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복도 끝, 빈 병실에서 들려오는 아기 울음소리
병원 복도 끝, 빈 병실에서 갑자기 아기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그 소리에 이끌리듯 조심스레 복도 끝으로 다가갔다. 병원은 한가했고, 그 시간대에 돌아다니는 사람도 드물었기에 소리가 더 선명하게 들렸다. 분명히 아무도 없는 빈 병실에서 나오는 소리였는데, 아기 울음소리가 점점 더 커지는 느낌이었다.
나는 깊게 숨을 쉬고 병실 문짝에 손을 댔다. 문틈 사이로 희미한 빛이 새어 나왔지만, 방 안은 텅 비어 있었다. 그 순간 울음소리가 멈췄다. 긴장감에 손이 떨리면서도 호기심에 문을 더 열어보았다. 하지만 방 안은 아무것도 없었고, 텅 빈 침대와 깨끗한 병원 시설만 놓여 있었다.
그때 다른 쪽 복도에서 누군가 걸어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나는 얼른 문을 닫고 뒤돌았다. 보안 직원인지, 간호사인지 알 수 없었지만, 아무도 아기 울음소리를 들었다는 얘기를 하지 않았다. 혹시 내 착각인가 싶기도 했지만, 분명히 귀에 맴도는 아기 울음소리는 현실 같았다.
며칠 후, 나는 같은 병동을 다시 찾았다. 이번에도 복도 끝 빈 병실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때였다. 조용한 병동 가운데 다시 한 번 어린 아기의 울음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왔다. 주변 병실 창문들은 모두 닫혀 있었고, 복도는 텅 비어 있었다. 이번에는 누구에게라도 얘기하고 싶었지만, 이내 마음이 바뀌었다.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누군가에게 물어보니, 그 병실에서 몇 년 전 임산부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목숨을 잃었단 이야기를 들었다. 그 임산부의 아이는 출생 직전에 세상을 떠나면서, 그 빈 병실 복도에서 종종 울음소리가 들린다는 소문이 퍼졌다고 했다. 하지만 병원 측은 공식적으로 그런 사실을 부인했다.
나는 그 소문을 듣고도 한 번 더 그 병실을 찾아가보고 싶었다. 문틈에서 조금만 더 자세히 들어보면, 혹시 그 아이가 나에게 무언가 전하려는 게 아닐까 하는 마음이었다. 그날도 역시나 울음소리가 들렸고,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 그 순간 차가운 바람이 복도를 스치며 지나갔고, 발밑에 무언가가 스르르 스며드는 느낌을 받았다.
그 후로 나는 그 병실을 멀리하게 되었다. 아기 울음소리가 들릴 때마다 무언가 말할 수 없는 감정이 휘감아 돌았다. 누군가의 남겨진 슬픔일까, 아니면 아직 이 세상에 다 전하지 못한 이야기일까. 어쩌면 그 울음소리는 누구도 듣지 못하는 외로운 그 무엇의 신호 같았다.
병원 직원 중 일부는 늦은 밤에 혼자 복도 끝을 지나갈 때, 눈앞에 희미한 아기 얼굴을 보았다는 이야기를 은근히 내게 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동시에 그 울음소리가 그저 허공에 사라지는 게 아니길, 누군가가 여전히 그곳에 머물고 있길 바라는 마음도 생겼다.
지금도 나는 저녁 무렵 병원 근처를 지나갈 때면, 무심코 그 빈 병실 쪽으로 고개를 돌리곤 한다. 복도 끝에서 들려오는 아기 울음소리는 내게 이 세상 어딘가에 닿지 못한 슬픈 이야기가 아직도 숨 쉬고 있다는 걸 상기시키는 듯하다. 때로는 소리가 점점 멀어지다가, 가끔은 가까이 다가오며 귓가에 맴돈다.
그리고 나는 문득 생각한다. 혹시 그 울음소리는, 누구도 대신 들어주지 못한 작은 생명의 마지막 부름이 아닐까 하고. 그 병실 벽 너머 어딘가에서 지금도 누군가가 나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