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주차장 옆 벽에 새겨진 알 수 없는 손자국
얼마 전 밤늦게 일 끝나고 지하주차장에 갔는데, 옆 벽을 보다가 좀 이상한 걸 발견했어. 뭔가 손자국 같은 게 잔뜩 새겨져 있더라고. 처음엔 그냥 누가 장난친 줄 알았지. 그런데 그 손자국들이 너무 이상했어. 크기도 제멋대로고, 벽 표면에 깊게 파여 있어서 왠지 그냥 손자국 같지가 않았거든.
그 지하주차장은 원래도 좀 불빛이 희미한 편인데, 그 벽 쪽은 특히 더 어두웠어. 그래서 이름 모를 기분 나쁜 찝찝함이랄까, 그런 게 확 들었지. 그날따라 뒤에서 누군가 지켜보는 느낌도 들었고, 급히 차로 들어가려는데 손자국들이 계속 눈에 밟혀서 도저히 무시가 안 되더라.
다음 날 아침, 퇴근하고 돌아오면서 다시 그 벽을 봤는데 손자국이 전날보다 더 많아졌단 걸 느꼈어. 분명히 누구도 지나가지 않은 시간대였는데, 새로 생긴 자국들이 섬뜩하게 늘어난 거야. 그걸 본 순간, 이게 그냥 사람이 낸 자국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좀 더 가까이 가서 살펴보려고 했는데, 손자국 중 하나가 유난히 또렷했어. 손바닥 크기만 했는데, 누가 힘주어 긁은 것처럼 뾰족한 자국도 있었고, 손가락 끝 부분만 찍힌 듯한 자국은 흡사 뭔가를 간절히 붙잡으려는 느낌이었어. 기분이 이상해서 그 자리에서 얼른 물러났지.
이후에 인터넷 검색도 해보고, 같은 건물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물어봤는데 그런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고 하더라. 게다가 CCTV에도 이상한 움직임은 찍히지 않았어. 이상한 점은 손자국이 새겨진 벽이 원래는 콘크리트가 아닌 금속 재질로 된 벽면이라는 거야. 아무리 힘을 줘도 저렇게 깊게 파이는 게 쉽게 상상이 안 됐으니까.
며칠 동안은 매일 그 주차장에 갈 때마다 불안했어. 손자국이 점점 더 번져나가고 있는 것 같았거든. 분명 어느 순간부터는 벽 전체가 손자국으로 덮일 기세였어. 누구한테 얘기하려 해도 ‘장난이겠지’, ‘피곤해서 그런 상상하는 거 아니냐’는 말만 돌아와서 혼자서만 점점 더 의심만 커졌지.
결국 참을 수 없어서 직접 손자국에 손을 대봤는데, 차갑고 습기 낀 느낌이랄까, 뭔가 살아있는 것처럼 미묘하게 움찔하는 감각이 느껴졌어. 그 순간 갑자기 차가워진 바람이 훅 들어오면서 주변 불빛이 살짝 흔들리더라고. 기분 탓인 줄 알면서도 등골이 서늘해졌어.
그 후론 그 벽 근처로는 절대로 안 가게 됐어. 가끔 지나가다 보면 벽에 새겨진 손자국이 어찌 보면 사람 손 같다가도, 가끔씩은 뭔가 비정상적으로 길게 늘어진 손가락 모양으로 변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 착각이 들 때가 있거든.
그 주차장의 관리사무소에 문의해 봤는데, 그 벽은 오래전 지어진 건물의 흔적이라 별다른 공사가 없었고, 손자국 같은 건 본 적 없다고 하더라고. 심지어 벽 속은 꽉 막혀 있어서 누가 들어갈 수도 없다고 했다니 더 미스터리였어.
이제는 그 벽 앞을 지날 때마다 왠지 모르게 누군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어. 사실은 손자국들이 점점 나한테 가까워지고 있는 건 아닐까, 밤마다 그 벽에서 무언가가 나를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자꾸 머릿속을 맴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