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최신글
자유/잡담 연애 추천 0

권태기 와도 서로 감사함 표현하는 법

2026-06-04 19:12:18 조회 9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권태기라고 해서 갑자기 마음이 식는 건 아니더라. 우리도 어느 날부터 “사랑한다”는 말이 점점 짧아지고, 카톡도 텀을 두고 보내게 되고, 만나면 꼭 해야 할 얘기만 하고 웃음이 좀 줄어든 시기가 왔어. 문제는 그때부터 둘 다 똑같이 불안하면서도, 티는 안 내려고 했다는 거지.

처음엔 나도 “설마 권태기야?” 싶었는데, 확실히 티가 났던 건 사소한 습관이었어. 예전에는 밥 먹고 나서도 서로 “맛있었어?” “다음엔 이거 같이 먹자” 같은 말이 자동으로 붙었는데, 어느 날부턴 그냥 “응”으로 끝나더라. 상대도 마찬가지였는지, 내가 먼저 “오늘 어땠어?” 하면 답은 오는데 그 뒤에 이어지는 대화가 없었어. 카톡 화면을 보면서도 내가 먼저 뭔가를 끌어내야 하는 느낌이 커졌고, 그러다 보니 나도 점점 말수가 줄어들었고.

그런데 진짜 난관은 “서로 부족해지는 타이밍”이 겹쳤을 때였어. 우리는 서로를 챙기던 방식이 있었거든. 예를 들면 상대가 일정 끝나고 집에 도착하면 “도착했어?” 하고 확인해주고, 나는 주말 아침이면 “오늘 뭐할래?”로 흐름을 열어주는 편이었어. 권태기가 와서 그 흐름이 끊기니까, 어느 순간부터는 서로 확인할 마음이 있어도 “내가 먼저 또 챙기는 사람이 되면 부담이겠지” 하면서 멈추게 되더라. 결국 둘 다 멈추는 게 제일 위험했어.

그러다 지난달, 큰 싸움은 아니고 그냥 회의감이 쌓여서 대화가 어긋났어. 내가 “요즘 우리 연락이 좀…” 하고 말 꺼냈는데, 상대는 “나도 똑같이 느끼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라고 하더라. 그 말이 맞는 말 같아서 더 화가 나는 게 이상했어. 내가 원하는 건 ‘방법’이 아니라 ‘확인’이었는데, 상대는 방법이 없으니 감정도 못 꺼낸 느낌이었거든.

그날 저녁에 우리는 한 번 정리하듯이 얘기하고, 각자 할 일 하다가 다시 마주 앉았어. 여기서부터가 내가 느낀 전환점이야. 상대가 갑자기 말하더라. “나 사실 요즘도 너한테 감사한 게 있어. 근데 그걸 표현하는 게 어색해졌어. 그래서 그냥 말이 줄어든 거야.” 나는 그 말에 잠깐 멍해졌는데, 동시에 너무 고맙더라. 권태기면 감정이 사라져야 할 것 같은데, 실제로는 ‘표현만’ 굳어져 있었던 거지.

그래서 우리는 그날부터 ‘감사 표현’을 목표로 잡았어. 거창한 이벤트 말고, 카톡에서 바로 할 수 있는 걸로. 예를 들면 “오늘 고생했어” 대신 “오늘 네가 먼저 정리해준 거 덕분에 마음 편했어”처럼 구체적으로. 만날 땐 “보고 싶었어”만 하지 말고 “네가 아침에 말해준 거 생각났어. 덕분에 오늘 버텼어” 같은 식으로. 상대도 “네가 물어봐 준 덕분에 나 오늘 좀 덜 힘들었어”라고 받아주더라. 둘 다 똑같이 듣고 싶었던 말이었는데, 예전엔 당연해서 표현을 안 했던 거야.

카톡 템플릿도 바꿨어. 예전엔 감정만 던지다가 끝났다면, 이제는 최소한 한 문장은 행동이나 상황에 연결했어. “오늘 저녁 챙겨줘서 고마워”보단 “퇴근하고 나서 너가 먼저 물어봐서, 나 혼자 넘기지 않고 얘기할 수 있었어.” 이런 식. 상대도 “나도 너한테 고마워”라고만 하기보다 “네가 오늘 웃으면서 마무리해줘서 기분이 가라앉았어”처럼 덧붙이더라. 신기하게도 감사의 포인트가 살아나니까 대화가 다시 붙기 시작했어.

그리고 대화가 막힐 때는 ‘정답 찾기’ 대신 ‘확인 질문’을 하게 됐어. 예를 들어 내가 먼저 “너는 요즘 내가 어떻게 느껴질까?”를 묻는 식으로 대놓고 추궁하지 않고, “너는 나한테 어떤 표현이 제일 편해?” 같은 질문으로 방향을 잡았어. 상대도 “나는 장문 말고, 짧게라도 ‘오늘 고마웠어’ 같은 게 좋아”라고 하더라. 그래서 나는 길게 사과하거나 설명하는 대신, 그날 있었던 한 가지를 딱 집어서 말해줬고, 상대도 “오늘도 나 챙겨줘서 고마워” 대신 “네가 집에 오자마자 연락해준 게 고마웠어”처럼 이어지게 해줬어.

이렇게 하니까 권태기가 완전히 사라졌다기보단, 우리 사이에 ‘막힘’이 생겼을 때 다시 연결하는 방법이 생긴 느낌이었어. 물론 가끔은 여전히 연락이 시큰해지고, 만나도 말이 느려질 때가 있어. 그럴 때는 괜히 “왜 그래?”로 몰아가지 않고, 서로 한 번씩만 감사 한 가지를 꺼내. 예를 들면 “오늘도 내 컨디션 눈치 봐줘서 고마워” “네가 먼저 안부 물어줘서 나 오늘 덜 무너졌어” 이런 식으로. 그러면 분위기가 이상하게 풀려. 사랑이 불꽃처럼 활활 타오르기보다, 조용히 불을 지키는 방식으로 바뀌는 것 같아.

요즘 우리 둘은 싸우지 않아서 좋은 게 아니라, 싸우기 전에 서로 한 발 늦게라도 알아차리게 됐다는 게 좋아. 권태기가 와도 감사는 남아 있고, 그 감사가 말이 되면 우리는 다시 같은 속도로 걸을 수 있더라. 아직 완벽하진 않아도, 카톡에서 한 줄이 오고 가는 동안 마음이 조금씩 정렬되는 느낌이 있어. 그래서 오늘도 서로에게 “고마워”를 먼저 말해. 그 한 마디가, 내일의 우리를 어떻게든 덜 외롭게 만들 거라고 믿으면서…

이 글 반응 남기기
추천과 비추천은 회원당 1회만 가능하며, 다시 누르면 취소됩니다.
추천 0 · 비추천 0
글 신고 안내
같은 회원은 같은 글이나 댓글을 1회만 신고할 수 있으며, 누적 신고가 5회 이상이면 자동으로 숨김 처리됩니다.
현재 글 신고 0회

댓글

댓글 작성은 로그인 후 가능합니다.
댓글이 없습니다.