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야간 경계근무 중 들은 알 수 없는 속삭임
군대 야간 경계근무 중이었다. 주변엔 깜깜한 어둠만 가득했고, 바람 소리도 간간히 들려왔다. 나는 조용히 보초를 서며 주변을 살폈는데, 갑자기 귓가에 아주 희미한 속삭임 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아무도 없는데,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바람 소리겠거니, 아니면 내 상상일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 속삭임은 점점 또렷해지면서 내 이름뿐 아니라, 무언가 알 수 없는 말을 계속 내뱉고 있었다. 마음이 무거워지면서도 이상하게도 그 말에 귀를 기울였다.
내가 섰던 곳은 군부대 외곽이었고, 주변엔 아무도 없어야 했다. 라디오로 동료들과 교신했지만 특별한 이상신호는 없었다. 그럼에도 그 속삭임은 사라지지 않았다. 혹시 누군가 장난치는 것인가 싶어 주변을 살폈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속삭임은 점점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들리는 언어가 뭔지 알 수가 없었다. 마치 오래된 외국어 같기도 하고, 의미 없는 음절들의 조합 같기도 했다. 소리의 톤은 낮고, 매우 은밀한 느낌을 줬다.
나는 순간 발걸음을 옮겨 경계 근무 구역을 조금 벗어나 보려고 했는데, 이상하게도 속삭임도 나를 따라왔다. 심지어 내 이름을 부를 때는 아주 가까이에서 속삭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때부터는 공포감도 들고, 도망치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근무조 교대 시간이 되었지만 연락해 봐도 동료들은 아무런 이상을 감지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들 귀에는 전혀 들리지 않는 소리였다니, 이 모든 게 내 착각이었나 싶기도 했다. 그러나 내 귀에는 분명 그 소리가 계속 맴돌았다.
다음 날 상관에게 이런 경험을 이야기해 보았지만, 다들 장난치는 줄 알았다. 군대에서 그런 이야기는 대체로 믿기 어렵고, 이상한 이야기로 치부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나는 분명 그 밤에 무언가 이상한 걸 경험했음을 잊을 수 없었다.
내가 속삭임을 들었던 그 자리에는 오래전 사고가 있었던 지점이라는 이야기를 나중에 들었다. 과거 군인이었던 누군가가 그곳에서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는 소문이었다. 그럼 혹시 그 사람의 원혼이 내 이름을 부른 걸까? 그 생각에 등골이 오싹했다.
그 후로도 가끔씩 그 속삭임이 생각날 때가 있다. 아주 희미하게, 어딘가에서 나를 부르는 목소리처럼. 녹음기도 갖고 다니며 시도해봤지만 한 번도 녹음된 적이 없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내 경험을 믿지 않지만, 나는 분명 그 밤에 뭔가 알 수 없는 존재와 마주한 것 같다.
아직도 그 속삭임의 의미는 알 수 없고, 그 밤의 기억은 내 머릿속에 깊이 남아있다. 혹시 군대 야간 경계근무를 서는 누군가가 비슷한 경험을 한다면, 그건 그냥 바람 소리가 아닐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