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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주차장 입구에서 들려오는 정체 모를 발소리

2026-06-01 08:29:16 조회 10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지하주차장 입구 쪽, 보통은 자동문 소리랑 형광등 지지직 정도만 들려야 하는데 그날은 달랐어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딱, 딱” 하는 발소리가 들렸거든요. 사람 걸음처럼 일정한데, 그렇다고 신발 바닥 소리도 아니고… 마치 바닥에 뭔가 얇은 판을 톡톡 치는 느낌이었어요. 저는 괜히 이어폰을 더 크게 틀고 주차장으로 들어갔는데, 소리는 거기서부터 더 가까워졌어요.

저희 단지는 지하 1층까지고, 입구에서부터 주차 구역까지는 일렬로 길게 뻗어 있어요. 자동문 닫히는 소리가 나면 잠깐 조용해지다가, 그 다음부터 발소리가 시작되거든요. 그런데 그날은 자동문 닫히자마자 바로 소리가 시작됐고, 제 등 뒤에서 따라오는 것 같아서 등골이 서늘했어요. 돌아보면 아무도 없었고, CCTV는 천장에 달려 있는데도 화면이 안 켜진 구간이 한 군데 있더라고요.

처음엔 제가 착각하는 줄 알았어요. 지하에는 물이 고인 구간도 있고, 관로에서 바람이 새면 소리가 울리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누가 뛰고 있나?” 싶어서 속도를 조금 줄였는데, 발소리도 똑같이 줄어들었어요. 그리고 제가 왼쪽으로 꺾는 순간, 소리는 오른쪽에서 났어요. 분명히 제 방향이 바뀌면 발소리의 각도도 따라 바뀌어야 하는데, 그 소리는 제 주변을 빙빙 도는 느낌이었어요.

저는 주차장 입구에 있는 관리실까지 가서 확인해야 하나 고민했어요. 하지만 관리실은 늘 불이 꺼져 있었고, 문도 항상 잠겨 있거든요. 대신 밖에 나가서 경비실에 전화하려고 했는데, 휴대폰이 이상하게 먹통이 됐어요. 신호가 완전히 끊긴 건 아닌데, 전화 버튼을 누르면 화면이 멈추는 느낌? 결국 저는 그냥 제 차 쪽으로 가기로 했어요. 어차피 제 자리는 입구에서 멀지 않았고, 소리도 거기까지 따라오겠지 싶어서요.

그런데 정말 이상했던 건, 제 차 앞으로 가는 길에 바닥에 검은 자국이 생겨 있었다는 거예요. 길게 끌린 자국이라기보단, 누군가가 아주 얇은 물건을 끌며 그어놓은 것 같은 모양이었어요. 저는 손전등을 비추려고 했는데, 주머니 속 손전등 버튼이 안 눌려요. 손을 뻗는 순간, 발소리가 아주 가까이서 “딱” 하고 멈칫하더니, 이번엔 소리가 “찰칵” 하고 바뀌었어요. 신발이 아닌, 금속성 물체가 바닥에 스치는 소리였어요.

저는 그제야 뒤를 돌아봤어요.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인간이 있으면 눈이라도 마주치겠지 했거든요. 그런데 뒤에는 사람이 없었고, 자동문 쪽은 멀쩡했는데 한 가지가 눈에 들어왔어요. 입구 근처에 있는 비상벨 버튼이 살짝 눌려 있었던 거예요. 원래는 덮개가 있어서 저절로 눌리기 어렵고, 제가 알기로는 마지막 점검 때 누군가 만졌는지 흔적이 남은 적이 없었어요. 그 버튼이… 제 오기 전에 이미 눌려 있었던 것처럼 보였어요.

그때 발소리가 다시 시작됐는데, 이번엔 느리게 다가오는 게 아니라 제 차 옆을 스쳐 지나가는 것처럼 들렸어요. 저는 차 문을 열기도 전에 손이 떨려서 키를 제대로 못 꽂았어요. 차 키는 정상인데, 손에 감각이 둔해지는 느낌이랄까요. 순간적으로 “내가 지금 누굴 피해 도망가야 하는 상황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정작 시야엔 아무것도 없으니까 더 무서웠어요. 소리는 계속 가까웠다가, 어느 지점에서 갑자기 끊겼어요. 끊긴 게 아니라, 그냥 존재하지 않는 곳으로 ‘이동’한 것 같았어요.

저는 차 문을 열고 바로 시동을 걸려 했는데, 대시보드에 뜬 메시지가 눈에 들어왔어요. 주차장 CCTV 연동 경고 같은 문구였는데,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연결 상태 불안정” 비슷한 내용이었어요. 그리고 제 차 앞 유리에 누군가 김서린 것처럼 얇은 흔적이 보였어요. 손자국도 아니고, 글씨도 아닌데, 동그란 점과 선이 몇 개 이어진 모양이었어요. 저는 그걸 보면서도 ‘누가 장난친 건가’라고 우기려 했는데, 동시에 이상하게도 그 모양이 제 주차번호랑 닮아 보였어요.

그 다음부터는 시간이 늘어지는 느낌이었어요. 발소리는 더 이상 따라오지 않았는데, 대신 입구 쪽에서 같은 패턴의 소리가 반복됐어요. “딱, 딱” 하고 일정한 간격으로… 마치 출발선에서 누군가가 기다리기라도 하는 것처럼요. 저는 도망치려고 차를 빼려 했지만, 기어를 넣는 순간에 계기판이 한 번 꺼졌다 켜졌고, 주차장 조명도 같이 깜빡였어요. 그 깜빡임 사이에 자동문이 한 번 열렸다가 닫혔거든요. 그런데 문이 열리는 동안, 소리가 분명히 사람 두 발의 간격으로 바닥을 짚는 소리로 들렸어요.

차를 빼고 나오고 나서는 괜찮아졌어요. 도로로 나가자마자 휴대폰도 정상으로 돌아왔고, 신호도 잡히고, 소리도 사라졌죠. 근데 집에 돌아와서 관리사무소 게시판을 봤는데, 지하주차장 입구 쪽에 “바닥 하자 보수 예정”이라는 공지가 붙어 있더라고요. 날짜는 며칠 전부터 잡혀 있었고, 공지에는 “소음 민원 다수”라고 적혀 있었어요. 그 발소리는 민원이 쌓여 만들어진 소리였던 걸까요, 아니면 누군가가 민원이 될 때까지 기다린 걸까요. 지금도 가끔 주차장 내려가는 계단에서 비슷한 리듬이 들릴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저는 자동문 닫히는 소리를 먼저 듣고 싶어져요. 딱— 하고 닫히기 전에, 누군가가 제 뒤에 있는지 확인하려는 버릇이 생겼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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