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마루에 앉아있는 낯선 어르신 그림자
얼마 전 시골집에 내려갔을 때다. 늦은 밤, 창문 밖에서 바람 소리와 나무 흔들리는 소리만 들리던 그 시간에 마루 쪽에서 뭔가 이상한 기운이 느껴졌다. 평소 같으면 아무도 없었을 그 자리에 낯선 어르신의 그림자가 분명히 앉아 있었다.
처음엔 반사된 불빛인가 싶었다. 하지만 그림자는 너무도 선명했고, 사람의 형태를 뚜렷하게 하고 있었다. 엎드리거나 기대는 모습도 아니고, 그저 마루에 앉아 천천히 주변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었달까.
무서워서 눈을 깜빡였는데도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씩 움찔거리다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는 것만 같았다. 그때서야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빛이 전혀 없는 곳에서 그림자가 나타날 리 없잖아? 집 안은 전등도 다 꺼져 있었고, 달빛도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조심스럽게 마루로 걸어갔다. 신발도 안 신고 맨발로 걷는 느낌이 싸늘했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가자 어르신 그림자는 서서히 투명해지면서 사라졌다. 정말 그 순간, 차가운 바람이 마루 한가운데를 휘감고 지나갔다. 숨 쉬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그날 밤, 잠을 거의 이루지 못했다. 문득 떠오른 건 옛날 할아버지들이 종종 산에 나무 하러 가다가 돌아가신다는 이야기였다. 우리 시골집 근처 산에선 수십 년 전부터 이상한 일이 많았다는데, 그 때문인지 집 주변에선 낡은 전설들이 전해지고 있었다.
다음 날, 마루 근처를 자세히 살펴봤다. 그런데 낡은 나무 마루판 아래쪽에 새겨진 듯한 작은 문양 같은 게 보였다. 아주 오래된 모양이라 자세히 알아보기도 힘들었다. 혹시 그 그림자가 그 문양과 관련된 존재인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로 몇 번 더 시골집에 갔는데, 그 그림자는 다시는 안 보였다. 하지만 마루에 앉아 있는 듯한 어르신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할머니도 그런 그림자를 본 적 있냐고 물었더니, 잠시 망설이다가 내게 옛날 이야기 하나를 들려주었다.
"그 집터를 오래전부터 지키던 할아버지의 혼이란다." 할머니 말로는, 마루에 앉아 집을 지켜준다는 옛사람의 영혼이 종종 나타난다고 했다. 그 영혼은 가족을 보호하는 역할도 하지만, 가끔은 그 집에 문제가 생길 때 경고를 주기도 한다고 했다.
난 아직도 그게 사실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날 밤, 마루에 앉아 있던 그 낯선 어르신의 그림자가 내게는 분명한 무언가의 존재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아직도 가끔, 그 그림자가 다시 나타날지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 한구석이 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