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정원에서 매일 밤 나타나는 발자국의 주인
시골집 정원에서 매일 밤 나타나는 발자국의 주인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게. 이게 시작된 건 한 달쯤 전부터였어. 원래 시골집에 내려가면 조용해서 잠도 잘 오고 그랬는데, 어느 날 아침에 정원을 밟아보니까 이상한 발자국이 찍혀 있는 거야. 종류도 모르는, 사람 발자국 같진 않은데 꼭 누군가 지나간 흔적 같았지.
처음엔 그냥 동네 고양이나 들쥐가 남긴 흔적인가 싶었어. 근데 그 발자국 모양이 점점 이상해졌거든. 사람 발만 한데 발가락이 여섯 개 정도 되는 것처럼 보였어. 그리고 발자국들이 매일 아침 조금씩 움직여 있는 거야. 분명 밤새 생긴 흔적인데, 이게 무슨 일이냐 싶었지.
그래서 나는 카메라를 설치해봤어. 녹화 기능을 켜고 밤새 지켜봤는데 신기한 건, 영상엔 아무도 안 나왔다는 거야. 그 발자국이 찍히는 시간 동안 카메라 앞을 지나는 사람이나 동물은 전혀 없었어. 그런데 분명 발자국은 매일 밤마다 정원 여기저기에 새로 생기고, 아침이면 사라지더라고.
이상하다 싶어 가까운 이웃들에게 물어봤는데, 이 동네엔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이 없었어. 다들 시골이라 가끔 이상한 소리나 발자국은 생길 수 있다고 말했지만, 나처럼 매일 규칙적으로 생기는 경우는 없대. 그러면서도 나는 그 발자국을 볼 때마다 왠지 모를 찝찝함을 느꼈어.
특히 기억에 남는 밤은, 발자국이 새로 생기던 날 따라가봤을 때였어. 한밤중에 조심스레 정원으로 나갔는데, 바람 소리 말고는 아무 소리가 안 났어. 근데 한 발자국에서 다른 발자국으로 천천히 움직이다가 갑자기 멈춘 느낌이었달까. 그 순간 반짝이는 뭔가가 달빛 아래서 살짝 번쩍였다는 느낌이 들었어.
그 뒤론 내가 시골집에 있을 때마다 이 이상한 일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어. 발자국을 보면 왠지 혼자 있는 게 아니라 누군가가 계속 지켜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더라고. 다행히 피해나 이상한 일은 없지만 기분 탓인지 밤에 정원 쪽을 쳐다보면 늘 시선이 느껴졌어.
며칠 전에는 다시 정원에 나가서 발자국이 찍힌 곳을 만져봤어. 흙은 말랐고, 발자국이 생긴 흔적이 가득했는데 손가락 닿는 느낌이 이상하게도 서늘했어. 그 순간 무언가가 바로 내 뒤에서 살짝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지. 놀라서 뒤돌아봤는데 아무것도 없었어.
그 이후로는 일부러 밤에 정원을 보지 않으려고 해. 그런데 며칠 전, 불 꺼진 방 안에서 멍하니 창밖을 봤는데, 멀리 정원 쪽 흙바닥에 또 그 이상한 발자국이 반짝이고 있었어. 마치 누군가가 그 발자국을 매일 밤 남기고 있다는 걸 알리고 싶은 것 같기도 했지.
사실 진짜 궁금한 건 그 발자국의 주인이 누구인지, 혹은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거야. 시골집 주위엔 아무도 없고, 동물 발자국도 아닌데 왜 매일 규칙적으로 남겨지는 걸까. 그저 미스터리로 남겨두고 싶었지만, 가끔 밤에 정원에서 느껴지는 그 눈빛 같은 기운이 아직도 나를 잠못들게 한다는 걸 말해두고 싶어.
아직도 그 발자국이 내가 잠든 사이에 누군가가 내 정원에 와서 내 존재를 확인하려는 신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가끔 들곤 한다. 가끔은 한밤중에 누군가가 내 이름을 조용히 부르는 것만 같고, 그 발자국의 주인이 어쩌면 너무 가까이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엄습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