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 옥상에서 발견한 오래된 어린이 발자국
원룸 옥상에 올라갔다가 이상한 걸 발견했다. 흰 페인트 바닥 위에 작고 또렷한 어린이 발자국이 찍혀 있었던 거다. 분명히 몇 년째 이 건물에 살고 있는데, 옥상은 거의 안 올라가서 몰랐다. 근데 그 발자국은 분명 옥상 전체에 불규칙하게 퍼져 있었고, 가장 신기한 건 발자국들이 시간이 많이 지난 듯 흐릿해 보이면서도 지워지지 않고 남아 있었다는 것이다.
처음엔 누가 장난친 줄 알았다. 혹시 누가 페인트 바른 다음에 뛰어다닌 걸까 싶어 옥상 주변을 살폈는데, 페인트가 바른 흔적도 없고, 발자국 옆에는 어떤 흔적도 없었다. 건물 관리인이나 이웃에게 물어봐도 옥상에 사람이 올라간 적이 없다고 했다. 그때부터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에도 호기심이 계속 돋아 옥상에 올라갔다. 이번엔 발자국을 따라 조심스레 걸었다. 발자국은 마치 누군가가 뛰어다닌 것처럼 여기저기 퍼져 있었는데, 중간중간 멈춰서 쳐다보면 바람도 전혀 없는 날씨였는데도 이상한 냉기가 느껴졌다. 그리고 그 발자국들 중에는 발걸음 크기가 다른 것도 있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발자국들이 건물 옥상의 한쪽 구석에서 조금씩 사라지는 것처럼 보여 그 방향으로 다가가 보니 옥상 벽에 오래된 작은 창문이 있었다. 그 창문 너머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창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근데 그 창문 주변 벽면엔 아이들이 뛰노는 소리가 멀리서 들리는 것 같이 미묘하게 들리는 소음이 있었다.
그날 이후로도 며칠 동안 매일 밤 옥상을 확인해 봤다. 발자국은 그대로 있었고, 그 발자국들이 방향을 바꾸기도 하면서 옥상 구석 구석을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혹시 이게 옛날에 여기서 살던 아이의 흔적인 걸까 하는 생각에 인터넷도 뒤져봤다. 그런데 이 건물이 세워지기 전 이 부지에서 어린이가 사고를 당했다는 오래된 신문 기사가 하나 있었다.
기사는 아주 짧았지만, 어린아이가 옥상 쪽에서 실종되었다가 며칠 뒤 시신으로 발견되었다는 내용이었다. 그때는 그 사건이 그 부지에 대해 사람들이 꺼려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신문도 몇 줄 안 되고 흐지부지 넘어갔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듣고 나니 더욱 더 무서워졌다. 발자국이 혹시 그 아이가 옥상에서 계속 다니고 있다는 증거는 아닐까? 나는 더 이상 혼자서 옥상에 올라가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발자국들은 계속 그대로 있었다. 지워지지도 않았고, 새로 생기지도 않았다.
어느 날 친구가 놀러 와서 함께 옥상에 올라갔다. 친구에게 발자국을 보여주자 친구가 갑자기 나지막이 말했다. "저거 혹시 우리 어린 시절 발자국 아닐까?" 알고 보니 그 건물에 오래 전에 살던 아이들이 옥상을 놀이터처럼 쓰던 때가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아이들은 전부 이사 갔고, 혹은 세월이 흘러 다 잊혀졌다고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나는 가끔씩 옥상에 올라가 발자국을 본다. 아이들이 뛰놀던 그 시절로 가는 문 같기도 하고, 누군가는 아직도 그 발자국을 따라 이곳을 맴돌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가끔은 밤에 창문 쪽에서 아이 웃음소리가 희미하게 들리기도 한다.
원룸 옥상에서 발견한 오래된 어린이 발자국은 지금도 그대로 남아 있다. 누군가 이 흔적을 지우려고 해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발자국은 단순한 흔적이 아니라 옥상에 머무는 누군가의 기억과 존재 그 자체일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