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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에서 쓰레기 배출하러 나간 사이 다녀간 흔적

2026-06-02 04:29:13 조회 14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원룸에서 쓰레기 배출하러 나간 사이 다녀간 흔적, 이거 진짜로 아직도 생각하면 손끝이 서늘해져. 사건은 평일 밤이었는데, 내가 살던 방은 원래도 좀 어수선했어. 택배 상자랑 옷이 한쪽에 쌓여 있긴 했고, 전날 밤에 컵라면 먹고 접시 하나 싱크대에 두고 잤거든.

그날도 그냥 “나만 잠깐 나가면 되지” 싶어서, 쓰레기 봉투 들고 현관문 밖으로 나갔어. 엘리베이터는 고장 난 상태라 계단으로 내려가야 했고, 재활용 분리수거가 귀찮아서 대충 두 번에 나눠 버리곤 했어. 나는 항상 같은 동선으로 나가고, 돌아오는 시간도 거의 비슷해. 대충 7분에서 10분 사이면 들어왔거든.

근데 문제는 돌아와서 문을 여는 순간부터였어. 현관에 들어오자마자 신발 냄새 같은 게 아니라, 새로 닦은 듯한 느낌이 확 올라왔어. 누가 내 신발장을 정리했다거나, 현관 바닥을 닦았다거나 그런 느낌. 당연히 난 안 닦았고, 같이 사는 사람도 없었어. 내 방 구조상 현관문 열면 바로 보이는 자리에 신발이 원래대로 놓여 있어야 하는데, 내 왼쪽 슬리퍼가 뒤집혀 있었거든.

나는 “아 누가 우리 집 문 앞 지나가다 부딪혔나?” 하고 넘기려 했는데, 그 다음이 더 이상했어. 방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침대 쪽이 딱 한눈에 들어왔거든. 베개 커버가 살짝 바뀌어 있었고, 침대 위에 있던 얇은 담요가 접힌 방향이 반대로 되어 있었어. 내가 쓰는 방식이 딱 정해져 있는데, 그 방식이 아니었어. 그냥 누가 ‘정돈’해 놓은 느낌이 아니라, 누가 잠깐 확인하고 다시 놓은 것처럼 딱딱 맞아떨어졌어.

그리고 제일 치사한 건 책상 위였어. 노트북은 내가 항상 덮어두는데, 그날은 덮어둔 각도가 달랐어. 화면을 완전히 닫아둔 게 아니라, 손가락 하나 들어갈 틈 정도로 살짝만 열어놓은 상태였고, 그 틈 사이로 먼지가 거의 안 보이더라. 난 그 사이에 손을 댄 적 없는데 말이야. 더 소름은 스탠드 옆에 있던 펜이 위치가 바뀐 게 아니라, 펜 집게 부분이 반대로 향하고 있었어. 누군가 “뭐가 여기 있지?” 하고 확인하는 손놀림이 딱 그랬어.

이상하니까 바로 현관문부터 확인했지. 문 자체는 잠겨 있었고, 보통 쓰는 보조잠금도 걸려 있었어. 그런데 도어락 숫자 키패드가 살짝 지문이 지워진 것처럼 번들거리는 게 보였어. 내가 문 열 때도 손바닥이 그렇게 번들거리게 남진 않거든. 누군가 먼저 다녀가서 내가 돌아오기 직전에 다시 만진 건지, 아니면 문 열고 닫는 과정에서 기름이 남았다가 내가 무의식으로 닦은 건지…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어.

나는 그날 바로 경찰이나 관리사무소에 신고 같은 걸 못 했어. 괜히 과장하면 이상한 사람 되잖아. 대신 사진을 찍어두고, 다음날 아침에 다시 한번 더 확인했어. 침대 옆 서랍 손잡이는 원래 금색인데, 그날은 손잡이 주변에 미세하게 먼지가 덜 묻어 있었고, 내 콘센트 옆에 있던 멀티탭은 선이 아주 조금만 당겨져 있었어. 누가 멀티탭을 뽑아봤을 가능성도 있었고, 충전기나 어댑터를 찾았을지도 몰라. 근데 그때는 “설마”가 너무 강해서 딱히 확정할 증거가 없었어.

그런데 며칠 뒤에 더 이상한 일이 생겼어. 내가 택배를 받는 편인데, 문자 알림은 제대로 오고 택배함 열쇠도 따로 없어. 그런데 어느 날부터 택배들이 쌓여 있는 위치가 미묘하게 바뀌어 있었어. 현관문 안쪽에 보관되는 택배를 누가 옮겨놓는 사람은 없거든. 내가 혼자 살다 보니 “내가 그냥 대충 치웠나?” 싶기도 했는데, 치우는 방식이랑 달랐어. 한 번은 분명히 내가 끄트머리에 밀어두던 박스가 가운데로 옮겨져 있었고, 옆에 있던 영수증 한 장이 구겨져 있었어. 누군가 뜯어보진 않은 것 같은데, 확인은 했던 거지.

결국 나는 그 방을 나왔어. 이사할 때 짐을 싸면서 발견한 게 있어. 바닥 틈에 끼어 있던 작은 종이 조각이 있었는데, 그게 내 방에서 쓰지 않는 영수증 형태였어. 누가 여기서 뭔가 메모를 남기고 간 건지, 아니면 그냥 찢어진 걸 떨어뜨린 건지 모르겠는데, 그 종이가 왜 하필 내가 쓰레기 들고 잠깐 나간 그날 이후부터 생긴 것처럼 느껴졌는지… 지금도 정확히 말할 수는 없어. 다만 원룸에서 쓰레기 배출하러 나간 사이 다녀간 흔적은, 단순히 ‘내가 뭘 두고 갔다’가 아니라 내 생활 패턴을 누군가 알고 있었다는 느낌 때문에 오래 남아.

가끔은 밤에 쓰레기 버리러 나가기 전, 현관문 손잡이를 잡는 순간이 떠올라. 문이 잠겨 있는지 확인하고, 계단을 내려가고, 다시 올라오는 그 짧은 시간 사이에—누군가는 내 공간을 ‘내가 없는 동안의 집’으로 잠깐 써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거든. 그날 이후로는, 문 닫는 소리만 들어도 심장이 먼저 반응해. 소름은 사실 “사람이 다녀갔다”보다, 내가 너무 익숙해서 놓친 빈틈이 있었단 사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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