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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가 5층에서 멈춘 뒤 이상한 음악이 흘러나올 때

2026-06-03 16:29:13 조회 10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엘리베이터가 5층에서 멈춘 뒤 이상한 음악이 흘러나올 때, 그때부터 시간이 이상하게 늘어졌어. 버튼은 눌려 있었는데도 캐빈은 가만히 서 있고, 천장 스피커에서 아주 오래된 라디오 같은 소리가 새어 나오더라. 처음엔 누구 통화가 잘못 연결된 건가 싶었는데, 멜로디가 점점 또렷해지면서 내 귀에 “들으라고” 강요하는 느낌이 들었어.

나는 6층으로 가려고 엘리베이터를 탔어. 1층에서 타자마자 5층까지는 평소처럼 올라갔는데, 5층 도착 알림음이 울린 다음에 “딸깍” 하고 문이 다시 열릴 듯하다가 말았거든. 그러더니 숫자 표시창이 5를 그대로 고정한 채로 멈췄어. 그리고 바로 그 순간부터 음악이 시작됐어. 박자가 있는 것도, 그렇다고 완전히 깨끗한 것도 아닌데, 자꾸만 비슷한 음이 반복됐어.

처음엔 별거 아닌 것 같아서 인터폰 버튼을 눌렀어. “관리실에 연결해 주세요” 같은 말이 나올 줄 알았는데, 대신 기계적인 잡음이 한 번 찍 하고 튀더니 음악이 더 커졌어. 마치 내가 연결을 시도한 걸 알고 반응하는 것처럼. 손가락을 떼고 가만히 있으면 볼륨이 조금 내려가고, 다시 누르면 다시 올라가고, 그런 식으로 내 행동을 따라오는 느낌이 들더라.

문제는 노래가 아니라 음정이었어. 익숙한 건 아니었는데 이상하게도 “아, 예전에 들은 적 있다” 싶은 잔상이 계속 떠올랐거든. 멜로디가 흘러나올 때마다 엘리베이터 안 공기가 살짝 차가워지는 것 같았고, 내 숨소리가 캡슐 안에 갇힌 것처럼 더 크게 들렸어. 나는 땀이 나지 않아야 정상인데 손바닥이 계속 축축해졌고, 벽면 거울을 봤을 때 내 얼굴이 약간 늦게 따라오는 것처럼 느껴졌어.

5층은 생각보다 중요한 층이었어. 건물 구조상 사무실이 아니라 창고랑 회의실이 섞여 있는 구역이라 사람 왕래가 적거든. 그래서 그런지 엘리베이터가 그 층을 지나갈 때마다 약간 멈칫하는 느낌이 있었는데, 오늘은 그 멈칫이 아니라 아예 멈춰버렸잖아. 음악은 계속 흘렀고, 표시창은 5에서 절대 안 바뀌었어. 나는 “전원 문제인가?” “기계가 고장났나?”라고 합리화하려고 했는데, 합리화 할수록 그 멜로디가 더 또렷해지는 게 이상했어.

그때 문 틈새로 바깥 복도 불빛이 얇게 비치는데, 그 빛이 흔들렸어. 환풍기 바람 같은 게 아니라, 누가 복도에서 걸어 다니는 그림자가 빛에 섞이듯이 움직이더라. 그런데 이상하게도 바닥 소리나 발자국 소리는 하나도 안 들렸어. 음악은 계속 나오는데, 걸어오는 소리는 안 들리고, 대신 내 귀가 점점 더 음악 쪽으로 끌려가. 마치 소리가 방향을 갖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어.

나는 용기를 내서 비상벨을 눌렀어. 그 버튼은 누르는 순간 “띵—” 하는 안정된 신호음이 나와야 하는 걸로 아는데, 이번엔 음악이 한 박자 끊기더니 바로 그 다음에 더 낮은 음이 깔렸어. 그리고 아주 짧게, 라디오 잡음 사이로 사람 숨 내쉬는 소리 같은 게 섞였어. 알아듣지는 못했는데, “여기”라고 부르는 것 같았거든. 그 소리가 내 쪽에서 나는 건지, 천장 스피커에서 나는 건지 구분이 안 됐어.

문득 출입카드로 출입하는 사람이 그 층에 있는 게 떠올랐어. 나는 그날따라 카드를 집에 두고 왔던 걸 기억해. 원래라면 5층 출입은 직원만 가능할 텐데, 엘리베이터는 어쨌든 올라왔고 멈췄잖아. 그래서 더 무서웠어. 마치 누군가가 나를 그 층 “안”으로 불러들인 것 같은 기분. 그런데 내 손에는 아무 것도 없는데, 음악만이 계속 내 위치를 확인하듯 반복돼.

몇 분이었는지 모르겠어. 시간은 흐르는데 시계가 멈춘 것 같은 이상한 감각이 있었거든. 그러다 갑자기 음악이 멈추고, 대신 전등이 한 번 깜빡했어. 그리고 그 다음엔 엘리베이터가 아주 부드럽게 내려가기 시작했어. “아, 이제 고장 풀렸나 보다” 싶었는데, 표시창은 계속 5를 유지한 채로 내려갔어. 4층이 되어야 할 타이밍에 멈칫하고, 또 한 번 멜로디가 아주 멀리서 다시 시작됐어. 이번엔 스피커가 아니라, 엘리베이터 바닥 아래에서 새어 나오는 것처럼 들렸어.

마지막으로 문이 열렸을 때, 나는 1층으로 내려온 줄 알았어. 그런데 문이 열리고 복도가 보이는데, 그 복도는 내가 아는 건물 복도랑 달랐어. 색이 바랬고, 벽면 안내 표지판은 글자가 흐릿하게 번져 있었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있어야 할 소리가 없었어. 나는 그 복도에 발을 내딛지 못하고 엘리베이터 안에 그대로 섰는데, 그때 천장 스피커에서 방금 전과 같은 멜로디가 다시 한 번 조용히 흘렀어. 마치 “다음에 또 타라”는 것처럼. 지금도 가끔 엘리베이터 타면 5층 표시만 보면 등골이 먼저 식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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