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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전달된 알 수 없는 위치 좌표

2026-06-02 00:29:12 조회 12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판매 글 올린 건데, 물건 보내기 전부터 자꾸 이상한 일이 꼬였다. 상대가 입금하고 “택배로 보내주세요”까지는 평범했는데, 거래 완료 알림이 뜨기 직전부터 채팅창에 낯선 위치 좌표가 한 줄씩 찍히기 시작했다. 처음엔 장난인가 싶어 캡처만 해두고 넘겼는데, 그 좌표가 내 동네랑 너무 정확히 맞아떨어져서 그때부터 제대로 식은땀이 났다.

계정 프로필 사진도 없고 말투도 딱딱한 사람이었다. 물건은 소형 선풍기였고, 나는 사무실에서 포장해서 당일 발송할 생각이었어. 상대는 “주소는 이미 설정돼 있어요. 기사님 오시면 확인만” 이런 식으로 짧게 답하더라. 그런데 갑자기 채팅에 “좌표: 37.3x.xxx, 127.x1.xxx”처럼 숫자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문제는 그게 단순히 우리 지역 정도가 아니라,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 안쪽 도로 모서리랑 거의 일치하는 수준이었단 거다.

처음에는 내가 착각한 줄 알았다. 좌표가 어디쯤인지 확인하려고 지도 앱을 켜고 대충 찍어봤는데, 진짜로 놀랍게도 내 건물에서 도보로 5분 거리인 편의점 앞 사거리로 찍히더라. 물론 지도에서 좌표 반올림 오차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저런 식으로 “거의 딱” 맞아떨어지면 우연이라고 보기엔 너무 찝찝했다. 그래서 나는 그냥 “무슨 뜻이세요?”라고 물었다.

그 다음 답장은 더 기묘했다. 상대가 “여기서 보내요. 기사님이 찾을 수 있게요.”라고 적고, 또 한 줄의 좌표를 추가로 보냈다. 이번엔 편의점이 아니라 우리 단지 뒤편 공용 주차장 쪽이었다. 나는 발송을 위해 상자를 들고 1층 택배 보관함을 이용하는데, 그 위치가 정확히 “기사님이 찾기 쉬운 동선”이라고 설명한 셈이었다. 나는 그때서야 중고거래 특성상 택배 접수 정보가 외부에 공개될 수 있는 구조인지부터 떠올렸다.

그래도 보안 설정을 다시 확인하려고 앱을 뒤적였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채팅창에서 주소를 별도로 길게 올리진 않았다. 단지 입력칸에 자동으로 뜨는 배송지 정보가 있었고, 상대도 그 정보를 보는 순간에만 채팅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주소 관련 정보가 노출됐나요?”라고 다시 물었다. 상대는 “아뇨. 좌표만 쓰면 돼요. 사람은 찾기 어렵잖아요.” 이런 말을 남겼다. 여기서부터는 진짜로 ‘찾는다’는 뉘앙스가 느껴져서 목이 마르더라.

그날 저녁, 나는 택배 보관함에 상자를 넣고 집으로 올라왔다. 그리고 10분도 안 돼서 채팅창에 또 좌표가 왔다. 이번에는 내 아파트 이름이 적힌 도로 표지판 근처였고, 그 줄 옆에 “여기요”라고만 덧붙여져 있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화면을 멍하니 보고 있다가, 혹시 누가 내 거래 내역을 보고 장난치는 건가 싶어 주변을 둘러봤다. 창밖에 비친 가로등 아래가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는데, 그 조용함이 더 무서웠다.

다음 날 아침, 택배 기사님에게 “어제 접수 건 맞죠?”라고 확인 전화를 넣었고, 기사님은 “네. 그냥 보관함에 넣으면 되는 주소로 찍혔어요”라고만 했다. 그런데 기사님이 말한 ‘찍혔다’는 표현이 자꾸 걸렸다. 내가 앱에서 받은 송장 번호를 기사님이 자동으로 확인했을 수도 있지만, 좌표를 따로 전달받지 않는 이상 저런 디테일은 나오기 힘들잖아. 그래서 나는 스크린샷을 모아서 고객센터에 문의했고, 동시에 차단을 눌렀다.

근데 차단을 눌러도 이상하게 채팅 알림이 바로 사라지지 않았다. 마치 상대가 마지막 메시지를 연속으로 밀어 넣는 느낌이랄까. 결국 마지막으로, “같은 자리에서 기다리세요”라는 한 줄과 함께 좌표가 더 찍혔다. 이 문장은 내 집으로 직접 오라는 뜻 같아서 바로 손이 덜덜 떨렸다. 나는 그 좌표를 다시 확인하지도 못하고, 그냥 신고 버튼을 눌렀다. 그 뒤로 계정은 바로 비활성화됐는지, 로그인이 안 됐다.

며칠 뒤에 고객센터 답변이 왔다. “비정상적 위치 공유로 의심되는 정황이 있어 조치 진행 중”이라고만 적혀 있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확인했는지는 모호했다. 솔직히 그 답변이 마음을 편하게 해주진 못했다. 내가 진짜로 궁금했던 건 ‘상대가 내 위치를 어떻게 알고 있었냐’였는데, 고객센터는 ‘의심된다’만 반복했다. 그날 이후로 나는 중고거래에서 주소를 최소한으로 노출하고, 채팅에 배송 관련 설명을 함부로 안 쓰게 됐다.

지금도 가끔 생각나. 그 좌표들이 장난이라면 왜 그렇게까지 내 동선에 맞춰서 찍혔을까. 그리고 무엇보다, 마지막 문장에서 “같은 자리”라고 했던 그 표현이 자꾸 머릿속에 남아. 중고거래는 물건을 사고파는 곳인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 거래가 누군가에게 ‘위치를 제공하는 절차’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래서 난 오늘도 채팅창을 열기 전에, 내 휴대폰이 어느 순간부터 너무 많은 걸 알고 있는 건 아닌지부터 떠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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