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입원실 창문 너머 번쩍인 희미한 빛
병원 입원실 창문 너머로 갑자기 희미한 빛이 번쩍였다. 그 순간, 나는 무심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봤다. 밤인데도 불구하고 이상하게도 저 멀리 산등성이 위쪽에서 은은한 빛이 깜빡였다. 나름 심신이 지쳐있던 터라 빛 자체가 더 신경 쓰였다기보다는 잠이 깰 정도로 느낌이 이상했다.
처음에는 간혹 지나가는 차량 불빛인가 싶었다. 하지만 그 빛은 일정한 간격도 없었고, 움직임도 거의 없었다. 그냥 한자리에 빛나는 것처럼 보였다. 게다가 빛이 점점 더 희미해졌다가, 갑자기 번쩍 커졌다가를 반복했다. 비슷한 밝기의 번쩍임이 규칙적으로 이어지지 않아서 더 신경 쓰였다.
나는 호기심에 창문 가까이 다가갔다. 밖은 여전히 어둡고 고요했다. 병원 7층 입원실에서 바라보는 야경은 언제 봐도 적막한데, 저 빛 하나 때문에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게 느껴졌다. 그 순간, 창문 바로 아래 쪽에 어떤 그림자가 스쳐 지나갔다. 나는 숨을 죽이고 눈을 크게 떴다.
그림자가 어둠 속에서 무언가 긴 팔을 뻗는 듯한 형상이었지만 정확히 뭐라고 말할 순 없었다. 내 입원실은 복도 끝이라 지나가는 사람이 드물긴 했다. 그래서 더욱 이상했다. 혹시 간호사나 청소 직원인가 하고 생각했지만, 평소 이 시간대에 사람 볼 일도 거의 없었다.
다음날 간호사에게 창문 밖에 이상한 거 본 게 있냐고 물었더니, 너도 나도 그런 소리를 한 적은 없다고 했다. 환자들 중 누구도 창밖을 보고 그런 빛을 목격했다고 한 사람이 없었다고 하니까 나 혼자만 본 건가 싶었다. 혹시 꿈이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그날 밤에 다시 그 빛이 또 나타났다. 이번엔 빛이 창문 쪽으로 서서히 다가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심장이 쿵쾅거리며 조용히 창가에 몸을 붙였다. 빛이 외투를 입은 사람처럼 아주 희미한 형체와 함께 어른거렸다. 분명 빛인데 사람 모습 같기도 했다.
정신을 가다듬으려 눈을 감고 손으로 창문을 짚었는데, 그 순간 빛이 번쩍이며 눈앞이 하얗게 물들었다. 그리고 나서야 정신이 드니 새벽이 밝았다. 근데 이상하게도 내 옆에는 분명히 없었던 작은 돌멩이 같은 게 창문틀에 놓여 있었다. 분명 병원 내부에서는 그런 걸 들고 들어올 수 없었는데 말이다.
그 일 이후로는 더 이상 그 빛을 보지 못했다. 그리고 나는 퇴원했다. 집에 돌아오면서도 그 돌멩이가 혹시 뭔가 의미 있는 물건이었는지 생각하게 됐다. 인터넷에 ‘병원 창문 너머 빛’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해 봐도 관련 글이나 사례가 하나도 없었다.
가끔씩 새벽에 눈을 뜰 때면 그 희미한 빛과 그림자가 떠오른다. 그 빛이 도대체 어디서 온 건지, 그리고 나에게 무슨 뜻이었는지 아직도 알 수 없다. 어쩌면 그 빛은 내가 병원에 있을 동안 무언가를 지켜주려던 존재였는지도 모른다.
그냥 병원 창문 너머로 번쩍였던 희미한 빛이 나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인사일까. 아니면, 내가 모르는 누군가가 그곳에 머물러 있다는 신호일까. 그 생각을 하면 아직도 소름이 돋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