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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내무반 책상 서랍 안에서 발견한 사진첩

2026-06-02 20:29:13 조회 17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군대 내무반 책상 서랍 안에서 발견한 사진첩. 그때는 그냥 습관처럼 “정리 안 했나?” 하고 서랍을 열었다. 그런데 철제 레일이 끼익 소리를 내며 끝까지 열리기도 전에, 누군가 급하게 밀어 넣은 듯한 종이 냄새와 함께 작은 틈이 보였다. 내무반 책상 서랍은 원래 다들 제대로 쓰질 않아서 뭘 넣어도 바로 들키기 마련인데, 그날만큼은 이상하게 꼭 숨겨둔 자리가 있었다.

처음엔 담배꽁초나 영수증 같은 잡동사니가 있을 거라 생각했어. 근데 맨 아래 칸을 손가락으로 더듬자, 바닥 천이 조금 들뜨면서 무언가 각진 모서리가 잡혔다. 손을 넣는 순간 차갑게 굳은 종이 표면이 손바닥에 닿았고, 그게 사진첩이라는 걸 알아차렸을 때 괜히 숨이 턱 막혔다. 표지는 누렇게 바래 있었고, 겉표지 위로 연필로 한 줄이 그어져 있었는데 글씨는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흐릿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바로 펼치지 못하고, 일단 서랍을 닫았다가 다시 열었다. 괜히 대놓고 만지면 누가 봐도 수상하니까. 그래도 마음이 계속 걸려서 결국 밤 점호 끝나고 불 꺼진 뒤, 휴대용 손전등으로 사진첩을 대충 펼쳤다. 첫 장은 단체사진이 아니라, 방 안 같은 곳에서 찍힌 것처럼 배경이 어둡고 각도가 이상했다. 무엇보다 인물들이 죄다 같은 자세로 찍혀 있었는데, 웃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사진 속 인물들은 군복을 입고 있었지만 제일 이상한 건 얼굴이 흐리게 보인다는 거였어. 필름이 오래돼서 그런 걸 수도 있겠지만, 흐림이 그냥 흔들림이 아니라 마치 누군가 일부를 지워버린 것처럼 일정한 형태로 지워져 있었다. 그리고 그 지워진 부분이 묘하게도 눈, 입 같은 중심부에 모여 있었다. 나는 손전등을 비추며 페이지를 넘겼는데, 사진마다 배경은 달랐지만 구도는 거의 똑같았다.

어떤 사진은 내무반 책상 앞, 어떤 사진은 훈련장 가장자리, 또 어떤 건 상급자 대기실 복도처럼 보이는 곳이었다. 그런데 공통적으로 사진 안에 ‘자리가’ 있었어. 인물이 서 있는 위치가 항상 비슷한 선을 따라 있었고, 바닥의 표식 같은 게 반복해서 보였다. 누가 일부러 같은 자리를 찍어둔 느낌. 나는 그때 처음으로 서랍 안에 넣어진 방식이 단순히 버려진 물건이 아니라, 누군가 회수 가능한 곳에 ‘보관’해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첩 중간쯤에 작은 쪽지가 끼워져 있었는데, 종이가 얇아 구겨진 상태라 펼치자마자 바스락 소리가 났다. 글씨는 인쇄체가 아니라 손글씨였고, 몇 단어는 확실히 읽혔다. “누가 묻으면 모른다” 같은 문장이었는데, 그 다음 줄은 잉크가 번져서 정확히는 못 봤지만 “서랍”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었다. 그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어. 내 서랍에서 찾은 게 우연인지, 아니면 누군가 이미 ‘이제 다시 누군가가 찾을 때’를 염두에 둔 건지.

다음 날, 나는 그냥 평소처럼 행동하려고 했는데 계속 신경이 쓰였어. 내무반 분위기는 원래 말이 줄고 눈치가 빠른 편이라, 누가 뭐 하나라도 만지면 금방 알아차리잖아. 그래서 사진첩을 들고 뭔가를 확인한다기보단, 내 책상이 다른 애들 책상과 다르게 서랍이 조금씩 헛돌았던 적이 있었는지 떠올려봤다. 근데 그때 기억이 하나 걸렸다. 누군가가 “서랍 레일이 좀 이상해”라고 말했던 걸, 나는 그때는 그냥 장난인 줄 알았는데… 그 말이 왜 하필 그 시점에 나왔는지 갑자기 맞춰지더라.

그 주에 내무반에서 사람이 한 명 교체됐어. 조용히 들어오고, 조용히 인사하고, 자는 시간도 남들과 겹치지 않게 움직이는 스타일. 다들 새로 온 애가 좀 말이 없다고 했는데, 나는 그때 사진첩을 본 뒤로 그 애가 이상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눈이 마주치면 웃으면서도, 시선이 얼굴보다는 책상이나 서랍 쪽으로 먼저 내려가는 것 같았거든. 혹시 내가 몰래 보관한 걸 들킨 건가 싶어서 괜히 소지품도 정리하고, 서랍도 다시 닫아 잠갔다.

결국 사진첩은 내가 더 이상 못 보겠어서 책상 아래쪽, 이미 오래된 걸레 같은 곳에 숨겨두었다. “내가 가져가면 더 큰일 나겠지”라는 생각이 들었어. 근데 며칠 뒤 아침, 아무도 내 책상 근처에 온 적이 없는데도 서랍 바닥의 먼지가 이상하게 정리돼 있었다. 누군가 손으로 그 자리만 쓸어낸 느낌. 그리고 그날 점심시간, 새로 온 애가 웃으면서 내 옆을 지나가는데 짧게 말을 던졌어. “서랍 안에 넣어두는 거, 사람 오래 가는 데는 한참 걸려요.” 농담처럼 들렸지만, 내 머릿속에서는 사진첩의 첫 장처럼 눈과 입이 지워진 부분이 동시에 떠올랐다.

그 후로도 사진첩이 다시 내 서랍에 있는지, 완전히 사라졌는지 정확히 확인할 용기가 없었어. 다만 이상하게도 그때부터 내무반에서 누군가가 “책상 서랍, 조심해”라고 말하는 소리가 자주 들리기 시작했다. 누가 시작했는지 모르는데, 매번 타이밍이 비슷하게 돌아왔고, 말끝이 늘 흐려졌다. 지금도 가끔 철제 레일이 끼익 하고 열리는 소리가 꿈처럼 들려오면, 나는 문득 생각나. 그 사진첩은 물건이 아니라, 누군가가 반복해서 남겨두는 ‘순서’였을지도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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