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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 우물가에서 들려오는 한밤중의 아이 울음소리

2026-06-03 12:29:15 조회 13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시골집 우물가에서 들려오는 한밤중의 아이 울음소리, 그날 밤부터 집이 이상해졌어요. 시계는 새벽 한 시를 가리키는데도 창문 틈으로 바람이 아니라 누군가 숨 쉬는 것 같은 습기가 스며들었고, 그 사이로 “아아…” 하는 울음이 또렷하게 들렸습니다. 처음엔 바람에 나무가 떨리는 소리겠지 싶었는데, 그 울음이 우물가 쪽에서 정확히 나오는 느낌이었어요.

저희 집은 마당 한가운데 우물이 있는데, 뚜껑을 덮어둔 상태라 낮에는 아무 소리도 안 나요. 근데 그날은 우물 둘레에 낀 이끼가 젖은 것처럼 반짝였고, 울음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는 것 같더라고요. “거기… 누구 없냐…” 하고 중얼거리며 베란다 쪽 창문을 열었는데, 울음은 멈추지 않고 오히려 더 낮고 가늘게 이어졌습니다.

남동생은 겁이 많아서 불을 켜자고 했고, 저는 말은 안 했지만 이상하게도 우물에서 나는 소리 같단 확신이 있었어요. 집안 어딘가에서 리모컨 배터리가 방전될 때 나는 ‘틱’ 소리 같은 게 아니라, 분명히 숨이 끊겼다가 다시 시작되는 울음이었거든요. 울음이 이어지다가 한 번 갑자기 멈추면, 그 다음엔 우물 쪽에서 물이 철벅 하고 한 번 튀는 소리가 같이 났어요.

저희 아버지는 원래 새벽에 잘 안 깨는 분인데도 그날만큼은 벌떡 일어나셨습니다. 아버지도 들었냐고 물었더니, 아버지는 말없이 외투를 걸치고 마당으로 나갔어요. 저는 따라 나가려다 멈췄는데, 우물 쪽으로 가는 발걸음이 이상하게 느려졌고, 그 사이 울음소리는 아버지 뒤에서 따라오는 것처럼 들렸습니다.

아버지는 우물 뚜껑 쪽을 손전등으로 비추다가 한참 서 있었는데, 그때부터 소리가 이상해졌어요. 아이 울음이 아니라, 아이가 “엄마”라고 부르는 것처럼 입모양을 바꾸는 소리가 섞여들기 시작한 겁니다. 저는 그 단어를 정확히 들었다고 말하긴 어려운데, 분명히 어른이 흉내 내는 발음이 아니라 어린 목소리의 떨림이었어요. ‘여기야’ 같은 말이 우물 안쪽에서 튀어나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 순간, 아버지 손전등 빛이 우물 테두리를 훑는데, 젖은 자국이 뚜렷하게 늘어나는 게 보였어요. 물이 흐르는 흔적이라기보단, 누군가 손바닥을 대고 천천히 내려가는 듯한 모양이었죠. 아버지는 다급하게 우물 뚜껑에 손을 뻗었는데, 바로 그때 울음이 갑자기 커졌다가 끊겼습니다. 소리의 끊김이 너무 ‘자연스럽지’ 않아서, 귀가 아니라 머리 안쪽이 같이 멎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날 이후로 집안 분위기가 계속 찝찝했어요. 다음 날 아침에는 멀쩡히 햇빛이 비치는데도, 마당에 서면 목이 마르고 귀가 먹먹해지더라고요. 이상하게 우물 뚜껑은 잠겨 있었고, 누가 열거나 건드린 흔적도 없었는데, 우물가 주변만 발자국이 약간씩 젖은 것처럼 남아 있었어요. 아버지는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하셨지만, 밤만 되면 아이 울음소리가 다시 찾아올까 봐 집 안에서 창문을 꼭 닫기 시작했죠.

며칠 뒤, 동네 아주머니가 오셔서 우물 얘기를 꺼냈습니다. 그분 말로는 예전에도 우물 근처에서 애기 울음이 들린다고 사람들이 수군거린 적이 있었다고 해요. 다만 그건 “누가 그냥 장난친다”거나 “귀신이 아니라 바람 소리다” 같은 말로 정리됐는데, 이상하게도 이 집 우물은 다른 우물보다 깊다고들 했거든요. 아주머니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가끔은, 불러도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 밤이 있다”고만 하고 돌아갔습니다.

그 뒤로 울음소리는 매일 오진 않았어요. 대신 비가 오거나 바람이 심한 날에만, 아주 짧게 들렸습니다. 짧게 들려도 저는 확실히 알겠더라고요. 울음소리의 끝이 늘 우물 쪽에서 “한 번 더” 이어졌다 끊기거든요. 마치 누가 밖으로 나와서 숨을 고르는 타이밍을 기다리는 것처럼요. 그리고 가장 소름이었던 건, 어느 날 밤엔 울음이 아니라 우물가에서 문득 제 이름이 부르듯 들린 순간이었어요… 제 이름이 맞는지 확신은 없는데, 그래도 등줄기가 쭉 서더라고요.

지금도 가끔 꿈에서 우물가로 걸어가요. 뚜껑은 닫혀 있는데도 손이 먼저 움직이고, 귀는 먼저 울음소리를 찾아내요. 그러다 잠에서 깼을 때면 마당 쪽은 조용한데, 이상하게도 손바닥에 물기 같은 감촉이 남아 있곤 합니다. 시골집 우물가에서 들려오는 한밤중의 아이 울음소리—그게 정말 아이 때문인지, 아니면 누군가가 “들어오라”는 신호를 울리는 건지, 아직도 저는 그 차이를 모르겠어요.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밤이 깊어질수록, 우물 쪽의 침묵이 더 무겁게 눌러온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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