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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비 대신 받은 오래된 사진 한 장

2026-03-27 16:29:13 조회 0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어느 날 새벽, 나는 술에 취해 택시를 탔다. 집 근처까지 갈 거라 애초에 택시비를 넉넉히 준비하지 않아 거스름돈은 당연히 못 받을 줄 알았다. 그런데 기사가 사과하며 “택시비 대신 이거 받으세요”라며 내민 게 바로 오래된 흑백사진 한 장이었다.

택시비로 내기엔 너무 낡고 묘하게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었다. 사진엔 낯선 남녀가 함께 있었다. 둘 다 50년대쯤 입었을 법한 옷을 입고, 어딘가 쓸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차마 사진을 바로 돌려줄 수도 없고, 그래서 그냥 받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 사진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줄지 전혀 몰랐다.

집에 와서 불빛 아래 사진을 자세히 살펴봤다. 아무도 알아볼 수 없었지만, 사진 뒷면에 희미하게 적힌 글씨가 눈에 띄었다. ‘우리가 함께했던 마지막 밤’이라는 문장이었다. 소름이 돋았지만, 대체 무슨 사연이 있을지 궁금증이 생겼다.

며칠 후 우연히 사진 속 배경과 비슷한 장소를 동네에서 발견했다. 낡은 카페 건물 앞에서 찍은 듯한 사진이었다. 그 카페는 지금도 같은 자리에서 영업 중이었다. 호기심에 카페 사장님께 사진 이야기를 꺼냈는데, 사장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그는 사진 속 여자가 자신의 할머니라고 했다. 그리고 남자는 할머니가 사랑했던 사람이었는데, 갑작스레 사라져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고 했다. 할머니는 그 남자를 평생 기다렸고, 사진이 그들의 마지막 모습을 담고 있다고 전해들었다고.

그 말을 듣고 나서부터 난 가끔 그 사진 속 남자를 꿈에서 보게 됐다. 흐릿하지만 그 남자의 눈빛은 어딘가 슬프면서도 간절했다. 이상하게도 꿈에서 깨어나면 택시비가 모자랐던 그 밤의 기억이 더 생생하게 떠올랐다.

사진을 받은 그 이후로 택시를 탈 때마다 새벽길에서 누군가가 내 자리 옆에 앉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돌아보면 아무도 없었다. 사람들은 “그냥 취해서 착각하는 거 아니냐”고 하지만, 나는 그 사진이 뭔가 내게 말을 걸고 있다고 믿게 됐다.

가끔은 그 남자의 슬픈 표정이 내 마음에 비춰지는 듯 느껴져 기분이 묘했다. 택시비 대신 받은 이 오래된 사진 한 장이, 나에게는 단순한 사물이 아니라 누군가의 이야기이자 잊힌 시간 속 한 조각인 셈이었다.

그리고 어느 날, 우연히 다시 사진을 자세히 보다가 깨달았다. 두 사람의 얼굴 위에 아주 희미하게 무언가가 덧그려져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그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듯한 작은 그림자 같은 흔적이. 그걸 본 순간, 마음 한편에 묘한 두려움이 스며들었다.

결국 나는 그 사진을 다시 택시 기사에게 돌려줘야 할지 고민하게 됐다. 그러나 그 자리에서 사라지면 이 이야기도, 그들의 마지막 밤도 영영 잊힐 것 같았다. 그래서 아직도 나는 그 사진을 책상 위에 두고, 가끔씩 꺼내 보고는 한다. 밤이 깊어질수록, 그 남자의 눈빛이 내게 무언가를 속삭이는 듯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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