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주차장 카메라에 찍힌 알 수 없는 또 다른 모습
지하주차장 카메라에 찍힌 알 수 없는 또 다른 모습은, 내가 처음엔 그냥 “각도 장난”이라고 넘겼던 사건이었어. 그런데 그날 이후로 같은 구역에서만 유난히 카메라가 이상하게 흔들렸고, 결정적으로 CCTV 영상 속에 내가 분명히 보지 못한 “누군가의 또 다른 동작”이 계속 반복됐거든.
장마가 끝나고 날씨가 좀 맑아지던 주말이었어. 나는 퇴근하고 주차장에 들어온 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기 전에 잠깐 카메라가 달린 기둥 쪽을 봤지. 늘 그렇듯 녹색 불이 들어오고 화면도 멀쩡했는데, 이상하게도 그날은 주차장 특유의 소음이 더 크게 들렸어. 사람도 없는데 바람 소리 같은 게 끊겨서 들리는 느낌이랄까.
차를 세우고 내리는데, 바람은 분명 차갑고 습했는데도 손끝이 이상하게 따끔했어.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비 오는 날이면 이런 거 있지” 하고 넘겼는데, 문제는 내가 차에서 내린 직후야. 기둥 옆 화면을 통해 보이는 건 내가 걸어가는 모습뿐이어야 했어. 그런데 영상 화면의 왼쪽 구석에, 내가 보지 못한 사람이 잠깐 스쳐 지나가는 것처럼 보였거든.
처음엔 진짜로 착각인 줄 알았어. 주차장 구간이 길어서 렌즈 왜곡이 있을 수 있고, 누군가 다른 층에서 내려와도 시선이 가려지면 그렇게 보일 수도 있잖아. 그래서 다음날 관리실에 “영상 확인 가능하냐”고 물었어. 관리실 직원은 귀찮다는 듯이 “대충 날 잡아서 오지. CCTV는 어제부터 며칠만 저장돼.”라고 하더라.
그날 밤, 나는 관리실에서 받은 시간대 기준으로 영상을 확인했어. 휴대폰 화면으로 보니까 화질이 더 뭉개졌는데도, 그 “또 다른 모습”은 이상하게 선명했어. 내가 기둥을 지나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가는 순간에 맞춰서, 영상 속 어딘가에서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나처럼 걸어오다가 멈칫하는 거야. 놀라운 건 그 사람이 얼굴을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흐리다는 점이 아니라, 내 동작이 끝난 다음에야 따라 하는 듯한 타이밍이었어.
예를 들어 내가 왼손으로 열쇠를 꺼내고, 오른손으로 문 손잡이를 잡을 때까지는 아무도 없어. 그런데 내가 문 손잡이를 “잡는 동작”을 끝냈을 즈음에, 화면 속 사람은 마치 그 동작을 복사하듯 같은 높이로 손을 들고 똑같이 멈춰. 그 순간 등줄기가 서늘해지더라. 내가 그날 다른 사람을 봤다면 기록이 남아야 정상인데, 현장에는 누구도 없었으니까. 그리고 가장 찝찝한 건 그 사람이 내 옆에서 가까이 오지 않고, 꼭 “내가 지나가야 할 자리”만 대신 서 있는 느낌이었어.
나는 그때부터 영상을 계속 찾아봤어. 관리실에서 말한 대로 저장된 구간 안에서, 같은 시간대(대략 9시 30분~10시 10분 사이)를 몇 번 더 확인했지. 그랬더니 이상한 패턴이 보였어. 특정 기둥 앞에서만, 그리고 내가 그 위치를 지나갈 때만 화면 구석이 미세하게 떨리면서 그 사람의 실루엣이 등장해. 등장하는 시간은 길지 않은데, 딱 “내가 그 자리에 있었던 만큼”만 존재했다가 사라져. 마치 내가 움직이면 같이 움직이고, 내가 멈추면 같이 멈추는 것처럼.
처음에는 “그냥 그림자” “차량 반사” “카메라 각도 문제”라고 스스로를 설득했어. 그런데 문제는 카메라가 반사될 만한 물체가 그 구간에 없다는 거야. 그리고 주차장 조명이 바뀌는 날에도, 비가 많이 오는 날에도, 그 움직임만큼은 매번 똑같은 타이밍으로 나와 겹쳤어. 그때부터 나는 그 실루엣이 ‘사람’이라기보다, 어떤 기억을 따라 하는 형태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결국 나는 관리실에 다시 갔어. 이번엔 “그 CCTV가 원래 그런 흔들림이 있냐”고 조심스럽게 물었지. 직원은 잠깐 멈칫하더니, “설비는 멀쩡한데, 가끔 네트워크랑 전원 타이밍이 꼬이면 화면이 프레임 단위로 튀어.”라고만 했어. 그런데 그 말이 더 무서웠어. 프레임 단위로 튄다면 ‘내가 지나간 자리’에만 반복될 이유가 없잖아. 직원이 더 말하려다 그만둔 표정이 아직도 기억나. 마치 그 다음엔 내가 듣기 싫을 말을 해야 할 것 같았던 얼굴.
그래서 나는 한 가지를 해봤어. 내가 그날과 똑같이 차를 세우되, 일부러 카메라가 보이는 구간에서 걸음을 멈춰서 서본 거지. 열쇠를 손에 든 채로 30초쯤. 영상은 내 동작을 그대로 찍고 있었고, 화면 구석에서 그 실루엣이 나타나는 순간이 딱 보였어. 이번엔 내가 멈추는 순간, 화면 속의 손도 멈췄어. 그리고 내가 다시 움직이자마자, 그 실루엣도 같은 타이밍으로 다시 따라 붙는 것처럼 보였거든. 마지막엔 내가 엘리베이터 방향으로 완전히 시야에서 벗어날 때도, 화면 속 “또 다른 모습”은 한 박자 늦게 남아 있다가 사라졌어.
그 이후로 난 그 지하주차장을 피하게 됐어. 걸어 들어가는 순간부터 괜히 뒤를 돌아보게 되고, 차 문을 닫는 소리도 더 크게 들려서 잠깐 멈칫하게 되더라. 그리고 가끔, 너무 어두운 날이나 비 오는 날이면 내가 확실히 기억하는 것 중 하나가 있어. 내가 아직 집에 도착하기 전인데도 카메라 영상 속 어딘가에서 이미 내가 움직인 것 같은 장면이 먼저 재생되는 느낌. 그게 진짜 착각인지, 아니면 그 “또 다른 모습”이 내 시간을 먼저 가져가서 따라오는 건지… 지금도 모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