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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응급실 앞에서 본 이유 모를 그림자

2026-03-28 04:29:14 조회 0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병원 응급실 앞에서 그 그림자를 처음 봤을 때, 나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병원에 들른 것뿐이었다. 할머니께서 갑자기 쓰러지셔서 서둘러 응급실로 달려간 그날 밤, 밖은 이미 어둠이 짙게 깔려 있었다. 그리고 응급실 출입문 근처, 희미한 조명 아래에서 뭔가 검은 형체가 느릿느릿 움직이고 있었다.

그림자는 사람의 실루엣처럼 보였지만, 이상하게도 너무나도 형태가 불분명했다. 손이나 얼굴 같은 구체적인 부분 없이 그저 까만 연기 덩어리가 바닥을 스치는 듯한 느낌이었다. 나는 처음엔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나 싶어 별 생각 없이 쳐다봤는데, 이상하게도 그 그림자는 내 시선을 피해 구석으로 슬금슬금 옮겨갔다.

응급실 내부에서는 고함소리와 기계음이 뒤섞여 있었지만, 그 그림자는 마치 그 소리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조용히 움직였다. 나는 할머니 상태 때문에 정신이 없었지만, 자꾸만 그 그림자가 신경 쓰였다.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그걸 못 본 건지 혹은 못 본 척 하는 건지, 모두 바쁘게 드나들 뿐이었다.

잠시 후, 병원 직원이 급하게 응급실 문을 열고 나오면서 그 그림자 바로 옆을 스쳤다. 그런데 직원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고, 잠시 동안 그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가 급히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그 모습을 봤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왜 누군가는 뭔가를 본 것 같은데, 말하지 않는 걸까 하는 의문만 컸다.

시간이 지나 할머니 상태가 좀 나아져서 병실로 옮겨진 후, 나는 다시 응급실 앞을 지나쳐 나왔다. 그런데 그 그림자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이번에는 더 또렷하게 보였는데, 자세히 보니 그냥 그림자가 아니었다. 그 검은 형체 안에서 뭔가 알 수 없는 눈 같은 게 빤히 빛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사람이라면 있어서는 안 될 그런 느낌이었다. 나는 서둘러 그 자리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마치 그림자가 날 따라오는 것처럼 느껴져 계속 뒤돌아보게 됐다. 그리고 그 그림자가 보이지 않게 사라진 뒤에도 마음 한구석에선 계속 무언가 쫓기고 있다는 기분이 사라지지 않았다.

며칠 후, 나와 같은 시간대에 그 응급실을 지나간 지인이 그 그림자를 봤다고 했다. 그는 내게 말했다. “거기서 본 그 그림자, 아주 오래 전에 그 병원 앞에서 희생된 사람이 남긴 잔상이래.” 그 말을 듣고 등골이 오싹해졌다. 희생이라니, 그 병원 앞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인터넷에서 대충 찾아보니, 몇 년 전 그 병원 근처에서 이상한 사고가 있었고, 당시 희생자들이 제대로 된 사과나 해결도 없이 사건이 묻혔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 이후로 응급실 앞에서 이상한 그림자나 소리가 들렸다는 목격담들이 간간이 올라왔다고 한다. 어쩌면 그 그림자가 그 씁쓸한 흔적일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가끔 병원 앞을 지날 때면 일부러 눈길을 돌리게 된다. 왜냐하면 그 그림자가 다시 나타날까 봐 두려운 마음 때문이다. 분명히 그 그림자는 단순한 그림자가 아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곳에서 떠나지 못한 무언가, 혹은 누군가가 맴돌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도 나는 가끔 그 병원 응급실 앞에서 몸을 움츠리며 걷는다. 명확한 이유를 알 수 없는 그 존재가 언제 어디서 다시 모습을 드러낼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날 밤 본 그 이유 모를 그림자는 어쩌면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그래서 더 무서운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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