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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안에 남겨진 낯선 여권 한 장의 정체

2026-05-20 20:29:16 조회 11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한밤중에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평소처럼 기사님과 가벼운 대화를 나누며 창밖을 보는데, 갑자기 운전석 옆 바닥에 빛바랜 여권 한 장이 떨어져 있는 걸 발견했다. 분명히 내 것이 아닌데, 누가 이 시간에 택시 안에 여권을 두고 내렸을까 싶어 순간 마음이 묘하게 긴장됐다.

기사님께 "이거 누군가 두고 내린 것 같아요"라고 말하자, 그는 한숨을 쉬며 "요즘 택시 잃어버린 물건 많아요. 도와줄까요?"라는 반응을 보였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그냥 경찰서에 맡기는 게 좋겠죠?'라고 답했고, 기사님은 잠시 고민하다가 그러자고 했다.

택시가 집 근처에 도착했지만, 나는 왠지 쉽게 내릴 수가 없었다. 여권을 유심히 보니 표지에는 낯선 나라 글자가 적혀 있었고, 이름도 우리가 잘 모르는 발음이었다. ‘이 사람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 때 기사님이 갑자기 자기가 이 근처에서 이상한 일을 겪었다고 했다. "며칠 전에도 이 택시에 비슷한 여권이 하나 떨어졌는데, 그때도 아무도 찾으러 안 왔어요. 근데 그 이후로 이상한 일들이 계속 생기더라고요." 그는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궁금증이 더해져서 "무슨 이상한 일이요?"라고 묻자, 기사님은 잠시 침묵하다가 "택시 내부에 누군가 지켜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고, 밤마다 누군가 전화하는 것 같은 소리도 들려요. 게다가 그 여권을 주운 이후로 한참 동안 손님들이 전혀 없었어요."라고 털어놓았다.

나는 조금 무서웠지만, 여권을 그냥 두는 것도 찜찜해서 넌지시 '혹시 저 여권에 뭔가 불길한 사연이 있는 건 아닐까요?'라고 말했다. 기사님은 씁쓸한 표정으로 "모르겠어요. 다만 이 근처에서 과거에 어떤 사고가 있었고, 그때 실종된 여행자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어요."라고 답했다.

심장이 쫄깃해지면서 나는 여권의 유효 기간을 봤다. 이미 몇 년 전 만료된 것이었고, 주소는 택시가 지나가는 지역과는 전혀 관련 없는 외국 도시였다. '설마 정말 그 여행자가 아직도...?'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 순간 택시 내부의 작은 후미등이 깜빡이기 시작했고, 기사님과 나는 동시에 숨을 죽였다. 평소에는 절대 그런 일이 없었는데, 누군가가 여권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서 그런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급하게 여권을 주머니에 넣고 내렸다.

집에 돌아와서도 머릿속에 그 여권과 기사님의 이야기가 계속 맴돌았다. 혹시라도 누군가 나처럼 그 여권을 두고 내리지 않길 바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낯선 사람의 행방을 알고 싶어졌다. 하지만 분명한 건, 택시 안에 남겨진 그 여권 한 장은 단순한 잃어버린 물건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며칠 뒤, 인터넷에서 우연히 그 여행자의 이름과 비슷한 사람이 오래전 실종되었다는 기사를 봤다. 그리고 그 기사의 댓글에는 ‘여권을 찾았다는 사람이 있다’는 글이 남겨져 있었다. 누가 그런 댓글을 단 걸까. 이제는 쉽게 그 여권을 떠올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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