끔은 찬바람이 내 방 안을 휙 스치고 지나가는 것 같기도 했고, 혹시 누가 나를 지켜보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에 잠도 제대로 못 잤다. 원룸이라 그런지 경비나 CCTV도 거의 없어서 신고하기도 애매했다.
어느 날 친구가 놀러 왔을 때도 그 그림자를 봤다고 했다. 친구는 이걸 듣고는 "그냥 우연히 지나가는 사람 아니야?"라고 했지만, 그날 똑같은 시간에 창문 뒤에서 멈춰 있는 그 모습을 같이 봤다. 심지어 친구가 사진도 찍으려 했는데, 휴대폰 카메라에는 아무것도 찍히지 않았다. 그 장면만 유난히 검은색으로 뭉개져 있었다고 했다.
점점 더 무서워져서 인터넷에서 비슷한 경험을 찾아봤다. 다들 검은 그림자나 형체가 나타나는 이야기를 여러 곳에서 봤는데, 공통점은 모두 그런 존재가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이었다는 거다. 심지어 옛날에는 그런 형체를 ‘창문의 수호자’라 부르기도 했는데, 그게 사람이 아니라 ‘무언가’라고 했다.
나는 이게 그냥 환상일까 싶다가도, 이사 가려고 알아보던 중에도 밤에 창문 밖을 보면 잠깐씩 그 그림자가 보였다. 사람도 아니고, 형체도 불분명한 무언가가 분명 내 원룸을 ‘지키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당장 이사 가고 싶었지만, 급하게 정한 곳이라 금전 사정도 어려웠다.
마지막으로 용기를 내서 밤에 창문 밖을 응시하다가, 갑자기 그 검은 형체가 창문에 손을 대는 듯한 그림자가 비쳤다. 심장이 멎을 뻔했다. 그리고 그 순간, 갑자기 바람도 멈추고 모든 소리가 사라졌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정적만 남았다.
다음 날 아침, 창문 닦으러 오는 아저씨가 “여기 창문에 이상한 자국이 많네요. 누가 자꾸 손자국을 남기는 것 같아요”라고 했다. 손자국? 분명히 그때 내가 봤던 게 진짜였던 걸까. 그 검은 그림자는 멈춘 게 아니라, 여전히 내 방 바로 밖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가끔 든다. 그리고 나는 매일 밤 그 창문을, 어쩌면 평생 못 버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