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앞 벤치에서 밤마다 나타나는 누군가의 그림자
편의점 앞 벤치에서 밤마다 나타나는 누군가의 그림자, 이 말이 처음엔 그냥 동네 수다인 줄 알았다. 그런데 진짜로 10시만 넘어가면, 편의점 불빛이 벤치 뒤 벽에 길게 늘어지는 그 “모양”이 계속 바뀌었다. 누가 와서 앉는 건지, 아니면 누군가가 서 있는 건지 애매했는데, 더 이상한 건 매번 그림자가 먼저 보인다는 거였다. 사람이 없는데 그림자만 생기고, 잠깐 뒤에야 벤치 쪽 공기가 바뀌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야간에 편의점 알바를 하고 있었고, 그 시간대에 손님은 적어도 한두 명은 오곤 했다. 어느 날부터인지 계산대 시계가 10시 17분쯤 넘어가면, 유리창 너머 벤치 쪽이 이상하게 어두워졌다. 조명이 약해서 그런가 싶었는데, 조명은 멀쩡했다. 대신 벤치 뒤 벽에 생기는 그림자가 사람 모양처럼 정확했다. 그런데 창밖을 보면 아무도 없었다. 문을 열고 나가면, 그때서야 바람이 불고 담배 냄새 비슷한 게 스쳤다.
처음엔 내가 피곤해서 착각하는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일부러 그날은 10시 20분에 문을 열고 천천히 편의점 밖을 봤다. 거리엔 가로등도 있고, 주차된 차도 보였다. 그런데 벤치 쪽만 유난히 정적이었다. 벤치 앞바닥에 누가 앉았다가 일어난 듯한 자국도 없고, 바닥엔 먼지 그대로였는데 벽에 비친 그림자만 그대로 있었다. 그림자는 “서 있는 자세”였고, 머리 쪽이 아주 조금씩 떨리듯 움직였다.
다음 날은 더 확실히 확인하려고 CCTV 화면을 봤다. 기록은 있었는데, 이상한 부분이 있었다. 10시 15분부터 10시 35분까지, 벤치 쪽은 영상에서 뭔가가 흐리게 처리된 것처럼 보였다. 마치 카메라 렌즈 앞에 얇은 거미줄이라도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CCTV는 그런 기능이 없었고, 다른 시간대는 멀쩡했다. 그리고 그 시간대에만, 벤치 근처가 화면에서 살짝 늦게 따라오는 듯한 딜레이가 생겼다. 사람은 안 들어오는데 그림자만 나타나는 느낌이었다.
나는 결국 사장님한테 말했는데, 돌아온 답은 의외로 무덤덤했다. “그런 거 신경 쓰지 마. 야간엔 사람 눈이 다 흔들려.” 그 말이 꼭 위로 같아서, 더 이상 확인하면 내가 이상한 사람 될까 봐 입을 닫았다. 그런데 어느 날 손님이 나한테 질문을 던졌다. “여기 앞 벤치요, 밤에 누가 앉아 있어요?” 나는 설마 했지만, 그 손님이 묻는 타이밍이 너무 비슷했다. 손님이 계산할 때 벽을 슬쩍 보더니, “아까도 그림자가 먼저 왔더라고요”라고 말했다. 그 말투가 놀라지 않는 사람의 말투였다.
그 이후로 나는 일부러 벤치 방향을 보게 됐다. 10시를 넘기면, 편의점 앞을 지나가는 차 소리는 줄어들고, 대신 바닥에서 “툭” 하는 소리가 한 번 들렸다. 누가 발을 딛는 소리 같기도 했고, 아니면 누군가가 신발을 정리하는 소리 같기도 했다. 그리고 바로 그 다음, 벽에 길게 그려진 그림자가 나타났다. 그런데 그림자는 항상 벤치에서 일정한 거리, 정확히 손잡이와 동전 넣는 자판기 중간쯤 위치에 생겼다. 마치 누군가가 공간을 아는 것처럼.
어느 날은 내가 실수로 문을 너무 빨리 열어버렸다. 10시 19분이었고, 순간 바깥 공기가 확 끼어들었다. 문틈으로 들어온 공기가 차가웠는데, 그게 단순히 날씨 때문만은 아니었다. 차가운 것 사이로, 아주 희미하게 비누 향 같은 게 섞여 있었다. 나는 급히 밖을 보았고, 벤치 쪽은 비어 있었다. 대신 벽에 비친 그림자의 위치가 내가 보는 방향과 딱 맞지 않았다. 내가 오른쪽을 보는데 그림자는 왼쪽을 향하고 있었던 거다. 그때 등골이 서늘해지면서, “내가 보는 걸 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로 나는 손님에게도 조심스럽게 물어보기 시작했다. “여기 앞 벤치, 밤에 그런 거 보신 적 있어요?” 그러면 대부분은 웃으면서 “그런 건 없어요”라고 했는데, 딱 한 사람만 태도가 달랐다. 동네에서 오래 산다고 했던 아주머니가, 담배를 피우다 말고 한숨을 쉬었다. “있지. 근데 사람들이 가끔 다녀. 근데 다들 ‘본 적 없다’고 하지.” 그 말이 끝나자마자, 벤치 쪽에서 또 “툭” 하는 소리가 났다. 우리는 동시에 창문을 봤고, 벽에 비친 그림자는 이번엔 한 번 더 짧아졌다가 다시 길어졌다. 마치 숨을 쉬는 것처럼.
마지막으로 내가 확실히 느낀 건, 그 그림자가 언제나 “같은 행동”을 한다는 거였다. 10시 15분부터 30분 사이에 벽에 나타나고, 그 시간 동안은 그림자만 움직인다. 앉는지 서는지 애매한 자세인데, 결국 마지막에는 벤치 쪽이 아니라 편의점 쪽으로 그림자가 살짝 기울었다. 그 기울어짐이 너무 미세해서, 처음엔 몰랐다가 어느 날부터 눈에 들어왔다. 마치 누군가가 안쪽을 바라보는 각도였다. 그날 이후로 나는 벤치를 보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이상하게도 고개를 돌리는 순간엔 이미 벽에 그림자가 있어 있었다. 편의점 앞 벤치에서 밤마다 나타나는 누군가의 그림자는, 사람을 데려오려는 게 아니라 사람의 시선을 연습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아직도 나는 그 시간이 오면, 문을 잠그기 전에 벽부터 확인하게 된다. 확인하고 나면… 잠깐, 아주 잠깐 동안 내 그림자도 같이 흔들리는 것처럼 보여서, 괜히 손을 뻗지 못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