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주차장에서 매일 자정에 켜지는 자동차 불빛
지하주차장에서 매일 자정만 되면, 아무 차도 없는 칸에서부터 불빛이 켜지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누가 자동점등 잘못 눌렀나 싶었는데, 그 불빛은 늘 같은 방향, 같은 높이, 같은 패턴으로 켰다가 꺼졌습니다. 문제는 그 불빛이 ‘차의 헤드라이트’처럼 보이는데, 정작 그 시간대엔 차가 들어오거나 나가는 소리가 한 번도 없었다는 거예요.
저는 그 건물 관리직이었고, 출입 기록을 확인하는 일이 잦았어요. 자정이 되기 10분 전쯤이면 경비실 모니터에 주차장 영상이 다시 로드되는데, 이상하게도 그때마다 화면 구석에서 밝기가 한 번씩 요동쳤거든요. 그런데 다음 장면은 더 이상했어요. 주차장 아래 깊은 곳, 정확히 B동 2층의 18번 칸 쪽에서 얇은 줄기처럼 빛이 켜졌고, 곧이어 네모난 빛이 천천히 번지듯 확장됐습니다. 그리고 항상… 정확히 00:00:00에 시작돼요.
처음엔 전기 문제라 생각해서 차단기부터 봤습니다. 주변 센서나 타이머, LED 보안등, 배선 이상 여부까지 전부요. 그런데 점검 결과는 이상할 정도로 깔끔했어요. 불빛이 켜질 때 전력 사용량이 튀는 것도 아니고, 해당 라인에 오류 코드도 없었거든요. 게다가 빛의 형태가 ‘전등’이라기보단 ‘전방을 비추는 자동차 조명’에 가까웠습니다. 빛이 바닥을 따라 길게 쓸리는 각도까지 똑같았어요.
그다음으로는 CCTV를 더 당겨서 봤습니다. 18번 칸 앞 도로가 아니라, 뒤쪽 벽면에 빛이 먼저 찍히더라고요. 마치 누군가 조명을 틀고 들어오려는 것처럼요. 화면을 확대하면 바닥에 생기는 그림자가 흔들리는 게 보이는데, 그 흔들림이 사람의 발자국처럼 규칙적이지 않고 자동차가 천천히 움직일 때의 흔들림이었어요. 그런데 그 칸 주변에서 차량이 감지되는 이벤트는 없었습니다. 이벤트가 없는 데도, 그림자는 움직였다는 게 더 무서웠어요.
여기서 제일 소름 돋는 건, 그 불빛이 켜진 뒤 5분 정도면 주차장 전체의 공기가 바뀐 느낌이 들었다는 겁니다. 냉기가 확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훈훈해지는 것도 아닌데요. 귀가 먹먹해지면서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느낌이요. 그날도 자정에 불빛이 켜지자마자, 저는 본능적으로 18번 칸 쪽으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손전등을 켜고 바닥을 비춰보는데, 거기엔 아무 차도 없었어요. 대신 바닥에 희미한 자국 같은 게 남아 있었고, 유난히 타이어 무늬가 아니라 ‘바퀴가 스쳤을 때의 흐름’처럼 번져 있었습니다.
관리실 기록을 뒤져봤더니, 그 칸은 몇 년 전부터 계속 비어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계약 갱신이 안 된 자리라서 장기 주차도 없었고, 열쇠도 별도 보관이라 사용 내역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자정마다 그 칸에서 불빛이 켜지는 이유가 설명되지 않았죠. 그래서 저는 경비실에 하필 그날 밤 휴대용 라디오를 틀어뒀어요. 잡음이 잔뜩 섞여 있는 주파수였는데, 이상하게도 불빛이 켜질 순간에 잡음이 한 번에 가라앉더라고요. 그리고 아주 낮게, ‘브… 브…’ 같은 소리 비슷한 게 들렸다가 끝났습니다.
그 소리가 뭔지 확인하려고 다음 날부터는 출입문 쪽 소리를 녹음했습니다. 누가 들어오는지, 차가 시동 걸리는지, 문이 열리는지 다 체크하려고요. 그런데 그 시간대엔 어떤 소리도 추가로 발생하지 않았어요. 엘리베이터도, 출입문도, 주차장 진입로도 평소와 똑같았습니다. 그럼에도 18번 칸의 불빛은 계속 켜졌고, 형태와 패턴은 한 치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그때부터는 ‘누가 장난을 친다’는 생각 자체가 사라졌어요. 장난이면 패턴이 조금씩 흔들리거든요. 그런데 이건 너무 정교했어요.
어느 날은 불빛이 켜지다가 중간에 멈춘 적이 있었어요. 저는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바로 현장에 나갔습니다. 멈춘 순간의 빛이 바닥에 반쯤 깔린 채로 그대로 굳어 있었고, 그 반쯤 깔린 빛이 오히려 더 무섭더라고요. 마치 ‘들어오다 말았는데, 들어오지 못한 이유’가 있는 것처럼요. 그날 이후로는 자정이 되면 불빛이 켜지기 전, 먼저 다른 칸에서 아주 희미한 반사광이 스치듯 나타났습니다. 18번 칸이 아니라 그 주변—사람이 주차할 때 손으로 방향을 잡는 자리들—그쪽이 먼저 깜빡이는 거예요.
저는 그 패턴을 마지막으로 기록해 뒀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제가 확실히 깨달은 건, 그 불빛이 ‘자동차가 오는 흔적’이 아니라 ‘누군가를 찾는 신호’처럼 보였다는 거예요. 00:00에 켜지고 5분쯤 머문 뒤 꺼지는 시간도, 누군가가 대답할 시간을 두는 것 같았어요. 오늘도, 정확히 자정이 되면 18번 칸 방향이 먼저 환해집니다. 저는 이제 그 불빛이 켜지는 순간엔 일부러 자리를 피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불빛이 꺼진 다음, 아주 짧게 주차장 어딘가에서 시동을 끄는 소리처럼 들릴 때가 있거든요. 그게 정말 소리인지, 제 귀가 그렇게 듣고 싶은 건지 모르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