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최신글
자유/잡담 괴담 추천 0

원룸 화장실 거울에 비친 이상한 얼굴

2026-06-03 20:29:13 조회 9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원룸 화장실 거울에 비친 이상한 얼굴. 처음엔 그냥 조명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밤에 샤워하고 나와서 세면대 앞 거울을 봤는데, 거울 속 제 표정이… 제가 아니라는 느낌이 딱 들더라고요. 피부 톤도 그렇고 눈동자 움직임이 한 박자 늦는 것처럼. 그러다 제가 고개를 돌리면, 거울도 똑같이 따라오는데도 이상하게 “내가 아닌 누군가가 내 얼굴을 들고 있는” 기분이 들었어요.

그날은 피곤해서 넘겼습니다. 샤워기 물 소리랑 환풍기 소리가 자꾸 신경을 가려서, ‘습기 때문이겠지’ 싶었거든요. 거울 위가 김 서려 있었고, 손가락으로 닦으면 또 정상으로 돌아올 것 같았어요. 실제로 닦고 나서 한 번 더 보니까 평소처럼 보이긴 했는데,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어요. 닦아내는 순간은 괜찮다가도, 거울을 보고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눈매가 미묘하게 달라지더라고요.

처음엔 그냥 제 컨디션 탓인가 싶었어요. 원룸 화장실이 워낙 좁아서 조명이 정면에 가깝고, 거울 자체에 약간의 긁힘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각도나 반사 때문에 얼굴이 찌그러져 보이는 거라고 합리화했죠. 근데 합리화가 안 되는 순간이 있었어요. 저는 웃거나 찡그리거나 표정을 바꾸지 않았는데, 거울 속 얼굴은 제가 하지 않은 표정을 하고 있었어요.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가거나, 눈이 가늘어지는 식으로요.

그 다음 날엔 확인을 해보려고 일부러 행동을 맞춰봤어요. 거울 앞에서 천천히 손을 올리고 내리며, 표정도 크게 바꿔서 ‘동기화’가 되는지 봤는데요. 이상하게도 3~4초 정도 뒤늦게 반응하는 느낌이 계속 났어요. 제가 숨을 들이마시면 거울 속도 들이마시는 것 같은데, 소리 없이 그냥 윤곽만 먼저 변하는 느낌. 그리고 가장 싫었던 건, 그 얼굴이 제 얼굴인데 제 얼굴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는 거예요. “내가 늙어지는 건가?” 같은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제 표정을 연습하는 것 같은 착각이요.

이상해서 관리실에 얘기하려다가도, 괜히 웃음만 나올 것 같아 그냥 혼자 지냈어요. 대신 거울을 닦는 걸 습관처럼 했습니다. 샤워할 때마다 물티슈로 닦고, 바짝 말리고, 밤에는 종이로 덮어두기도 했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거울을 덮어둔 날에도 마음이 불편했어요. 화장실 문을 열고 불을 켜는 순간만큼은, 거울이 없는데도 ‘시선이 있다’는 감각이 먼저 와요. 마치 제 뒤에서 누가 저를 보고 있는 것처럼요.

어느 날은 정말로 확인하고 싶어서 휴대폰 전면카메라로 화장실을 찍어봤어요. 거울을 보고 있으면 이상해지는 시간이 있으니까, 찍는 동안만큼은 거울 속이 어떻게 나오나 보려고요. 그런데 화면에서 제 얼굴은 정상으로 보였어요. 이상한 표정도 없고, 눈동자도 제 움직임이랑 딱 맞았죠. 그런데 문제는 같은 영상을 재생할 때였습니다. 재생을 돌려보면, 제 표정이 멀쩡한데도 화장실 배경 속—정확히는 거울 가장자리—에서 아주 옅은 형태가 보였어요. 제가 분명히 없던 동작을 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그런 잔상 같은 거요.

그때부터는 ‘거울 자체’가 문제인지, 아니면 화장실 공간이 문제인지 자꾸 따져보게 됐어요. 환풍기를 바꿔볼까, 조명을 바꿔볼까, 거울을 떼버릴까. 근데 원룸 화장실 거울은 벽에 고정돼 있어서 제가 혼자 떼기엔 무섭더라고요. 대신 바꿀 수 있는 걸 바꿔봤어요. 샤워등 각도를 바꾸고, 세면대 위 작은 조명을 끄고, 밤에는 아예 화장실을 쓰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그랬는데도 결국 한 번은, 세면대 앞에 섰는데 거울이 아니라 ‘거울 너머’에서 저를 보는 느낌이 확 올라오더라고요.

그날은 행동이 달랐어요. 저는 일부러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멈춰 서 있었어요. 물기 없는 마른 얼굴로, 웃지도 않고 찡그리지도 않으려고요. 그러자 거울 속 얼굴도 제 얼굴처럼 가만히 있어야 하는데, 갑자기 눈을 아주 천천히 깜빡이더라고요. 제가 깜빡이지 않았는데도요. 그리고 그 다음엔 입술이 미세하게 벌어졌다가, 다시 닫혔습니다. 소리가 들린 건 아니에요. 근데 분명히, 누가 “나도 보고 있어” 같은 표정을 짓는 느낌이었어요. 그때 제 등 뒤가 서늘해져서 뒤돌아봤는데, 아무도 없었고 화장실엔 저만 있었습니다.

며칠 뒤엔 결국 이사 생각까지 했어요. 원래도 계약 끝이 다가오긴 했지만, 그 전엔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던 집 구조가 갑자기 걸리기 시작했거든요. 화장실 거울 주변에 누가 손댄 흔적 같은 것도 있었고, 거울 긁힘이 단순한 사용 흔적과는 달랐어요. 꼭 “지우려다 실패한” 자국처럼 보였어요. 저는 마지막으로 한 번만 확인하자고 마음먹고, 샤워도 안 한 맨 상태에서 거울을 봤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제가 보고 싶었던 게 아니라, 거울이 저를 보고 있는 것 같았어요. 마치 거울 속 얼굴이 제 표정을 기다리듯, 제 움직임이 오기 전부터 눈빛이 먼저 고정돼 있던 거예요.

그날 이후로는 화장실 조명을 켜는 게 조금 무서워졌어요. 거울이 비추는 건 결국 ‘나’라고 말하고 싶어도, 어떤 날은 불을 켠 순간부터 이미 누군가가 제 자리에 앉아 있는 기분이 들어요. 그리고 가끔은, 거울을 닦고 닦아도 표정이 맞지 않는 시간이 딱 떠올라요. 원룸 화장실 거울에 비친 이상한 얼굴은 제 얼굴과 완전히 같은 게 아니라, 제 얼굴을 따라 하는 어떤 것—그래서 더 오래 남는 것 같았습니다.

이 글 반응 남기기
추천과 비추천은 회원당 1회만 가능하며, 다시 누르면 취소됩니다.
추천 0 · 비추천 0
글 신고 안내
같은 회원은 같은 글이나 댓글을 1회만 신고할 수 있으며, 누적 신고가 5회 이상이면 자동으로 숨김 처리됩니다.
현재 글 신고 0회

댓글

댓글 작성은 로그인 후 가능합니다.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