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창문 바깥에서 계속 따라오는 검은 모자 남자
택시 창문 바깥에서 계속 따라오는 검은 모자 남자, 솔직히 말하면 그때는 그냥 늦은 밤이라 그런 줄 알았어요. 비가 살짝씩 오락가락하던 새벽, 저는 콜택시를 잡고 집 근처까지 가려고 뒷좌석에 앉았는데, 택시가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옆을 스치듯 지나가던 남자가 눈에 딱 걸렸습니다.
처음 본 건 도로 옆 인도 쪽이었어요. 검은 모자를 푹 눌러쓴 남자였는데, 우산도 없이 그냥 비를 맞고 걸어오더라고요. 옷도 딱히 튀는 게 없는데 이상하게 모자 챙이 너무 단정해서, 마치 사진 속 인물처럼 또렷하게 보였어요. 저는 손에 들고 있던 휴대폰 화면만 보고 있었는데, 신호가 바뀌자 택시가 출발하자마자 그 남자가 택시 옆을 따라 걷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제가 착각했나 했죠. 택시는 차선이 바뀌면서 속도가 붙었는데도 남자는 속도를 맞추듯 계속 옆에 붙어 있었어요. 창문 바깥 유리 너머로 보이는 거리감이 자꾸 이상해졌습니다. 분명 속도가 붙으니까 멀어져야 할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남자의 얼굴은 창문에 가까운 쪽에만 머물렀거든요. 저는 속으로 “사람이 저렇게까지 따라오나?” 싶었지만, 기사님이랑 운전대만 보고 가만히 있었어요.
한 번은 신호에 걸려 1~2분 정차했는데, 그때 남자가 택시 앞쪽으로 한 발짝 옮겼다가 다시 제 창문 쪽으로 돌아오더라고요. 마치 제가 보고 있는 방향을 알고 있는 것처럼요. 저는 창문에 살짝 손을 대고 김 서린 유리를 닦아보려다 말았어요. 혹시 시선을 들키면 더 가까이 올까 봐요. 대신 화면 밝기를 낮추고 음악을 틀었는데도, 남자의 발소리가 차 소음 사이로 얇게 끼어드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기사님이 “어딜로 갈까요?” 하고 묻는 걸 듣고 정신을 차렸어요. 저는 목적지를 말하고 다시 창밖을 봤는데, 그제야 남자가 택시와 함께 움직이고 있다는 게 확실해졌습니다. 창문 바깥 도로 위는 어두워서 잘 안 보이는데, 남자 모자만큼은 유독 진하게 보였어요. 비가 닿아도 모자 챙 끝이 젖지 않은 것처럼 보일 정도로요. 저는 잠깐 등골이 서늘해졌고, “저 사람… 택시 타는 건 아니겠지?” 같은 말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습니다.
그 다음 구간에서 도로가 좀 막혔어요. 택시가 서행으로 바뀌는 순간 남자도 걸음을 줄였는데, 놀라운 건 멈추지 않았다는 거예요. 차가 서는 동안에도 남자는 계속 제 차 옆을 따라 “나아가려는 자세”로 움직였어요. 그 모습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오히려 현실적인 공포가 밀려왔습니다. ‘귀신’ 같은 걸 떠올리기엔 너무 평범했거든요. 다만, 그 평범함이 너무 오래 이어지는 게 문제였어요.
저는 용기 내서 기사님께 창밖을 보여주며 물어봤습니다. “저기… 저 사람, 계속 따라오고 있어요.” 그러자 기사님이 고개를 한 번만 살짝 돌렸다가 “아, 저 사람은 원래 저 시간대에 저쪽에서 서 있어요. 사람들이랑 같이 다녀요”라고 말했어요. 저는 순간 “어떤 사람?”이라고 묻기도 전에, 기사님이 다시 전방을 봤습니다. 그 말투가 이상했어요. 아는 사람을 말하는 느낌이 아니라, 그냥 ‘설명할 필요가 없다’는 듯한 톤이었거든요.
택시가 목적지 근처 골목으로 들어섰을 때, 남자는 더 이상 밖에 안 보였으면 좋겠는데, 창문 옆 어둠 속에 계속 있었습니다. 골목이라 차가 한 대만 지나갈 폭인데도 남자는 어디론가 숨어들지 않고 제 창문 라인을 따라왔어요. 저는 속도를 줄이는 기사님 손목을 보면서, 내리자마자 뒤를 돌아볼 용기가 없었습니다. 혹시 내리는 순간 그 남자가 갑자기 “거리”를 없애버릴까 봐요. 기사님이 “여기서 세워드릴게요” 하고 말했을 때, 저는 등짐처럼 무겁게 숨을 삼켰습니다.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비 냄새가 확 들어왔고, 저는 얼른 돈을 내고 내렸어요. 내려서 바로 뒤를 보려 했는데, 이상하게도 그 남자는 제 뒤에 없었습니다. 대신 제 옆, 방금 전 택시 창문 높이쯤에서 한 발자국 거리처럼 서 있었어요. 모자는 그대로 검었고, 얼굴은 그림자에 가려져서 표정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지금… 내 옆이었어요?” 같은 생각만 했고, 그 순간 남자가 고개를 아주 조금만 기울였어요. 마치 인사도, 확인도 아닌, 딱 그 정도.
제가 뛰어서 골목 끝으로 두 걸음 더 나가자 그제야 남자는 시야에서 사라졌습니다. 택시는 바로 출발했고, 기사님은 거울로 한번도 저를 더 보지 않았어요. 집에 들어와서 현관문을 잠그고 나서야 휴대폰을 봤는데, 택시에서 촬영이 켜져 있었던 것처럼 저장된 영상이 있더라고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영상 속 창문에는 차 옆 도로만 보이고, 남자의 실루엣은 한 프레임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그저 검은 모자 챙만 깜빡이며 화면 한쪽 모서리에 떠 있는 상태로… 그리고 그 깜빡임이 딱, 택시가 신호에 멈춘 순간마다 반복됐다는 걸 뒤늦게 알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