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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기사가 싫어하는 끊임없이 울리는 휴대폰 벨소리

2026-06-04 04:29:13 조회 8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새벽 두 시쯤이었나, 비가 얇게 내리는데도 택시 승강장엔 사람 그림자만 조용히 늘어져 있었어요. 그때 저는 목적지가 멀지 않아서 그냥 타버렸고, 문을 닫자마자 기사님이 제게 한마디를 툭 던지듯 물었죠. “휴대폰 벨소리, 절대 크게 안 해요. 저거…” 그 말 끝을 흐리더니, 뭔가 마음에 걸리는 표정으로 계기판만 계속 보더라고요.

타자마자 제 가방 안에서 휴대폰이 진동을 했는데, 문제는 알림 소리가 너무 확실했단 거예요. 기본 벨소리였는데, ‘끊-임-없-이’ 이어지는 듯한 이상하게 긴 음이었거든요. 저는 순간 “아, 전화 아니고 알림이네” 하고 손을 뻗어 바로 끄려 했는데, 기사님이 핸들을 잡은 채로 고개만 홱 돌렸어요.

“지금은 몰라도 돼요. 끄는 순간, 더 잘 울려요.”

그게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고, 저는 그냥 벨소리 볼륨을 최대로 줄였어요. 그런데 진짜 이상했어요. 줄인 건 제 폰인데, 차 안에서는 벨소리가 더 선명해지는 것처럼 들렸거든요. 기사님은 그 소리를 듣고도 과속은커녕 더 천천히 달렸고, 중간중간 신호가 빨간데도 멈추지 않고 그냥 직진하듯 지나갔어요. 신호등이 바뀌는 타이밍을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요.

제가 “기사님, 지금도 들려요?” 하고 묻자, 기사님은 한 번 웃더니 입술만 굳게 다물었어요. “저 소리 싫어하는 게 아니라요. 싫어하는 사람한테만 들리는 거예요.” 그 말이 너무 뜬금없어서 저는 “사람요?” 하고 되물었는데, 그 순간 제 폰 화면엔 아무것도 안 떠 있었어요. 진동도 멈췄는데, 차 안의 벨소리만 계속 울리는 느낌이 남아 있었죠.

도로 끝이 살짝 꺾이면서 가로등이 잠깐 깜빡였고, 기사님이 갑자기 한 손으로 전방을 가리켰어요. “저기요. 보세요. 아까부터 저 버스정류장… 안 비켜요.” 저는 창밖을 봤는데 비가 내려서 흐리긴 해도 정류장엔 사람 형체가 서 있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그 사람은 ‘서 있는 것’ 같지가 않았어요. 무릎이 너무 낮게 꺾여 있고, 고개가 천천히만 움직이는데 방향이 계속 차를 향하고 있더라고요.

그때 벨소리 음이 한 번 더 길게 늘어지더니, 마치 “전화 받을 사람”을 찾는 것처럼 바뀌었어요. 어쩐지 제 귀만 간질간질해지면서, 소리가 제 폰 스피커가 아니라 차의 뒷좌석에서 울리는 것 같았거든요. 저는 급하게 뒷자석을 확인하려 했는데, 기사님이 “하지 마요” 하고 낮게 말했어요. 목소리가 평소랑 달랐고, 손가락이 핸들에 하얗게 힘이 들어가 있었어요.

“그거, 벨소리로 사람을 부르는 거예요. 누가 싫어하면 더 크게 울리고요. 누가 듣기 싫어하면… 가까워져요.”

정류장은 이제 막 지나가는 구간이었는데, 기사님은 속도를 올리지 않고도 이상하게 거리를 좁혔어요. 제 생각엔 그냥 어두워서 제가 착각하는 줄 알았는데, 정류장 쪽의 공기가 달라지는 게 느껴졌어요. 비 냄새 뒤에, 젖은 천이 눌린 듯한 냄새가 아주 잠깐 스쳐 지나가더니 그 형체가 차의 옆면을 따라 “같은 속도로” 움직였어요. 창문에 닿을 듯이 가까웠는데, 막상 제가 창문을 들여다보면 아무것도 없었고요. 대신 벨소리만 더 끈질기게 이어졌어요.

그때 기사님이 갑자기 제게 운전석 뒤쪽 전원 버튼 같은 걸 보여줬어요. “여기, 누르면 소리 꺼지는데요. 대신… 한 번 더 울려요.” 저는 순간 “무슨 소리예요”라고 하려다 말았어요. 왜냐면 벨소리가 ‘알림음’이 아니라, 제가 예전에 분명히 한번 들어본 적 있는 특정한 수신음이었기 때문이에요. 어머니가 쓰시던 폰의 벨소리였는데, 저는 그걸 한동안 못 꺼내다가 몇 달 전에야 바꿔놨거든요. 그런데 지금 차 안에서 그 소리가 나고 있었어요. 제가 바꾼 걸 기사님이 어떻게 알 수 있죠.

“누가 싫어하냐고요?” 기사님이 물었고, 그 질문엔 답이 이미 들어있었어요. “바꾸는 사람이요.”

제가 멈춰달라고 말하기도 전에 기사님이 버튼을 눌렀어요. 그 순간 벨소리는 끊길 줄 알았는데, 오히려 반대로 아주 짧고 날카롭게 한 번 더 울렸어요. 그리고 그 뒤가요.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공기가 차를 덮는 것처럼, 비 소리도 멀어지고 엔진 소리도 한 박자 늦게 따라오는 느낌이 들었어요. 정류장의 형체는 사라졌는데, 제 등허리만 뜨거워졌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기사님은 요금을 말없이 계산기에 찍었고, 저는 지폐를 건넸는데도 거스름돈을 끝까지 주지 않았어요. 제가 “거스름돈요” 하자, 기사님이 고개를 휙 돌리면서 말했죠. “당신 폰 꺼져요?” 저는 “네, 껐는데요”라고 했고, 그제야 기사님이 제 손을 보더니 아주 작게 숨을 내쉬었어요. 그런데 제 손에는 분명히 없던 게 하나 더 있었어요. 제 폰 화면이 살짝 켜져 있더니, 아무 알림도 아닌데도 통화중 표시가 떴거든요. 누가 걸었는지, 통화 시간이 00:00에서 멈춰 있고요.

저는 그 화면을 끄려 했지만 버튼이 눌리지 않았고, 기사님이 운전대에서 손을 떼지 않은 채로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남겼어요. “택시 기사가 싫어하는 끊임없이 울리는 휴대폰 벨소리… 그건 꺼도 끝이 아니에요. 싫어하는 사람한테만, 다음 차로 넘어가니까.” 그리고 내리자마자 제 폰에서는 아무 소리도 안 났는데, 이상하게도 귀 안쪽 어딘가에서 ‘끊-임’만 반복되었어요. 그날 이후로 저는 기본 벨소리를 바꿨지만, 아직도 가끔 비 오는 밤이면 누군가 제 뒤에서 벨소리를 켜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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