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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기 온 것 같아도 사랑은 식었을까

2026-05-23 19:12:12 조회 15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요즘 들어 우리 사이는 왠지 예전 같지 않다. 함께하는 시간은 그대로인데, 뭔가 마음 한 켠이 허전하다. 처음엔 그냥 바빠서 그런가 싶었는데, 며칠 전 카톡 대화로 알게 됐다. “오늘 뭐 해?” 라는 내 질문에 그는 “그냥 쉬어”라고 짧게 답했는데, 그 뒤로도 말수가 확 줄었다.

며칠 전 밤, 집에서 둘이 빈둥거리는데 나는 슬쩍 이렇게 물었다. “우리 요즘 좀 어색한 것 같지 않아?” 그랬더니 그는 휴대폰을 내려다보다가 천천히 말했다. “응, 그런 것 같아. 나도 느낌이 이상해.”

사실 이런 대화가 오가는 게 낯설었다. 권태기라는 말을 들으면 막연히 ‘사랑이 식는 거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생기기 마련인데, 이게 정말 그런 건지 우리도 헷갈렸다. 그런데 ‘이상해’라는 말 속에는 분명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뭔가 변했고, 그걸 인정하기 싫은 마음이 엿보였다.

그 다음날, 일상 속에서 작은 변화를 시도해봤다. 평소처럼 카페에 가서 “우리 오랜만에 데이트 기분 내볼까?”라고 말했는데,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좋아, 그래보자”라고 했다. 그런데 그날 대화는 조금 어색했고, 우리 둘 다 뭔가를 말하려다가 멈추는 순간이 많았다.

사랑이 권태로 변하는 순간은 아마 눈에 보이지 않게 조금씩 스며드는 것 같다. 어떤 날은 말없이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는데, 지금은 그 침묵이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우리가 이렇게 멀어질까?”라는 생각에 마음이 자꾸 무거워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도 그 사람이 많이 좋다. 그래서인지 권태기의 냉랭함이 곧 ‘사랑이 식은’ 증거일까 하는 의심마저도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다. 한편으로는 우리가 서로에게 익숙해진 그 틀이 낯설어진 것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우리, 조금씩 다시 시작해볼까?”라는 내 말에 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가끔은 무엇보다 솔직한 대화가 가장 큰 위로가 된다. 그저 서로가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 것 같다.

이런 과정이 있으니 우리가 더 단단해질 수 있을까? 권태기가 지나면 어떤 감정이 깃들게 될지 궁금하다. 사랑이라는 게 꼭 불타오르는 순간만으로 완성되는 건 아니니까. 때론 가만히 서로의 온기만 느끼는 시간이 필요한 걸지도 모른다.

아직 끝이 아닌, 어쩌면 새로운 시작인지도 모를 그 사이에 서서 나는 오늘도 조용히 생각한다. “사랑이 식은 게 아니라, 사랑이 달라진 거라고 믿고 싶다.” 그렇게 두 사람의 이야기는 계속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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