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 냉장고 문이 밤마다 스스로 열리는 이유
얼마 전부터 내 원룸 냉장고 문이 밤마다 스스로 열리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면, 자려고 불 끄고 누우면 한두 시간 뒤쯤에 '득' 하는 소리와 함께 냉장고 문이 삐걱거리며 열렸다가, 다시 서서히 닫혔다. 처음엔 그냥 바람 탓인가 싶었는데, 그게 이틀, 사흘 계속되니까 도저히 무시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너무 놀라서 직접 냉장고 옆에 엎드려서 감시도 해 봤다. 근데 아무도 없는데, 누가 문을 당기는 것처럼 삐걱거리는 소리만 나고 실제로 누가 만지는 장면은 못 봤다. 게다가 문이 열리고 닫힐 때 냉장고 내부 빛이 깜빡깜빡 켜졌다 꺼졌다 하는 게 너무 으스스했다.
그래서 인터넷에 "냉장고 문 스스로 열림" 같은 키워드로 검색해 봤다. 대체로 온도 차나 냉장고 문 틈의 압력 문제 때문이라고 나오긴 했는데, 우리 집 냉장고는 최근에 새로 산 거라 그런 문제가 없다는 점, 그리고 문 열릴 때 나는 소리가 너무 묘하게 사람 손길 같다는 게 찜찜했다.
며칠 뒤엔 내가 자는 방에서 불빛이 자꾸 반짝이는 것 같아서 휴대폰 불빛 켜고 돌아다녀 봤는데, 냉장고 내부 불빛이 아니면 방 안 어디서도 그 빛이 똑같이 깜빡이지 않았다.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잠을 거의 못 자서 멍한 머리로 그냥 넘겼다.
그러던 어느 날, 냉장고 문이 열릴 때마다 냉장고 속에서 희미한 속삭임 같은 소리가 들리는 거였다. 정말 소름 돋는 경험이었다. 문 열리고 닫힐 때마다 "여기 있어요... 나 여기 있어요..." 하는 듯한, 거의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너무 무서워서 그날은 도저히 못 자고 방 바깥에서 기다렸다.
그날 밤, 불안을 참지 못하고 냉장고 문을 완전히 분리해 보려고 했다. 그런데 문을 분리하려고 문 앞에 손을 뻗는 순간, 냉장고 속에서 갑자기 찬바람이 아닌 뜨끈한 공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망설였던 찰나에 냉장고에서 아주 작은 손 모양의 흔적 같은 게 안쪽 문 틈에 묻어 있는 걸 발견했다.
그 손자국은 분명히 내 피부가 아니라, 뭔가 이상하게 축축하고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느낌이었다. 서둘러 냉장고 문을 닫고 문을 완전히 잠가버렸다. 그리고는 집 안의 모든 전자기기를 끊고 잠을 청하려 했다. 그런데 그날 밤,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이상한 장면이 떠올랐다.
꿈속에서 나는 그 냉장고 안에 갇혀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 혹은 무언가가 내 이름을 부르며 문 틈 사이로 비집고 나올 듯 말 듯 내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깨어나 보니 이불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고, 냉장고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하지만 그때부터는 냉장고 문 열림 소리도, 속삭임도 완전히 멈췄다.
지금도 가끔 그 냉장고 앞에서 불빛이 깜빡거릴 때면, 내가 허공에 대고 "괜찮아?"라고 중얼거리는 자신을 발견한다. 사실 나는 아직도 그 원룸 냉장고가 왜 밤마다 혼자 열렸는지, 그 안에 뭐가 있었는지 정확히 모르겠다. 다만, 그 문이 한 번 더 열렸다면 내 인생도 달라졌을 거란 생각이 든다.
원룸 냉장고 문이 밤마다 스스로 열리는 이유. 아마 그 안에 나 말고도 누군가가, 혹은 무언가가 살고 있었던 것 아닐까. 그리고 그 존재만큼은 절대로 내 일상에서 나오고 싶어 하지 않았던 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