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내부에 자꾸 찍히는 희미한 얼굴
얼마 전부터 우리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엘리베이터 내부 거울에 희미한 얼굴이 자꾸 찍히는 거다. 처음엔 카메라 화질 문제겠거니 했는데, 매번 똑같은 위치에, 희미하지만 분명 사람 얼굴인 형체가 나타났다. 이상해서 CCTV를 확인해 봤지만, 밖에 설치된 카메라에는 전혀 그런 장면이 없었다.
이상한 점은 그 얼굴이 사람마다 다르지 않고 한결같이 비슷한 모습이라는 거였다. 긴 머리에 흐릿한 눈과 입술, 마치 오래된 흑백사진 속 인물 같다. 시간대도 일정하지 않고 아침이든 저녁이든 가릴 것 없이 나타났다. 심지어 엘리베이터 문이 열릴 때마다 그 얼굴이 잠깐씩 더 또렷해지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누가 장난친다’는 생각에 입주민 게시판에 글도 올렸다. 그러나 다들 뭐 별일 없다는 반응뿐이었다. 오히려 “괜히 신경 쓰지 마라”는 말이 돌아오면서 나만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았다. 엘리베이터 관리사무소에 연락했지만, 카메라 점검 결과 아무 문제도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며칠 전, 엘리베이터에 혼자 탔을 때 그 희미한 얼굴이 거울에 분명히 나타났다. 순간 깜짝 놀라 뒤돌아봤지만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다음 층에서 내리려는데 문 앞에서 누군가 기다리는지도 모르게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그때 마음속에서 이상한 목소리가 속삭이는 것 같았다.
“왜 나를 봐주지 않는 거야?” 아주 희미한 속삭임이었다. 손이 떨려서 휴대폰 카메라를 켜고 다시 한 번 거울을 비춰봤다. 휴대폰 화면에서는 분명히 그 얼굴이 더 선명하게 보였다. 내가 보는 눈과 카메라가 포착하는 것이 다르다는 걸 그때서야 깨달았다.
조사해 보니, 예전에 이 아파트가 세워지기 전 이 부지에는 어느 오래된 양옥집이 있었다고 한다. 그 집에서는 수십 년 전 어떤 어린 소녀가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가 전해졌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그 소녀의 영혼이 이 엘리베이터에 묶여 있다고 믿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 얼굴을 볼 때마다 불길한 기운을 느낀다고 했다. 어떤 이는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멈추면서 공포에 휩싸였고, 또 어떤 사람은 그날 밤 악몽에 시달렸다고 한다. 나도 그 이후로 엘리베이터 탈 때마다 불안해서 휴대폰으로 거울을 찍어보곤 한다.
하지만 웃긴 건, 그 희미한 얼굴은 카메라를 바라보는 사람한테만 보인다는 거다. 아무리 다른 사람과 같이 타도 그 사람이 휴대폰이나 거울을 통해 자세히 보려 할 때만 나타난다. 마치 나를 선택한 것처럼, 나를 응시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 소름이 돋는다.
요새는 엘리베이터를 탈 때마다 그 얼굴이 비칠까 봐 고개를 돌리거나 눈을 감아 버린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 안에 들러붙은 그 시선이 떠나지를 않는 게 느껴진다. 어쩌면 언젠가 그 얼굴이 더 짙어지고, 이 공간을 완전히 차지해버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직도 거울 속에서 희미하게 서성이는 그 얼굴이 내 이름을 부르는 것만 같다. 혹시 너희도 엘리베이터 탈 때 거울 한번 주의 깊게 봐봐. 어쩌면 그 희미한 얼굴, 너도 찍힐지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