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들른 카페에서의 시간
오늘은 유난히 하루가 길게 느껴졌어요. 오전엔 그냥저냥 흘러갔는데, 오후가 되니까 시계가 느리게 간다기보단 마음이 먼저 지치는 느낌? 그래도 어찌어찌 해야 할 것들은 다 붙잡고 마무리해두고, 퇴근 알림 뜨자마자 바로 짐 챙겼습니다. 막상 밖으로 나오니까 공기가 좀 시원해서, “아 그래도 살만하다” 이런 생각이 잠깐 들더라고요.
집에 바로 가면 또 너무 빨리 내일이 올 것 같아서, 일부러 동네 카페 하나를 들르기로 했어요. 요즘은 카페에 가는 게 뭔가 거창한 위로 같진 않고, 그냥 마음의 속도를 조절하는 버튼 같은 느낌이라서요. 골목 들어서니까 유리창에 비친 가로등 불빛이 동그랗게 번져 보이고, 문 열 때 나는 향이 딱 “여기다” 하고 손을 잡아주는 것 같았어요.
입구 쪽 자리에는 혼자 오신 분이 계셨고, 창가 쪽엔 두 분이 나란히 앉아서 노트북을 보고 있더라구요. 저는 늘 그렇듯 제자리 찾는 데 시간이 좀 걸려서, 메뉴판이랑 카운터랑 번갈아 보다가 결국 시그니처 메뉴 중에서 하나 고르고, 오늘은 뭘 먹을지 딱 정해서 들어온 날이 아니라서 디저트는 그냥 가볍게 하나만 추가했어요. 주문하고 나니까 손이 갑자기 바빠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할 일이 없어져서 마음이 조용해지는 느낌이 오더라구요.
주문한 음료가 나오기까지 기다리는 시간 동안 주변 소리가 되게 잘 들렸어요. 스푼 부딪히는 소리, 우유 거품 만드는 소리, 바리스타가 컵을 놓을 때 나는 작은 ‘툭’ 하는 소리 같은 것들. 특별히 어떤 대단한 생각을 하진 않았는데도, 그 소리들이 계속 이어지니까 제가 지금 뭘 해야 하는지에 대한 부담이 잠깐 사라지더라고요. 그냥 앉아 있는 게 괜찮다는 걸 새삼 느꼈달까요.
자리에 앉아서 처음엔 휴대폰을 들여다봤는데, 몇 분 지나니까 굳이 볼 게 없더라구요. 그래서 음료 사진 한 장 찍고 나서 바로 내려놨어요. 대신 창밖을 보니까 사람들이 오가고, 바람에 간판이 살짝씩 흔들리고, 멀리서 차가 지나갈 때마다 유리창에 반사되는 빛이 조금씩 바뀌는 게 보였어요. 그렇게 별일 아닌 풍경을 보고 있으니까, 오늘의 피로가 어디론가 흩어지는 것처럼 가벼워졌습니다.
빵은 생각보다 촉촉했고, 커피는 너무 진하지도 너무 연하지도 않아서 딱 제 입맛에 맞았어요. 첫 입 먹기 전엔 “맛있겠다” 기대가 아니라 “그냥 괜찮았으면” 하는 마음이었는데, 먹고 나니까 의외로 기분이 좋아졌어요. 맛이 좋아서라기보단, 오늘 하루를 버틴 제 자신한테 작은 보상이 된 느낌? 그런 건 사람 마음이 제일 잘 알아주는 것 같아요. 한 입 하고 나면 다음 한 입까지 텀이 생기는데, 그 텀을 즐기게 되더라고요.
카페에서 한참 있다가도 딱히 뭘 하진 않았어요. 잠깐 노트에 내일 할 일만 적어보고, 메모 끝나면 그냥 다시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이런 시간이 이상하게도 마음을 정리해주더라구요. 그동안 쌓인 생각들이 막 떠오르려는 순간이 오면, 커피 향이나 빵의 따뜻함 같은 감각이 먼저 와서 잡아주는 느낌이랄까요. 그러다 보니 “내일도 또 해야지”가 아니라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은 나아지겠지” 같은 말이 마음에 스르륵 들어오는 거예요.
시간이 꽤 지나고 나서야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계산할 때 바리스타가 “맛있게 드세요”라고 해주는데, 별거 아닌 멘트인데도 오늘의 분위기가 그 말에 딱 담겨 있는 것 같더라고요. 집으로 가는 길엔 발걸음이 조금 가벼웠고, 머릿속이 정돈돼 있는 느낌이 남아 있었어요. 오늘 같은 날은 꼭 뭔가를 해냈다기보다, 그냥 잘 쉬는 법을 찾아낸 날 같아서 괜히 뿌듯했습니다.
결국 카페에서 한 시간이 제 하루를 바꿨다기보단, 하루가 너무 밋밋하게 끝나지 않게 도와준 정도? 그래도 저는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집에 돌아가서 샤워하고, 내일 아침에 먹을 거 고민 조금 하면서 마무리하려구요. 오늘은… 커피 한 잔 들른 걸로도 제법 만족스럽네요. 다들 퇴근길에 마음 좀 챙기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