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뒷좌석에 갑자기 앉아있는 아이의 그림자
택시를 잡아 타고 집으로 가던 길이었다. 밤 11시가 넘은 시간이었고, 길거리는 한산했다. 갑자기 뒷좌석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기척이 느껴졌다. 돌아보니 아무도 없는데, 뒷좌석 창문 너머로 아이의 그림자가 살짝 보였다.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나는 분명 택시에 혼자 탄 상태였다. 기사님도 계속 운전중이었고, 옆자리에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왜 저 아이는 뒷좌석에 있는 걸까? 아이의 그림자는 희미했지만, 뭔가 간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듯했다.
택시 안 조명을 켜 보려고 했지만, 기사님이 무심코 꺼버렸다. "늦은 밤이라 눈 부실 수 있으니까요."라는 말에 더 이상 아무것도 묻지 못했다. 그 아이 그림자는 계속 나를 쳐다보면서도 어느새 사라졌다가 또 나타났다.
내 심장은 빠르게 뛰었고, 불안한 마음에 휴대폰을 꺼내 조명을 켜려 했지만 네트워크 신호가 이상하게 잡히지 않았다. 창밖은 예전 같으면 지나가는 차들이라도 있었는데, 그날은 너무 적막했다. 택시 내부가 갑자기 더 차가워진 느낌이었다.
나는 기사님에게 살짝 "아까 뒷좌석에 아이가 앉아 있던 것 같아요"라고 말해 보았다. 기사님은 한참을 침묵하다가, “그런 얘기 들어본 적 있지 않아요? 이 동네에서 갑자기 사라진 아이들의 그림자가 낡은 택시에 들어온다는...” 라고 말했다.
기사님 말로는 몇 년 전 이곳에서 발생한 사고 이후로 가끔 택시에 아이의 그림자가 나타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했다. 그 아이들은 결코 말을 하지 않고, 택시를 탄 사람에게 무언가를 전하려는 듯한 눈빛만 보내고 사라진다고.
나는 그 말을 듣고 몸서리를 쳤다. 혹시 나도 그 아이에게 뭔가 메시지를 받은 걸까? 계속 뒷좌석을 흘깃거리며 창밖을 봤는데, 조용한 거리 한가운데에 누군가 서 있었다. 멀리서 보면 그냥 나무 같은 형상이었지만, 자세히 보면 작은 아이가 어렴풋이 서 있는 듯도 했다.
택시는 집 앞 골목에 멈췄고, "이제 도착입니다."라는 기사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내리는 순간, 뒷좌석 창문에 다시 그 아이 그림자가 살짝 비쳤다. 그 순간 나는 확신했다.
“이 아이는 그냥 그림자가 아니라, 어딘가에 갇힌 존재다.” 누군가 도움을 기다리고 있는 존재. 그리고 그 택시는 그 아이가 울고 있는 곳과 나를 이어주는 연결 고리인 것 같았다.
그날 이후로 나는 밤길 택시를 타면 항상 뒷좌석을 몇 번이고 확인하게 되었다. 그 아이의 그림자가 다시 나타날까 봐. 아직까지 그 아이의 정체는 알 수 없지만, 그 밤 이후 조금도 택시 뒷좌석에 홀로 앉아있는 아이의 그림자를 의심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