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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계산대 뒤쪽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속삭임

2026-05-31 16:29:11 조회 6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편의점 문 열자마자 특유의 형광등 냄새랑 계산기 지지직 소리가 먼저 귀에 들어왔는데, 그날따라 유난히 조용했어요. 손님은 저 하나뿐이었고, 알바생은 뒤쪽 창고 쪽에 있는지 안 보였죠. 저는 계산대에 물건을 올려놓고 카드를 꺼내는 순간, 화면 소리도 아닌 것 같은 아주 작은 속삭임이 들렸습니다. “이쪽… 아니야. 여기 말고.”

처음엔 매장 밖에 있는 누군가가 들려주는 말인 줄 알았어요. 근데 속삭임은 분명히 계산대 뒤쪽, 진열장 아래나 카운터 뒤 공간에서 나오는 것처럼 들렸습니다. 저는 고개를 돌려 계산대 옆 스위치 옆을 봤고, 바닥엔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하게 보였어요. 그런데도 목소리는 계속해서 같은 방향으로 붙어 있었습니다. “기다려. 네가 오면… 열어.”

저는 순간 식은땀이 났는데도, 혹시 직원 호출 방송 같은 걸 잘못 들은 걸지도 모른다고 애써 넘겼어요. 카드 결제 버튼을 누르려는데 손끝이 이상하게 멈칫했죠. 계산대 위에 올려둔 영수증 프린터가 아주 미세하게 ‘딸깍’ 하고 움직였고, 그 직후 속삭임이 한 단어씩 또렷해졌습니다. “번호… 아니, 이름.”

그때 알바생이 카운터 뒤에서 나타났으면 좋았을 텐데, 사람 그림자도 없었어요. 대신 계산대 뒤쪽에서 바람이 스치는 것 같은 소리가 났고, 비닐봉투를 정리하던 플라스틱 집게가 저절로 떨어지는 소리가 났습니다. 저는 깜짝 놀라 “저기… 누구 있어요?” 하고 물었는데, 제 목소리가 너무 크게 울려서 오히려 더 이상하게 느껴졌어요. 속삭임은 제 질문을 들은 것처럼 잠깐 멈췄다가 다시 시작됐습니다. “말하지 마. 너 목소리… 새어.”

말이 되는 소리 같지 않아서 웃음이 나올 뻔했는데, 계산대 뒤쪽의 어둠이 유난히 깊어 보였어요. 원래도 카운터 뒤 공간은 어둡고, 선반이 겹쳐서 잘 안 보이는데 그날은 뭔가가 ‘안쪽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저는 얼른 물건값을 결제하고 나가려 했지만, 단말기 화면이 갑자기 초기화되면서 결제 창이 꺼졌다 켜지더라고요. 화면에 줄이 잠깐 떴다가 사라졌는데, 글자가 아니라 마치 누군가가 손가락으로 긁은 흔적 같은 자국이 남았어요.

그 자국이 사라지기도 전에 속삭임이 제 귀 옆에서 말하듯 가까워졌습니다. “영수증 줘. 종이로… 붙여.” 저는 숨을 삼키고 계산대 뒤를 더듬어 봤는데, 선반 아래에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런데 제 폰 화면이 잠깐 꺼졌다가 다시 켜지면서, 잠금화면에 누가 확인도 안 한 메시지 알림이 떠 있더라고요. 내용은 없고 제목만 있었어요. ‘들려?’ 그걸 보는 순간, 속삭임이 정확히 그 단어를 따라 한 박자 늦게 반복됐습니다. “들려?”

저는 도망치듯 편의점 문을 열었는데, 바로 바깥 공기는 차가운 것 같지 않고 이상하게 뜨거웠어요. 뒤에서 누가 따라오는 발소리가 들릴 줄 알았는데, 대신 계산대 쪽에서 조용한 종이 소리만 계속 났습니다. ‘찢-’ 같은 소리도 아니고, 종이가 만져지는 정도의 얇은 마찰음이요. 다시 문을 열고 돌아가 보려는데, 그 순간 속삭임이 확 꺾이면서 너무 분명하게 들렸습니다. “아직… 이름 안 줬잖아.”

그 말이 끝나자, 저는 머릿속이 하얘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방금까지 제가 뭘 사려 했는지 떠올리려 해도 물건이 기억에서 흐려졌고, 계산대 위에 놓인 영수증도 없었는데 손에는 이상하게도 이미 영수증이 접혀 쥐어져 있더라고요. 분명 계산할 때는 안 받았는데, 종이 끝자락이 손바닥을 간질이듯 붙어 있었어요. 그리고 영수증에는 제 카드번호 같은 건 전혀 없고, 단지 짧은 문장만 인쇄돼 있었어요. “뒤에서 들린 건 네가 맞아.”

그 뒤로 며칠 동안 그 동네를 지나갈 때마다, 그 편의점 계산대 뒤쪽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보려 하면 시야가 일부러 가려지는 것처럼 느껴졌고, 주변 사람들 말로는 “그 가게는 원래 조용해서 좋아” 같은 평이 돌았죠. 근데 저는 아직도 그 속삭임의 리듬이 귀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말을 안 하면 괜찮다는 느낌이 들어요. 대신, 한 번이라도 ‘누구 있어요?’ 하고 묻는 순간부터는 이미 대답이 들어오는 게 아니라, 당신 쪽에서 뭔가를 건네고 있다는 것이… 그날 이후로 자꾸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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