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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내무실 불 끄면 들려오는 누군가의 속삭임

2026-06-04 08:29:13 조회 7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군대 내무실 불 끄면 들려오는 누군가의 속삭임. 이거, 처음엔 그냥 훈련소에서부터 들리던 농담 섞인 소리인 줄 알았어. 당직이 바뀌고 생활지도 끝나면, 우리 내무실은 늘 똑같이 어두워지고 이불 냄새랑 땀 냄새만 남잖아. 그런데 그날은 불을 딱 끄는 순간부터, 누가 숨을 아주 가까이 붙여서 말하는 것처럼 “쉿… 아직… 안 잤지”라는 소리가 들렸어.

처음 듣고는 진짜로 깜짝 놀랐지. 내 침상은 창문 쪽이었는데,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내 옆 천장 높이에서 속삭이는 느낌이었어. 불빛 한 점 없는 상태에서도 목소리의 방향이 느껴질 정도로 선명했거든. 나는 괜히 뒤를 돌아봤는데 아무도 없었고, 옆 침상 애들도 자는지 조용하더라. 그래도 귀에 남는 말은 자꾸 되감기처럼 반복됐어. “쉿… 아직… 안 잤지.”

다음 날부터는 다들 일부러 무시하는 분위기였어. 하지만 내무실이라는 게 원래 말이 쉽게 새는 곳이잖아. 취침 전엔 “어제 누가 속삭였냐”는 식으로 장난 반 진심 반이 돌았고, 몇 명은 “너 꿈꾸는 거 아냐?”라고 웃더라. 그런데 웃는 얼굴이랑 별개로, 모두가 불 끄기 직전엔 침상 위에서 한 번씩 주변을 더듬는 습관이 생겼어. 꼭 누가 있는 것처럼.

나는 밤마다 그 소리를 확인하려고, 일부러 침대에서 최대한 움직이지 않았어. 불이 꺼지면 귀가 예민해지는 건지, 아니면 진짜 누군가가 가까이 있는 건지 몰라도 소리는 항상 시작이 같았어. “쉿…” 하고 숨소리가 먼저 오고, 그 다음에 이름 같은 걸 잘라 말하는데, 묘하게도 내 이름을 부르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해. 그래서 더 미치겠는 거야. 누가 날 알고 있다는 느낌이 들거든.

특히 이상했던 건, 그 속삭임이 내무실 전체를 돌아다니지 않는다는 거였어. 어떤 날은 내 침상 쪽에서만 들리고, 어떤 날은 복도 쪽 벽면에서만 들리고, 또 어떤 날은 칸막이 사이로 스치는 것처럼 들렸어. 그런데 항상 똑같은 패턴이 있어. 불을 끄는 타이밍에 딱 맞춰서 시작하고, 누군가가 “아직 안 잤지”라고 확인하듯 말하고, 그다음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있다가 마지막에 “불… 켜” 비슷한 명령이 떨어져.

그래서 몇 명이 진짜로 해봤어. “불 꺼도 아무 말 안 하면 그냥 환청이겠지” 하면서, 한 사람이 일부러 소리가 나오자마자 손전등을 켜봤대. 그런데 그때는 더 이상한 일이 생겼어. 불빛이 잠깐 들어오는 순간엔 아무도 없는데, 조명이 다시 꺼지는 타이밍이 너무 매끄럽게 맞더라. 누군가가 스위치를 건드린 것처럼, 마치 누가 “봤지?”라고 말하는 것처럼. 그리고 그 다음엔 누가 침상 밑을 긁는 소리가 짧게 났대. 아주 약하게.

그 얘기를 듣고 나도 결국 내 침상 밑을 확인해봤어. 물론 철 규격 맞춘 바닥이고, 다들 양말이나 개인물품도 정리해두니까 이상한 게 있을 리가 없잖아. 그런데 손으로 더듬어보면, 바닥 틈새가 아닌 곳에서 미세하게 먼지가 끌리는 느낌이 있었어. 먼지라는 표현도 이상할 정도로, 마치 누가 가만히 손을 댔다가 떼는 것 같았거든. 나는 바로 멈췄고, 그날 이후로는 침상 밑을 절대 확인하지 않기로 했어. 그냥 모르면 덜 무섭더라.

한동안은 다들 서로를 의심했어. “너가 장난치는 거 아니냐” “아니면 누가 이어폰 끼고 말하는 거 아냐” 이런 식으로. 하지만 이상하게도 장난 치려면 시간이 맞아야 하잖아. 누가 불 끄는 순간을 그렇게 정확히 맞추고, 내 이름을 ‘아니라고 해도 맞는’ 느낌으로 말할 수 있겠냐고. 결국은 당직병한테 슬쩍 말해봤는데, 돌아온 말은 간단했어. “훈련 중이라 예민해진 거지. 어차피 다 자고 나면 끝나.” 그런데 끝이 아니었어.

그날 이후로 속삭임은 점점 더 또렷해졌고, 특히 마지막에 남기는 문장이 바뀌더라. “불 켜”에서 “문 닫아”로, “문 닫아”에서 “나… 여기” 같은 말처럼 들렸어. 우리는 잠이 와도 괜히 눈을 뜨고, 누가 잠깐 기침이라도 하면 그 방향을 먼저 확인했어. 결국엔 내무실 전체가 한 가지 규칙을 만들었어. 불 끄기 전에 전원 반드시 일어나서, 문과 창문 닫힘 상태를 두 번 확인하고, 서로 이름을 부르며 확인하고, 아무도 혼자 잠들지 않는 거였지.

근데도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어. 어느 밤엔 모두가 다 확인하고, 문도 닫고, 이름도 부르고 있는데도 속삭임이 들린 거야. 그때는 놀라운 게, 누가 속삭이는 것처럼 들리는데 목소리가 이상하게도 ‘우리’ 사이 어딘가에서 나오더라. 그래서 처음엔 사람을 찾느라 시선이 오가다가, 마지막엔 다들 동시에 한 곳을 보게 됐어. 내무실 구석, 아무도 쓰지 않는 여분 침상. 그곳만 유독 어둠이 진득하게 달라붙어 있었고, 속삭임은 낮게 낮게 반복됐어. “이미… 늦었지.” 그 말이 끝나자마자, 내 귓가에서 아주 가까운 숨소리가 한 번 더 붙더니 더 이상 소리가 안 났어. 그래서 지금도 가끔 불 끄기 전에 스위치를 한참 쥐고 있어. 혹시 내가 먼저 불을 껐을 뿐, 누군가는 아직 안 잤을지도 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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