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문 앞에 놓인 신발들이 자꾸 바뀌어 있다
며칠 전부터 시골집 문 앞에 놓인 신발들이 자꾸 바뀌어 있었다. 분명히 내가 신던 운동화가 있었는데, 어느 날 보니까 낡은 슬리퍼로 바뀌어 있고, 또 며칠 뒤에는 전혀 본 적 없는 작은 아이 신발이 놓여 있었다.
처음엔 그냥 내가 잘못 본 줄 알았다. 혹시 누가 장난을 치는 건가 싶어서 주변을 둘러봐도 아무도 없었다. 부모님께 물어봐도 신경 안 쓴다며 무덤덤했고, 동네 사람들에게도 이야기했지만 다들 “시골이라 그런가 별일 없다”는 반응뿐이었다.
그런데 신발이 바뀌는 빈도가 점점 잦아지고, 종류도 점점 이상해졌다. 어른 신발뿐 아니라 아이 신발, 심지어는 운동화가 아닌 구두나 샌들이 섞여 있었다. 가끔은 신발 한 켤레가 두 개씩 놓이기도 했다. 누가 일부러 놓는 거라면, 너무 이상한 장난 같았다.
어느 날 저녁에 집에 돌아와서 현관문을 열었는데, 신발이 또 바뀌어 있었는데 이번엔 정말 이상했다. 내가 마지막으로 신었던 낡은 운동화 옆에 오래된 구두 한 켤레가 놓여 있었는데, 그 구두는 분명히 누군가가 신던 신발 같았다. 단단히 닦여 있었고, 발 냄새 같은 것도 났다.
궁금해서 주변을 살폈는데, 시골이라 밤이 매우 조용했다. 멀리서 까마귀 우는 소리만 들리고, 바람에 나무 잎이 스치는 소리가 전부였다. 그때 문득 뒷집 할머니가 “옛날에 이 마을에 돌아가신 분들이 집 근처를 어슬렁거리곤 했대”라는 말이 생각났다.
며칠 뒤, 신발이 바뀌는 걸 직접 목격했다. 밤 11시쯤, 현관문 앞에 불빛 하나 없이 걸어 나갔다가, 신발 한 켤레가 순간 사라지고 다른 신발이 그 자리에 나타나는 걸 봤다. 그 순간 너무 무서워서 얼른 집 안으로 들어왔다. 손에 식은땀이 났다.
그 이후로 나는 문 앞 신발을 일부러 밖에 내놓지 않았다. 그런데 아침마다 신발이 하나씩 집 안 깊숙한 곳으로 옮겨져 있었다. 게다가 신발에 낯선 흙이 묻어 있었는데, 그 흙은 우리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붉은빛을 띠고 있었다.
가끔은 신발들이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현관문 쪽을 바라보고 일렬로 놓여 있는 경우도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기괴해서 아무리 이성적으로 생각해도 설명이 안 됐다. 부모님은 “그냥 네 상상일 뿐”이라고 하셨지만, 나는 점점 밤에 밖에 나가기 무서워졌다.
이상한 건, 신발들이 바뀔 때마다 집 안에서 이상한 소리도 들렸다. 바람 소리 같기도 하고, 누군가 살짝 발자국을 남기는 듯한 가벼운 소리였다. 누구에게 이야기해도 다들 웃어넘기지만 나는 점점 이 상황이 현실 같지 않았다.
며칠 전에는 신발들 사이에 낡은 쪽지가 하나 끼어 있었다. 그 쪽지에는 “우린 이 집을 기억해...”라는 글자가 삐뚤빼뚤하게 적혀 있었다. 그날 밤부터 나는 시골집 문 앞을 절대로 쳐다보지 않고 있다. 신발들이 또 바뀌었는지, 아니면 그 누구도 오지 않았는지조차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