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헛간 문이 저절로 열리는 밤
어느 날 밤, 시골집에 내려가 잠을 청하려 했는데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헛간 문이 갑자기 '덜커덕' 소리와 함께 저절로 열려 버린 거다. 바람이라도 든 건가 싶어 나가서 확인해보려고 했는데, 그때부터 이상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헛간은 집에서 꽤 떨어진 곳에 있고, 평소엔 아무도 근처에 가지 않는다. 근데 그날은 문이 열린 채로 헛간 안에서 뭔가 움직이는 소리가 미세하게 들려왔다. '누군가 숨어 있나?' 하는 생각에 등골이 서늘해졌다.
나는 휴대폰 불빛을 켜서 조심스레 헛간 안을 들여다봤다. 그런데 아무것도 없었다. 그냥 오래된 농기구들이 놓여 있고, 먼지만 쌓여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문이 왜 열려 있었는지는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바람 한 점 없는 날이었고, 문은 꽤 무거운 철제였다.
그때부터 내 머릿속에 여러 생각이 맴돌았다. 혹시 할아버지가 남겨둔 무언가가 헛간에 있다는 소문이 떠올랐다. 어릴 때 들은 이야기 중에는 "그 헛간 문이 저절로 열릴 때면 뭔가를 알리려는 영혼의 신호"라는 말도 있었다. 그때는 그냥 옛날이야기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며칠 후에도 같은 일이 반복됐다. 밤 11시쯤이면 어김없이 헛간 문이 삐걱거리며 열린다. 그리고 이번엔 문이 활짝 열리면서 안에서 어떤 바람도 아닌 냉기가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 손을 내밀면 닿을 듯한 서늘한 기운이 객관적으로도 느껴질 만큼 생생했다.
불안에 잠긴 나는 주변 이웃에게도 물어봤다. 유명한 이야기는 없다더니, 그 대신 예전 헛간에 살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으로 무언가를 숨겼다는 소문은 들었다고 했다. 그 무언가가 헛간 문이 스스로 열리는 이유일지도 모른다는 추측만 남았다.
한밤중에 다시 헛간 문 앞에 서서 바라보던 순간, 문이 저절로 열리면서 얼마간 빛줄기가 헛간 안에서 살짝 새어나왔다. 그 빛은 너무 희미해서 뭔지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분명히 뭔가 중요한 것이 감춰져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결국 나는 용기를 내어 다음 날 낮에 헛간 안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오래된 상자와 낡은 물건들 사이에서 나무 상자를 하나 발견했다. 그런데 상자를 여는 순간, 갑자기 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헛간 문이 '쾅' 닫히는 소리가 났다. 순간 등골이 오싹했다.
그 후로 헛간 문이 저절로 열린 밤이 다시는 없었다. 다만 그 상자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는 사실만이 나를 불안하게 했다. 아무것도 없는데 왜 문이 열리고 닫혔던 걸까? 그때 그 고요했던 시골집 밤하늘 아래서 들린 문 소리는 아직도 가끔 꿈에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