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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자꾸 본 적 없는 명함이 책상 위에 놓였다

2026-05-24 16:29:59 조회 18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병원에서 자꾸 본 적 없는 명함이 책상 위에 놓였다. 처음에는 내가 깜빡했나 싶었다. 보통 내 물건이나 환자 관련 서류들이 놓이는 자리인데, 그날따라 분명히 없던 명함 하나가 조용히 올라와 있었다.

명함에는 ‘이준석, 정신 상담 전문가’라는 이름과 함께 병원 주소가 적혀 있었다. 문제는 이 ‘이준석’이라는 사람이 우리 병원 직원 명단 어디에도 없다는 점이었다. 혹시 환자가 놓고 갔나 싶어 살펴봐도, 병원 내에 그런 환자 기록도 없었다.

처음에는 누군가 장난을 친 건가 했다. 그래서 내가 직접 병원 보안 카메라를 돌려봤지만 이상한 점은 없었다. 아무도 내 사무실 근처에 출입하지 않은 것으로 나왔다. 그런데도 그 명함은 매일 아침 내 책상 위에 나타났다.

나는 점점 신경이 쓰여서 동료들에게 이 얘기를 했지만, 아무도 믿지 않았다. “스트레스 받아서 헛것 보이는 거 아니냐”, “그냥 놔둬라, 무서워할 거 없다고”라는 얘기뿐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명함이 점점 변한다는 데 있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명함이었는데, 다음 날 보니 뒷면에는 ‘상담 예약 필수’, 또 다른 날에는 짧은 메모가 적혀 있었다. ‘마음의 문을 열면 길이 보인다’ 같은 이상한 문구들이었다. 분명히 누군가가 써서 놓은 것 같았지만, 명함을 만져보면 보이지 않는 힘이 느껴지는 듯했다.

나는 급기야 밤에 병원에 혼자 남아서 그 명함 주변을 지켜봤다. 그런데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고, 시간이 흐르자 명함은 갑자기 사라졌다. 다만 그날 이후부터 내 꿈에 항상 한 사람이 나타났다. 흰 가운을 입은 중년 남자였는데, 이름이 ‘이준석’이었다.

꿈속에서 그는 “마음이 아픈 자들이 많다. 내가 도와줄 수 있다”고 말했다. 기분은 묘했지만, 이상하게도 그 꿈을 꾸고 나면 속이 조금 후련해졌다. 그래서 혹시 내 무의식이 만든 환영인가 싶기도 했지만, 현실에서 명함이 매일 나타나는 건 설명할 길이 없었다.

며칠 뒤, 병원 근처 작은 카페에서 우연히 그 이름이 적힌 책자를 발견했다. ‘이준석 정신 상담 전문가’가 운영하는 상담 센터 광고였는데, 거기엔 “진짜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사람”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그때부터 나는 조금씩 생각했다. 혹시 내가 놓친 어떤 신호일까, 아니면 정말 누군가가 내게 보내는 메시지일까 하고.

어느 날 아침, 또 명함이 놓여 있을 줄 알았는데 이번에는 없었다. 대신 그 책상 위에 작은 노트 한 권이 놓여 있었다.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마음의 문을 연 자, 그 길을 걷게 되리라.” 나는 그 말을 읽고, 병원의 고요한 복도를 바라보았다.

명함은 더는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 가끔씩 내 사무실 책상 위에 누구도 모르게 놓여 있을지 모를 ‘누군가의 작은 흔적’을 떠올리곤 한다. 그리고 마음 한 켠에는 아직도 그 ‘이준석’이라는 이름이 흐릿하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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